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질문하는 당신이 유빕이다.

현대는 무의식, 즉 욕망의 시대다. 이와 관련하여 프로이트 소쉬르 야콥슨 다음에야 라캉이 등장, 베스트 사유체계를 창출했다.

야구에서도 1번타자는 베스트가 아니다. 대체로 4번타자가 베스트요 홈런타자다. 무의식을 발견한 프로이트가 ‘퍼스트-인-클래스’라면 라캉은 ‘베스트-인-클래스’다.

욕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해를 돕기 위하여 라캉이 제시한 욕망의 구조를 살펴보자.

 

◇ 욕망(Desire) : 요구(Demand) ㅡ 욕구(Need)

 

먼저 라캉에게서 '욕망은 결코 대상을 붙잡을 수 없다'는 부정의 변증법이 헤겔식의 통일(정반합)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과 의식의 균열 및 차이에서 오는 담론으로 읽혀져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욕구는 무엇을 얻고자 하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 바람(생리적이고 자연적인 것)을 말한다. 욕구는 대상 의존적이기에 필요가 채워지면 곧 해소된다. 예컨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쇼핑 행위와 같다.

다만, 욕구는 단지 생리적 필요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주체가 느끼는 원초적 상태, 언어 이전의 신체적 상태를 욕구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체적인 것이 욕구의 본성이다.

둘째, 요구는 어떠한 것을 필요하다고 바라거나 요청하는 것으로, 욕구가 언어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타자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사랑이나 개혁처럼 무제약적인 것). 이는 생물학적인 필요단계를 넘어 쇼핑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요구는 항상 이를 듣는 타자를 전제하며 간접적이고 신체와 무관하기도 하다.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 이익(李瀷)의 학통을 발전시켰으며, 각종 사회 개혁사상을 제시하여 ‘묵은 나라를 새롭게 하고자’ 노력했다. 파탄에 이른 당시의 사회를 개량하여 조선왕조의 질서를 새롭게 강화시키려는 의도였으나 서학(천주교)을 접했다는 이유로 장기간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 이익(李瀷)의 학통을 발전시켰으며, 각종 사회 개혁사상을 제시하여 ‘묵은 나라를 새롭게 하고자’ 노력했다. 파탄에 이른 당시의 사회를 개량하여 조선왕조의 질서를 새롭게 강화시키려는 의도였으나 서학(천주교)을 접했다는 이유로 장기간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셋째, 욕망은 부족한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이다. 요구와 욕구는 일치할 수 없으며 불가피하게 억압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억압이 말실수 같은 언어적 파생물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욕망이다.

이처럼 라캉은 요구와 욕구의 차이 혹은 그 둘의 틈 자체를 욕망이라 정의하였다. 즉 구조적으로 요구와 욕구 사이의 낙차가 클수록 욕망이 크다는 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참 일할 나이에 유배의 몸이 되어 억압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정약용이 괄목할만한, 수많은 저술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라캉의 욕망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 다산 정약용

 

다산(茶山)은 근기(近畿) 남인 가문 출신으로, 정조 연간에 문신으로서 봉직했으나, 청년기에 접했던 서학(西學)으로 인해 장기간 유배생활을 하였다.

즉 다산은 두 번 유배를 갔는데 1801년 3월에 경상도 장기로 유배 갔다가, 그해 10월에 서울로 압송되어 다시 심문을 당한 후, 같은 해에 강진으로 정배되어 18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이 유배기간 동안 자신의 학문을 더욱 연마해 육경사서(六經四書)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일표이서(一表二書: 『經世遺表』·『牧民心書』·『欽欽新書』) 등 모두 50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고, 이 저술을 통해서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강진 유배기의  한시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不生宓羲時 無由問宓羲
불생복희시 무유문복희

不生仲尼世 無由問仲尼
불생중니세 무유문중니

복희의 시절에 못 태어나서
복희에게 물어볼 길이 없구나

공자의 세상에 못 태어나서
공자에게 물어볼 길도 없구나

        (해설)

<주역>을 공부하는데 생각이 꽉 막히니 복희씨의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복희씨를 찾고, 공자의 시대에 살았다면 당장 공자를 찾아뵙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싶을 정도다.

그들은 이미 가고 없다. 답답한 나만 혼자 여기 남아, 이 궁리 저 궁리가 깊다. 누구라도 제자리에 맴돌고 있는 내 생각의 물꼬를 시원하게 틔워다오.

출처: <한밤중에 잠깨어 :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정민 풀이 중에서)>

 

개혁의 필요를 절감한 다산은 묻고 또 묻는, 즉 질문하는 자였다. 그 결과, 개혁에의 욕망이 오롯이 저술의 풍성한 결실로 나타난 것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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