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소리도, 침묵의 언어도 모두 상징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직접 만날 수 없다. 物자체로서의 실재계란 우리가 존재에 직접 다가가서 인식할 수 없는 모든 사물 그 자체를 뜻한다. 고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해와 달도 마찬가지다.

존재는 오직 상징을 통하여 다가갈 수 있으므로 존재는 곧 상징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배경에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하이데거). 인간은 태고 이래로 문자를 사용해왔기에(기호, 상형문자 등의 텍스트), 문화적으로는 말과 글 중에서도 문자가 말 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철학과 인류학, 그리고 언어학적 사유를 종합한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무의식의 실체가 언어적 구조'(무의식=침묵=언어)임을 과감하게 선포하면서, 소쉬르의 언어 이론을 수정하여 '문자가 말에 우선한다'는 명제를 도출했다.

여기서 문자는 기표(시니피앙. signifiant)이고, 말은 기의(시니피에. signifie)이다. 즉 언어는 기표와 기의로 구성되는데, 라캉은 기표가 기의를 지배하는 관계임을 주창함으로써, 상상계에 이은 그의 두 번째 구조변경이자 인류 문화사적으로도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온 상징계를 탄생시켰다.

요컨대 모든 사물은 언어를 통하여 상징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고로 상징계에 관한 한, 언어 그 중에서도 특히, 기표의 움직임(動)에 주목해야 한다.

▲ 미국의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년).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한 그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나 장애를 극복하고, 인권 운동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거룩한 사회운동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고,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고,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미국의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년).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한 그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나 장애를 극복하고, 인권 운동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거룩한 사회운동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고,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고,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상징계의 선이해 : 기표와 기의 

 

소쉬르의 언어 철학에서 기표가 청각적인 이미지라면 기의는 개념을 말한다. 기표는 기호형태이고 기의는 기호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표란 말이 갖는 감각적 측면으로, 예컨대 바다라는 말에서 "바다"라는 문자와 / bada /라는 음성을 말한다. 기의는 이 기표에 의해 의미되거나 표시되는 바다의 이미지와 바다라는 개념 또는 의미 내용이다. 기표와 기의를 하나로 묶어 기호(記號)라고 한다.

기호는 본질적으로 자의적인 특성을 갖는다. 즉 기표와 기의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적이며 고유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영어의 '도그(dog)'라는 말은 불어의 '시엥(chien)'이라는 또 다른 용어로 대체될 수 있다.

원래 기표와 기의는 안정적인 결합으로 하나의 단위를 형성하나 라캉은 둘 사이의 단절을 강조하면서 기표 중심으로 상징계를 설명한다. 이는 기호의 분자를 더 쪼개어 기표의 원자를 단위로 삼은 것과 같다.

첫째, 언어의 최소 단위를 기표로 본다. 이는 기표가 의식적, 무의식적 담론을 형성, 주체를 발생시키는 근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즉 기표는 의미가 없는 순수 차이의 단위로 변별적 체계를 통하여 상호 작용하는 것은 기호가 아닌 기표들이다.

기표는 주체를 초월해 있는 언어의 물질적 실재다. 주체의 내면적 주관성 대신 초월적인 구조와 형식을 강조함으로써 외부적 원인이자 순수 차이인 기표의 작용을 통하여 의미의 세계인 상징계가 만들어지고 주체의 운명을 규정한다는 것이 라캉 사유의 가장 큰 특징이다.

둘째, 기표는 항상 연쇄적인 사슬 형태로만 존재한다. 기표의 연쇄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첨가 혹은 재결합되면서 의미를 발생시키고 변화시킨다. 즉 기의는 기표 밑으로 끊임없이 미끄러져 들어가기에 고정된 기의는 존재하지 않고, 기표와 기의가 만나는 곳이 고정점이다.

셋째, 기표는 주체를 대리함으로써 상징계를 완성하고 무의식적 욕망을 발생시킨다. 주체가 상징계의 주인이자 언어의 주관자로 보이지만 (타자성에 기반하여) 정반대로, 기표가 주도권을 갖는다. 즉 기표가 주체의 실질적인 원인이다.

한편 상상계에 속한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면서 상징계로 진입하게 되면, 아이는 아버지가 등장함에 따라 어머니와의 동일시를 끊게 되고 가족은 2자 관계에서 3자 관계로 전환된다.

상상계의 거울단계에서 자아 중심의 나르시시즘을 겪은 아이가 상징계에 들어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경험하면서, 결국 사회화 과정인 아버지와의 동일시로 이를 극복함으로써 주체가 형성되는 한편, 언어가 지배하는 사회질서, 즉 '아버지의 이름'인 법과 제도 등의 규칙에 편입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상징계의 질서 체계는 기표중심의 언어 세계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왜냐하면 사물을 개념화해서 이해하는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헬렌 켈러가 이를 보여준다.

 

◇ 헬렌 켈러 : 장애 극복의 상징 

 

생후 19개월 때 앓은 뇌척수염으로 인해 시청각장애인이 되어, 시각ㆍ청각ㆍ언어 장애라는 3중고를 가지게 된 헬렌 켈러는 정상적인 교육이 될 리 없었고,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도 물건을 던지거나 사람을 할퀴거나 때리는 정도로밖에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다.

6살이 되던 무렵, 부모는 시신경이 남김없이 죽은 후라서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교육은 충분히 시킬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퍼킨스 맹인학교에 의뢰하여 가정교사를 부탁한다. 이때 온 사람이 앤 설리번 선생이다.

앤 설리번은 어려서부터 고아가 되어서 심한 좌절감과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결막염으로 인한 시력손상으로 여러 번의 대수술을 받았지만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현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퍼킨스 맹아학교에 입학하여 점자와 수화를 익히면서 공부하여 마침내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20세 때 가정교사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헬렌을 만나게 된 것이다.

6세의 작은 꼬마는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며 매일 고함을 지르며 나뒹구는 짐승과 같았기에 설리번은 거듭 실패를 하였지만 그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는 것이었다. 수없이 도전한 설리번의 진심이 통했던 것인지, 어느 날 설리번은 펌프질을 하고 있었고 헬렌은 다 젖은 옷으로 흐르는 물을 만지고 있었다.

그때 설리번은 헬렌의 손바닥에 'W ㅡ A ㅡ T ㅡ E ㅡ R'라고 썼다. 흐르는 물을 맞으면서 설리번이 써준 그 단어가 헬렌의 손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의 이름이라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자, 둘은 미친 듯이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헬렌은 설리번을 신뢰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헬렌에게는 엄청난 변화들이 일어나 마침내 라틴어, 불어, 독일어, 그리스어, 영어 등 5개 국어를 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하버드 대학교에 편입된 학교(래드클리프 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헬렌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강의와 사회봉사를 하는 등, 장애를 극복한 아이콘으로 인류사에 기억되고 있다.

요즘 YS나 DJ 등의 이니셜이 상징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SG워너비의 앞 이니셜이 사이먼과 가펑클의 S,G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침묵의 소리도, 침묵의 언어도 모두 상징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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