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내-존재’에서 ‘세계-내-몸’으로 진화하며 애매함을 맛본 당신이 유빕이다

 

메를로퐁티(이하 퐁티)는 소위, 3H(헤겔ㆍ후설ㆍ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아 지각의 현상학(現象學)에 대한 사유를 '현상학적 실증주의'에 입각하여 완성하였다.

퐁티가 가장 크게 마음을 두고 생각한 것은 경험주의와 지성주의에서 유래된 전통철학의 선입견과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mind-body dualism)적 이분법에 대한 사유방식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있었다.

'지향성(志向性. intentionality)'이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 현상학의 근본 관념이지만, 퐁티에게 있어서는 외려 현상학적 실천의 끝에서 발견되어야만 하는 '사실성(事實性, facticity)'이다.

퐁티는 현상학에 대한 어떤 단일한 해석과 합의가 없다고 보고 "현상학은 실천하는 대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신체와 지각

 

퐁티는 지각(知覺) 문제에 있어서 실재론(實在論), 경험론(經驗論), 관념론(觀念論), 그리고 지성론(知性論)이 모두 틀린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지각경험의 근본이 되는 사실로 순수한 주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각된 대상의 경험에 대한 근본이 되는 사실이 전체에 걸쳐 대상 자체에 있는 것도 아니다.  

퐁티는 이원론을 두고 대립하는 두 이론 모두 객관적 사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지각도 신체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두 경우 모두 객관적 대상성(對象性)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고로 퐁티의 지각은 존재론적(存在論的) 개념의 새로운 지각으로써 신체와 더불어 나타난다.

후설이 강조한, 사태 그 자체로의 복귀는 인식이 말하는 인식 이전의 세계로의 귀환을 뜻한다.

그런데 이 환원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완전한 환원의 불가능성'이다. 의식은 결코 절대정신(헤겔)이 아니므로. 

 

▲ 베르트하이머(Maximilian Wertheimer. 1880~1943) : 가현운동(apparent movement) 연구를 통해 게슈탈트(형태주의) 심리학을 창시한 독일 심리학자. 초기 연구는 대부분 지각에 관한 것이었지만 게슈탈트 학파를 통해 심리학의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혔고, 어떤 분야에서나 구조화한 통일체 내부의 구성요소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역동적 분석을 강조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가 게슈탈트심리학의 명제로 회자된다.
▲ 베르트하이머(Maximilian Wertheimer. 1880~1943) : 가현운동(apparent movement) 연구를 통해 게슈탈트(형태주의) 심리학을 창시한 독일 심리학자. 초기 연구는 대부분 지각에 관한 것이었지만 게슈탈트 학파를 통해 심리학의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혔고, 어떤 분야에서나 구조화한 통일체 내부의 구성요소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역동적 분석을 강조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가 게슈탈트심리학의 명제로 회자된다.

 

환원에 환원을 거듭한 결과, 후설은 선험적 주관성에 이르렀으나, 퐁티는 '세계를 향한 존재'(몸적 주관성)의 출현에 다다른다. 고로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술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각(知覺)인 것이다.

이제 퐁티는 "인간의 내면 같은 것은 없으며 인간은 ‘세계-에로-존재’이고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세계 내에서’이다"라고 주창한다.

요컨대 지각은 오직 신체를 통해서 인식 안으로 들어오며 몸은 세계와의 접촉점인 것이다.

 

◇ 게슈탈트와 무의식 

 

근대 이후 인간과학에서 물질인가 정신인가, 즉자(卽自)인가 대자(對自)인가와 같은 양자택일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새롭게 등장한 것이 게슈탈트 이론(Gestalt theory)이다.

이는 감각과 사물이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고전적 편견을 극복한 "변형의 지각론"인 셈이다(게슈탈트 = 의식 주관 + 사물 객관).

독일어로 게슈탈트(Gestalt)란 바로 ‘전체적인 형태’를 뜻한다. 전체적인 형태란 부분과 요소를 의미 있게 통합하고 조직, ‘변형해서’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부분과 요소보다는 전체를 강조하는 게 게슈탈트 이론이다.

한편 형태심리학으로 번역되는 게슈탈트 심리학은 1912년 베르트하이머(Wertheimer)의 연구로 시작되었다.  당시의 게슈탈트 심리학과 현상학은 (베를린대학을 중심으로)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병행, 전개된 사상운동으로써 퐁티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몸을 자기 철학의 주제로 놓고, 그것이 정신도 물질도 아닌, "애매한" 양의적 성질을 갖추고 있음을 밝힌 퐁티에게 있어서는 유기체 자신이 게슈탈트가 된다.

여기서 양의성은 인간이 신체에 의해 지각하는 데서 기인한다. 사실 우리는 신체 일부를 영원히 지각할 수가 없고, 또 자신이 신체를 다른 사물들처럼 자유로이 관찰할 수도 없다.

내가 자신의 신체를 자유로이 바라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자신의 신체가 행하고 있는 의식 아래의 활동을 자유로이 의식에 포착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신체는 제멋대로 다양한 감각과 운동을 서로 연결하여, 거기서부터 하나의 구조와 의미를 떠오르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신체도식(身體圖式. body schema)'이라 부른다.

즉 신체에는 감각을 근육 운동을 통해 즉각적으로 변환하거나, 어떤 신체 부위의 근육 운동을 다른 신체 부위의 근육 운동으로 순식간에 번역하거나, 어떤 감각을 다른 감각과 순간적으로 교류시킬 수가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 신체도식 덕분에, 인간은 세계 안에서 순조로이 지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감각이나 운동이 사물을 한 가지 상(像)으로 뭉뚱그리는 게슈탈트, 곧 '하나'(전체)의 형태적 특성과 구조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환영지'(幻影肢)의 현상에서는 팔다리를 절단당한 인간이 잃어버린 팔다리에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통증이나 가려운 감각을 느낀다.

즉 모든 인간은 보통 완전한 신체가 행하는 수많은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행위('애매함')에 기대어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퐁티에 따르면, 신체야말로 나를 세계에 대해 개방하고, 세계 안에서 상황에 직면하여 인간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초이자 토대가 되는 것이다.

‘세계-내-존재’에서 ‘세계-내-몸’으로 진화하며 애매함을 맛본 당신이 유빕이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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