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과정에 있는 당신이 유빕이다.

 

크리스테바(J.Kristeva)의 사유는 존재의 근본적 범주를 실체 혹은 사물로 보는 데카르트(R.Descartes)적 사유체계와는 달리, 화이트헤드(A.N.Whitehead)류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으로 볼 수 있다.

전통철학에서 강조하는 실체, 본질, 부동성, 지속성, 동일성, 연속성 등이 아니라 변화, 사건, 새로움, 활동성, 유동성 등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철학자들은 “사물들의 실상이 흐름 속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크리스테바 자신이 과정철학자라고 밝힌 적은 없으나, 주체에서부터 코라(chora), 아브젝시옹(abjection), 사랑의 전이 등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핵심 용어들이 모두 운동성, 변화와 역동성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언어를 생물학적 과정으로 보는 한편, 말하는 존재도 역사와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라는 텍스트(Text)의 과정으로 여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에 열려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그녀의 언어 이론에 의하면, 주체는 언어적 과정들의 결과이다. 우리는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의미화 과정에 참여한 결과로써 우리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 미하일 미하일로비치 바흐친(Mikhail Mikhailovich Bakhtin. 1895~1975). 러시아의 사상가, 문학 이론가로 문예이론, 윤리학, 언어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을 남겼다. 24세 때 〈예술과 책임〉발표를 시작으로 1920년대 활발한 저술과 논쟁에 참여했으나, 1929년 스탈린 집권 이후 지식인, 예술가들에 대한 탄압의 영향을 받아 <도스토옙스키 창작의 제 문제> 발간 후 카자흐스탄에서 6년간의 유형 생활을 겪게 된다. 스탈린 사후 복권과 함께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이 일어났으며, 포스트모던 사조의 영향과도 결부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참조=위키백과)
▲ 미하일 미하일로비치 바흐친(Mikhail Mikhailovich Bakhtin. 1895~1975). 러시아의 사상가, 문학 이론가로 문예이론, 윤리학, 언어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을 남겼다. 24세 때 〈예술과 책임〉발표를 시작으로 1920년대 활발한 저술과 논쟁에 참여했으나, 1929년 스탈린 집권 이후 지식인, 예술가들에 대한 탄압의 영향을 받아 <도스토옙스키 창작의 제 문제> 발간 후 카자흐스탄에서 6년간의 유형 생활을 겪게 된다. 스탈린 사후 복권과 함께 대대적인 재평가 작업이 일어났으며, 포스트모던 사조의 영향과도 결부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참조=위키백과)

 

◇ 상호텍스트성 

 

우리는 일반적으로, 텍스트를 글자로 써진 책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크리스테바에게 텍스트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러시아에서 바흐친(M.Bakhtin)이 재발견된 이후 서구 학계에 그를 처음 소개한 이가 바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제자인 크리스테바였다.

마르크스주의에 의해 영향을 받은 바흐친(러시아 형식주의자)에 따르면, 인간의 삶 자체가 남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서로 섞이는 상호 교차적인 대화의 과정이다(대화주의).

대화주의(Dialogism)의 근본은 주체와 타자, 자아와 객체, 그리고 의미ㆍ가치 등의 모든 존재인식이 사실은 상대적 관계에 있다는 데서 시작하기에 타자는 개인적인 의식의 형성에 필연적인 요소가 된다.

또한 언어의 기본 단위는 문장이나 단 한 사람의 화자, 작가의 행위가 아니라 화자(話者)와 청자(聽者)가 동시에 참여하는 의사소통인 것이다.

즉 텍스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혹은 이전 시대의 텍스트들의 영향을 직ㆍ간접적으로 받기에 텍스트와 텍스트 간에 상호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나아가 문화를 텍스트로 볼 때, 모든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의 수용이면서 또 한편 다른 텍스트에 대한 응수다. 이를 가리켜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이라고 한다.

이처럼 텍스트의 생산과 수요에 있어서 필수 요소인 상호텍스트성은 1960년대 후반 크리스테바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그녀는 모든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의 흡수와 변화를 통한 인용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 기존 비평가들을 통해 주장되어 오던 텍스트의 자족성과 독자에 대한 작가의 일방적인 영향력 개념을 파괴했다.

즉 상호텍스트성은 텍스트의 유일한 소유자이자 창조자로서 작가의 위상을 해체하는 신개념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가정과 학교, 친구, 대중매체들 사이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속에서 길러진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모든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단편이 녹아들어 있기 마련이다.

고로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상호텍스트적인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크리스테바는 문학 작품을 비롯한 모든 문헌은 단일한 작가의 생산물이기보다는 그 외부에 존재하는 여타 문헌들과 미디어 자료, 언어 구조와의 상호작용으로 생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새로운) 글쓰기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사고와 감정들을 기록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기표(記標)를 기록하고 기의(記意)가 알아서 형성되는 것임을 뜻하기에 결국 언어는 하나의 접면이자 과정으로 이해된다.

 

▲ 국내 출판사가 번역 출간한 화이트헤드의 대표 저서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 1929). ‘우주론에의 한 시론(試論)’이라는 부제가 붙었듯이 1927~28년 에든버러대학 강의를 중심으로, 과학을 배경으로 하는 통일적인 세계관(형이상학 체계)을 수립하려고 한 책이다. 본래 수학자로 출발한 화이트헤드는 현대 물리학의 상당한 식견을 무기로 전통의 관념과 당대의 연구성과를 응집시킴으로써, 그의 세밀한 연구체계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는 평을 듣는다. (참조=동학연구소 ‘화이트헤드의 사상’)
▲ 국내 출판사가 번역 출간한 화이트헤드의 대표 저서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 1929). ‘우주론에의 한 시론(試論)’이라는 부제가 붙었듯이 1927~28년 에든버러대학 강의를 중심으로, 과학을 배경으로 하는 통일적인 세계관(형이상학 체계)을 수립하려고 한 책이다. 본래 수학자로 출발한 화이트헤드는 현대 물리학의 상당한 식견을 무기로 전통의 관념과 당대의 연구성과를 응집시킴으로써, 그의 세밀한 연구체계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는 평을 듣는다. (참조=동학연구소 ‘화이트헤드의 사상’)

 

◇ 생성텍스트와 현상텍스트

 

크리스테바는 문학 텍스트 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써 생성텍스트(genotext)와 현상텍스트(phenotex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텍스트의 발생 원인과 텍스트가 나타나기 이전의 과정을 모두 텍스트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구조적 기능에 따라 생성텍스트와 현상텍스트를 구분한다.

먼저 현상텍스트란 의사소통을 주관하고, 언어학이 언어능력과 언어수행으로 설명하는 언어활동을 뜻한다.

현상텍스트를 이미 형성된 문학 전체의 랑그(langue)로 보면, 생성텍스트는 글쓰기를 통해 현상텍스트에 변혁을 가해 얻어지는 것이다.

생성텍스트는 단어들 사이의 운동성, 완전히 텍스트 심층에 있는 의미라고는 할 수 없는 잠재적으로 분열 상태에 있는 의미를 말하며, 새로운 글쓰기를 통하여 기성 문학의 현상텍스트에 변혁을 일으키는 텍스트를 말한다.

즉 텍스트는 두 차원에서 작동한다. 하나는 기호적ㅡ생성텍스트의 차원으로 저자가 기호적 충동과 에너지를 조직하거나 표현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상징적ㅡ현상텍스트의 차원으로 의사소통이 구조화되고 배치될 수 있는 조각을 말한다.

이처럼 텍스트의 이중적 국면은 아방가르드(Avant-garde)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더 잘 증명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그녀는 독자들에게 '텍스트'란 말의 오용에 속지 말 것을 경고한다. 이는 ‘하나의 텍스트 속에 얼마나 많은 위험이 존재하는지, 얼마나 많은 비동일성과 비신빙성, 불가능성, 그리고 텍스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길 바라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유해함 등이 존재하는지’ 독자들이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과정을 채택하여 생물학(남성과 여성의 성적 차이의 중요성을 인정함)과 충동들을 이해하고 자아를 유동적이고 움직이는 ‘과정 중에 있는(in process)’ 주체로 보는 크리스테바는, 언어학을 바탕으로 텍스트 연구에 정신분석을 도입함으로써 여성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창작에서도 모성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그녀가 기호계에서 강조하는 플라톤의 '코라(chora)'는 남성과 여성의 생성 이전에 있었던 모태인데, 이는 동양사상에서 음양이론(주역)의 원초세계인 태극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철학적 사유는 동양과 서양이, 고대와 현대가, 서로 다르지 않다.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과정에 있는 당신이 유빕이다.

 

▲ 저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저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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