유통 넘어 자체 브랜드 론칭까지 나선 중국 왕홍들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중국 슈퍼 왕홍들이 유통을 넘어 직접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며 이른바 ‘왕홍 화장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트라 중국 항저우무역관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왕홍 경제의 규모는 2019년 기준 2524억 위안(한화 약 43조 원)에 달하며 전년대비 46%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왕홍 생방송 이용자 수 역시 2019년 5억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 1분기에도 5억6000만명을 기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장다이(张大奕), 퉁즈추(董子初), 팡쥔핑(方俊平), 장머판(张沫凡) 등 1000만명 이상의 팬(粉丝; 펀스)을 보유한 슈퍼 왕홍들은 단순한 유통의 전달자를 넘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론칭해 왔으며 최근 2~3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신제품 개발과 아이템 확충에 주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화장품 시장이 매년 평균 20%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 온 중국에서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수요 역시 과거에 비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소비자와 가깝게 소통해 온 왕홍들의 브랜드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표적인 브랜드 론칭 왕홍은 장다이(张大奕)다. 5000만명이 넘는 팬을 보유한 왕홍 장다이는 2016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처음으로 ‘BIGEVE’라는 브랜드의 립스틱을 출시했다.

모델 출신으로 패션 분야의 왕홍으로 인지도를 높였던 그녀는 당시 팬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립스틱과 파운데이션 등 화장품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고 1년간의 준비를 거쳐 제품을 출시했다.

준비 기간 동안 장다이는 팬들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시장 조사 및 제품 개발을 했고 팬들과 함께 ODM(생산자 개발 방식) 기업을 직접 방문해 제품 개발 전과정을 공개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갔다.

2018년 6월 장다이는 알리바바 티몰(Tmall; 天猫)에 BIGEVE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오픈 당일 신제품으로 출시한 클렌징 크림은 2만 3000개가 판매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현재 BIGEVE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군은 스킨케어, 색조 화장품, 헤어용품, 메이크업 도구 등으로 지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COSMAX와 KOLMAR, 이탈리아의 INTENTLY, 일본의 COSMO BEAUTY 등 세계적인 화장품 OEM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 장다이는 향후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초빙해 계절별 유행 트렌드 분석 등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다른 슈퍼 왕홍 퉁즈추(董子初)는 1000만명 이상의 팬을 보유한 색조 화장품 전문 왕홍이다. 2016년 ‘중국의 유튜브’라고 불리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비리비리(Bilibili; 哔哩哔哩)’에 화장법을 알려주는 영상물을 올리며 인플루언서로 데뷔한 퉁즈추는 뛰어난 화장 기술과 색채 감각으로 빠른 시간 내에 큰 인기를 얻게 된다.

2017년 자신의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Croxx'를 론칭했으며, 오픈 당일 화장 도구로 첫 출시한 물방울 모양 퍼프는 준비된 1만 4000개의 물량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 퍼프는 그 날 이후 2020년 3월까지 약 2년간 46만개 이상의 판매 실적을 보이며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높고 쓰기 편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Tmall에 개설된 'Croxx' 매장은 기초 및 색조 화장품, 클렌징 크림, 향수, 화장 도구 등을 제품군으로 갖추고 연간 1억 위안의 매출 실적으로 Tmall 메이크업 분야 창업 브랜드 24강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인 SOHU(搜狐)와 Objective Software(目标软件)에서 게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팡쥔핑(方俊平)은 건강상의 문제로 아로마테라피(芳香疗法)을 접하면서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왕홍이다.

초창기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고객과 1:1로 상담하며 피부 트러블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우는 웨이보(微博)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와 글을 올리며 자신만의 고객층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약 1000만 명의 팬을 보유한 팡쥔핑은 자체 브랜드인 'JUNPING'으로 2016년 Tmall에 입점했으며 연간 1억 위안(한화 약 170억 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JUNPING'은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피부에 맞는 과학적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해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콘셉트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100~400위안 수준의 가격대를 중심으로 기초 화장품은 물론 보습, 노화방지, 미백 등의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개성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중국 화장품 시장에는 다양한 라인의 제품을 생산하는 화장품 OEM/ODM 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전망산업연구원(前瞻产业研究院) 보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OEM/ODM 기업은 전국적으로 약 2000개사로 추정되며 전체의 60% 이상이 중국 광둥성(广东省)에 소재해있다.

최근에는 단순 OEM 위탁 생산을 넘어 자체 연구개발팀을 구성해 ODM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화장품 생산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제품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뷰티 브랜드와 협력 하에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SNS 홍보 채널을 선택하고 왕홍 캐릭터 IP를 활용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소비자의 틈새 수요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된 '중국뷰티왕홍대회(中国美妆网红选品大会)'에서 기조연설을 한 NOX BELLCOW의 판잔화(范展华) CEO에 따르면 차별화된 제품력(제품의 효능 및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화장품 생산 기업이 왕홍과 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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