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사건’을 향한 사회약료의 이해는 존재요 곧 진리다

 

▲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 1900~2002). 해석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독일 철학자. 1960년 해석학의 대작인 <진리와 방법(Wahrheit und Methode)>을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해는 주관성의 행위라 할 수 없고, 전통의 과정 속에 자신을 올려놓는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융합된다”고 밝혔다. 어느 한 사람을 평가할 때, 그의 현재 역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지금의 모습, 즉 과거의 축적물이라는 설명이다.
▲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 1900~2002). 해석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독일 철학자. 1960년 해석학의 대작인 <진리와 방법(Wahrheit und Methode)>을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해는 주관성의 행위라 할 수 없고, 전통의 과정 속에 자신을 올려놓는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융합된다”고 밝혔다. 어느 한 사람을 평가할 때, 그의 현재 역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지금의 모습, 즉 과거의 축적물이라는 설명이다.

 

21세기에 들어서자 가다머(Gadamer)의 '철학적 해석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 보건의료체계에서는 개인을 넘어 사회 내지는 인류를 치료하고 다스리는 '사회약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방법이 아닌 진리의 측면에서 고유성과 보편성을 확보한 사회약료의 해석학적 시각에서는 악법도 법이듯 독약도 약이다. 달갑지 않은 세월호와 COVID-19도, 운명처럼 그렇게 '과학 외적 경험'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이제 서양철학을 음미하면서 태극(음양)에서 비롯된 《주역》의 반전종시(反轉終始)와 순환반복(循環反復)을 함께 돌아보니, 결론적으로 세상만사에 대한 모순적 결정불가능성에 방점을 찍게 된다.

고로 앎을 지향하는 인간의 사유체계에도 차이 혹은 차연(디페랑스)만 있을 뿐,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비교우위를 논할 순 없다. 우리의 삶에는 둘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 사회약료의 탄생 비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는 운명, 즉 사주팔자를 소환한다. 그 때 그 시각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다면 그 일 혹은 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임을 깨우쳐 준다.

인간의 무기력함을 극복하고자, 동양에서는 우주원리와 운명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주역과 사주명리학 등의 역학(易學)으로 발전했다.

돌이켜보면, 사회약료의 탄생도 운명적이다. 물론 사회약도 인류에게 필요한데 없으니까 만들어 낸 것일 뿐이다(Need-based approach). 신약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탄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로운 약물(Drug) 하나가 개발되려면 평균 12년 걸린다.

반면에 필자의 '사회약'(Social Medicine) 개발은 38년 걸렸다. 그것은 필자가 약학대학에 들어오면서부터 일생을 오직 ‘사회약’만을 가지고 씨름한 결과였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약료의 국문판을 처음 발간하기로 결정한 날이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건이 터진 그 날인지라, 잊어버릴 수도 없다(2014년 4월 16일 11시, 대학동기인 이봉진 약대 학장의 전화통보가 있었음). 그 해 8월 말이 되자 《사회약료와 보건의료체계》가 처음 책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필자에게는 나름대로 글로벌 신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기에 국문판의 발간 결정이 이루어지자마자 곧바로 번역 전문가팀을 조직하여 영문판ㆍ중문판ㆍ일문판의 원고를 동시에 완성했다.

한편 국문판에 포함된 보건의료체계는 그 내용이 우리 나라와 세계 주요 나라의 보건의료체계를 비교ㆍ분석하는 것이므로, 대학원 석사급 정도의 수준만으로도 분석과 해설이 가능하나, 새로울 것이 없고 분량만 차지하기에 제외하고 핵심 콘텐츠인 사회약료(책의 전반부)와 새롭게 양인자 시인의 동의를 얻은 서문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삽입한 영문판을 만들어 승부수를 띄웠다.

주요 해외출판사를 두드린 끝에 이듬해에 마침내 스프링거(Springer)에서 영문판이 출간될 수 있었다. 20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저자로 두고 있는 스프링거의 브랜드 파워는 막강했다.

스프링거에서 독점 출간된 《사회약료(Therapy of Social Medicine)》는 아마존, 이베이, 유바이 등 세계적인 유통망과 연결되면서 곧 OECD국가들을 비롯하여 남미와 아프리카의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보급되는 한편, 하버드ㆍ예일ㆍMITㆍ스탠포드 등 세계적으로 학문과 지성을 선도하는 대학 도서관들의 목록에 등재되기 시작했고,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에서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주는 덕분에 발 빠른 국내 의과대학의 도서관들도 마침내 문을 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필자의 영혼은 육체와 분리되어 마치 항공모함 미드웨이호(필자는 샌디에고의 해상박물관에서 탑승한 경험이 있음)의 갑판위에 서서 지구촌을 누비며 떠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치 현실에서 <식스센스>를 보는 듯하다.

최근 피서지 아닌 "피지(Fiji)에서 생긴 일"을 보면,《사회약료》와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함께 묶어서 판매하는, 신박한 마케팅 내지는 '현사실성(現事實性)적 실천'(Doing of facticity)까지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해는 존재요 곧 진리다'(가다머).

 

▲ 세계 온라인 출판시장에서 세트판매로 진열된 필자 한병현의 <사회약료(Therapy of Social Medicine)>와 철학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현상학적 측면>. 이중 한병현의 <사회약료>는 현재 미국의 하버드ㆍ예일ㆍMITㆍ스탠포드를 비롯해 세계적 명문대학들의 도서목록에 등재될 만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신약’으로 불리는 <사회약료>는 “사회약이 약물에 앞선다”는 명제 속에 한병현이 주창하고 있는 인간존엄 ‘유빕(UVIP)’ 사상의 한 축이기도 하다.
▲ 세계 온라인 출판시장에서 세트판매로 진열된 필자 한병현의 <사회약료(Therapy of Social Medicine)>와 철학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현상학적 측면>. 이중 한병현의 <사회약료>는 현재 미국의 하버드ㆍ예일ㆍMITㆍ스탠포드를 비롯해 세계적 명문대학들의 도서목록에 등재될 만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신약’으로 불리는 <사회약료>는 “사회약이 약물에 앞선다”는 명제 속에 한병현이 주창하고 있는 인간존엄 ‘유빕(UVIP)’ 사상의 한 축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인아사건('인류를 아름답게, 사회를 건강하게')의 기치와 개인을 넘어 사회까지 치료하겠다는 자유의지와 무한도전적 욕망도 서울대에서 출간해주겠다는 결정이 없었다거나, 스프링거가 동양의 무명학자를 그대로 무시해버렸다면 여전히 약(藥)은 약물의 독점체계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새로운 세계를 열지 못했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COVID-19가 몰고 온 지구촌의 충격과 파장은 인간이 개발한 최첨단 약물의 한계와 더불어, 외려 '사회약이 약물에 앞선다'(Social medicine precedes drug)는 사실을 인류 역사에 각인시켜주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운명인 셈이다.

 

◇ 운명적 마이웨이 : 사회약료와 유빕사회

 

생로병사의 우환의식이 사회약료를 선물했다면, 생로병사에서 생년월일로 사고의 중심이 옮겨오자 역학(易學)이 다시 보였다.

사주팔자는 여덟 글자다. 태어난 연월일시를 천간과 지지의 쌍으로 엮어내면 8자가 된다. 누구에게나 고유의, 공평한 아이디(identity)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先이해적 아이디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고 닥치는 일이 운명적임을 드러낸다.

사주명리학을 지배하는 근간이 십신론(十神論)인데, 이는 동양철학의 근본인 음양오행에서 나왔다. 즉 오행(목ㆍ화ㆍ토ㆍ금ㆍ수)이 음과 양으로 세분됨으로써 (5x2=10의) 열 가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비견 겁재 식신 상관 정재 편재 정관 편관 정인 편인.

이처럼 우주는 열 글자로 구성되는데, 인간에게는 2개가 적은 8개만 주어졌으므로, 2%가 아니라 20%가 부족한 게 인간이란 뜻이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으니 매사에 항겸(恒謙)이 필요한 이유다.

예컨대 필자의 사주는 한마디로 '목화통명사주'이다. 불은 나무와 같은 불쏘시개가 있어야 잘 타는 법이다. 나무[木]를 태워 밝은 빛[火]으로 세상을 밝히는 형국이다. 즉 봄에 태어난 목일간[乙木]에게 병화가 천간으로 투출될 경우(필자의 월주가 병인(丙寅)임), 전형적인 목화통명사주('학자 운명')로 볼 수 있다.

특히 인월에 태어난 나무는 태양인 병화가 있어야 자신을 표현하고 명예를 얻는다고 하는데, 사주원국에 병화가 떠있는 데다가, 세운으로 갑오년(2014년)의 오화(午火)를 만났기에 신강한 목(木)일간이 화운(火運)에 크게 발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四柱不如大運, 大運不如歲運)

물론 이러한 先이해와 적용의 해석('지평융합')은 어디까지나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며 결코 믿음의 대상이 될 순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오늘날 전례 없이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COVID-19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인으로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사는,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려면 현대의료(백신과 치료제 등)는 물론, 사회약료(격리,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를 통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필수다. 어느 사회에서도 국민이 스스로 깨어있어야 사회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열흘마다 한 번씩 게재되도록 피를 말려야하는 <뷰티한국>의 공개적 무대인 유빕사회('현전')를 떠나지만 필자의 글쓰기는, 이전부터 그래왔듯 유빕공동체의 대표로서, 개인 블로그인 <유빕레터>를 통하여 계속될 것이다.

진리는 여자이고(니체) 은폐되어 있듯이(하이데거) 외려 여백('부재')에 있기에, 해체적 글쓰기(데리다)에 의한 현전과 부재의 변증법에 따라 미래의 (존재) '가능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할 것이므로.

앎과 삶의 여정에서 여전히 해답 보다 (존재) 물음이 앞을 가린다 : "...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그동안 무대를 제공해 준 <뷰티한국>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제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1년 8월 어느 날, 서초동 서리풀에서

유빕공동체 대표

中正 한병현 쓰다.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 필자 한병현 : 서울대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 미국 아이오와대 사회약학 박사. 前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업단장. 前아시아약학연맹(FAPA) 사회약학분과위원장. 前사회약학연구회 회장. 前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 국제학술지 ‘AIMS Medical Science’ 前객원편집장. 現유빕공동체 대표. 現압구정 예주약국 대표. 現BOC(방앤옥컨설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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