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운동,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등으로 화장품 시장 변화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 미국이 변화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화장품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화장품 소비 패턴이 변화되고 있는 미국이 지난 5월 흑인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운동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 화장품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운동과 함께 인종 차별 없는 화장품 매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되면서 눈을 강조한 아이 메이크업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피부 트러블 해결을 위한 스킨케어 제품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생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안전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유통 채널 역시 온라인이 새로운 틈새로 부상 중이다.

인종차별 반대 물결, 화장품 매대를 바꾸다

 
 

2020년 5월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인종차별 반대운동이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흑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며 자발적으로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매대에서 인종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실제로 미국의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의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와 함께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거나 관련 단체에 지원을 하겠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SNS 마케팅 시 백인을 모델로 하거나 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벗어나 흑인 모델을 기용하고 흑인 소비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임을 부각하면서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는 브랜드도 증가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블랙 뷰티(Black Beauty) 소비 움직임도 일고 있다. 흑인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흑인을 고용하거나 흑인 소유의 뷰티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으로 여겨 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부터 미국 뷰티 업계는 한정된 색상의 색조 제품, 백인 모델 채용 등 백인 중심의 비즈니스로 여러 측면에서 흑인 소비자들의 니즈를 외면해 왔는데, 흑인 소비자들의 수요를 채워왔던 것이 흑인 소유 기업이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수많은 블랙 뷰티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블랙 뷰티 브랜드인 우오마 뷰티(Uoma Beauty)의 설립자 샤론 휴터(Sharon Chuter)는 미국 화장품 브랜드들을 특정해 기업 내 흑인 직원 수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Pull Up For Change’ 운동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이는 ‘#PullUpOrShutUp’ 해시태그로 공유되면서 재키 아이나(Jackie Aina), 엘리사 애슐리(Alissa Ashley) 등 인기 흑인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운동이 시작 된 이래로 에스티로더(Est é e Lauder), 레브론(Revlon), 로레알(L’Or é al) 등 크고 작은 브랜드가 기업의 흑인 고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그 중 맥(MAC), 밀크 메이크업(Milk Makeup), 컬러팝(Colourpop) 등이 실제 흑인 고용률을 공개하고 향후 흑인 직원을 늘리겠다고 선언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종차별에 대한 뷰티업계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에스티로더는 경영진의 트럼프 정권 옹호 입장에 대한 직원들의 비난여론에 떠밀려 흑인 고용 증대와 인종차별 반대 단체 기부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은 3년 간 1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약속했으며, 선데이 라일리(Sunday Riley)와 코사스(Kosas)는 흑인인권단체에 각각 5만 달러, 2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허비보르 보타니컬스(Herbivore Botanicals)는 5월 말 주말 판매금액 4만 6,000달러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화장품 유통 업계에서도 인종차별에 대응 하는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우선 세포라는 ‘15% 서약(15% Pledge)’ 운동에 처음 동참한 소매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15% 서약은 전체 매대의 15%를 흑인 사업주가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기업, 또는 흑인에 의해 설립된 기업의 제품들로 구성하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으로, 제안을 받은 대형 소매체인 중 세포라가 가장 먼저 동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재 세포라의 협력 브랜드 약 290개 중 36개가 유색인종(POC, People of Color) 브랜드이며, 그 안에서도 펜티 뷰티(Fenty Beauty) 등 9개 블랙 뷰티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월마트(Walmart)는 흑인 밀집지역 매장의 관행이었던 미용용품 매대의 잠금장치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머리가 곱슬인 흑인 소비자들을 위해 매장 내 다문화 미용용품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도난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매대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잠금장치는 백인 밀집지역에 비해 흑인 밀집지역의 매장에서 더 많아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꼽혀왔다.

이러한 월마트의 결정에 이어 유명 드럭스토어 월그린(Walgreens)과 CVS 헬스(CVS Health) 도 잠금장치 철폐에 가세해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장기화, 화장품 구매 패턴 바꾸었다

 
 

최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화장품 업계에 다양한 영향을 주며 큰 변화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미용 서비스업체들이 문을 닫아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소비자들은 가까운 신체 접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DIY(Do-it-Yourself), 셀프케어(Self Care) 뷰티가 떠오르고 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미국의 e- 커머스 및 소매 데이터 정보업체 스택라인(Stackline)의 아마존 판매데이터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4월 11일 이전 4주 동안의 DIY 및 셀프케어 미용 제품 판매를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네일 케어(218%), 헤어 염색(172%) 부문의 증가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헤어케어 브랜드 매디슨 리드(Madison Reed)가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 사이 가정용 헤어 염색 키트 판매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0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코로나19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증가하면서 피부표현을 위한 베이스메이크업이나 립 메이크업보다 마스크용 아이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밝고 화려한 아이 메이크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컬러 아이라이너나 네온색상과 같이 화려한 아이섀도우로 눈을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 셀프 속눈썹 연장으로 또렷하게 만드는 방법, 펄이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글리터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메이크업 룩이 등장하고 있다.

베이스 메이크업의 경우 전문가들은 묻어나지 않는(Transfer- proof) 파운데이션, 스킨케어 성분을 함유한 파운데이션, 메이크업 픽서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스킨케어 제품을 많이 사용하면 화장이 밀린다고 생각해 기초를 최소화하면서 마스크로 인한 피부 자극과 홍조를 진정시키고 보호할 수 있도록 스킨케어 성분을 함유한 파운데이션을 선호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 심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와 소비자심리학회(Society for Consumer Psychology)의 피터 노엘 머레이(Peter Noel Murray)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용 제품을 소비함에 있어서도 안전과 위생을 중시하는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으며, 청결함이 보장된 신뢰할 수 있는 미용 및 개인위생 용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화장품 브랜드가 제품의 위생과 효능을 보장하고 유통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소비자들은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구매에 있어서도 성분의 안전성이 중요시되어 소비자들이 천연 성분, 클린뷰티(Clean Beauty)를 선호할 것이란 예측이다.

또한 제품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거나 관리 방법이 간편한 브랜드들을 더욱 찾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화장품을 사용하면 내용물에 바이러스와 세균이 묻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얼굴을 만질 필요가 없는 방식, 일명 ‘터치리스(Touchless)’ 형태의 화장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업 민텔(Mintel)의 미용부문 선임 분석가 클레어 헤니건(Clare Hennigan)도 터치리스 형태로 제작되거나 무방부제 제품보다는 천연 방부제를 함유해 내용물의 변질 및 박테리아 번식 가능성이 적은 제품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라 여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을 바를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멸균, 세척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일회용 어플리케이터(applicator)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항균 효과를 높인 제품, 보관과 세척이 용이한 제품이 유망할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주요 화장품 소매체인인 세포라(Sephora)와 얼타뷰티(Ulta Beauty)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3월부터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한 이후 약 2개월이 지난 5월, 일부 매장에 한해 영업을 재개하면서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각각 운영지침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세포라는 5월 22일,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13개 주에 위치한 70개 매장을 오픈하면서 ‘건강 및 위생 가이드라인(Health&Hygiene Guidelines)’이라는 엄격한 안전지침을 마련해 모든 매장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입장 인원 제한, 사람 간 6피트 안전거리 유지, 매장별 위생 책임자를 지정해 철저한 위생조치 시행, 전 직원 및 고객의 마스크 필수 착용, 비접촉식 결제 옵션 제공, 수시로 직원 발열 체크, 샘플 테스트 금지(디스플레이용으로만 제공), 손 소독제 비치 등이다.

5월 초부터 일부 매장에 한해 영업을 재개한 얼타뷰티도 세포라와 유사한 매장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침이 세포라와 유사하지만, 얼타뷰티는 살롱 등 미용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이 가능하다.

얼타뷰티의 커브사이드 픽업은 온라인 또는 앱에서 제품을 주문한 후 해당 매장에서 준비되었다는 알림을 받은 후 매장 앞에 차를 세우고 전화하면 직원이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제품을 실어주는 서비스다.

이와 관련 얼타뷰티는 비접촉식 판매 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외출과 매장 방문으로 인한 감염 우려를 낮출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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