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선도하는 해양 생태계 보호, 바다 쓰레기 처리방안
바닷속 쓰레기의 절반, 유령그물의 재탄생, 가방, 비누받침. 스마트 기기까지
차량 내부 카페트, 의류 실로 새 생명

 
 

[뷰티한국 박솔리 기자] 바다쓰레기의 절반은 버리진 폐 어망, 일명 유령 그물이라고 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64만 톤의 새로운 유령 그물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화학 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유령 그물이 영원히 썩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해양 동물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목이 걸려 질식사하거나 팔이나 다리에 걸려 잘려나갈 수 있다. 주목적을 상실한 그물이 버려지면 제기능은 더욱 자유롭고 순조로워 각종 생명을 가두고 위협한다는 끔찍한 사실이다.

크고 작은 물고기부터 바다거북·바다표범·고래·상어·바다새 등 수많은 바다 동물들이 유령 그물에 걸려 죽음에 이른다. 국제포경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매년 30만 8천 마리 고래와 돌고래가 유령 그물에 희생된다. 다이버들의 몸에 얽히거나 선박 프로펠러에 감겨 사고를 일으키는 일도 잦다. 최근 이런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ESG 흐름을 타고 해양 환경 보호 의식이 높아지면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업 활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도 꾸준히 진행돼 바다 쓰레기의 심각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재탄생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인 환경 보호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 사진제공=삼성전자
▲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2 시리즈(스마트폰), 갤럭시 탭 S8 시리즈(태블릿PC),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노트북PC)에 이른바 ‘유령 그물’로 불리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플라스틱 대비 약 25%의 이산화탄소(CO2)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양 폐기물 소재는 인도양 인근에서 수집해 분리·절단·청소·압출한 뒤 폴리아미드 수지 펠릿으로 가공하고, 이를 부품으로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삼성전자는 ‘지구를 위한 갤럭시’를 내걸고 2025년까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 적용, 제품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 제거, 모든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 전력 제로(zero)화, 전 세계 MX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매립 폐기물 제로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 사진제공=푸마
▲ 사진제공=푸마

푸마가 전개하는 리저지 프로젝트의 재활용 공정은 유니폼을 원료 물질로 화학 분해한다. 이후 색상은 걸러내고 회수한 원료 물질을 사용해 순수한 폴리에스테르와 동일한 성능 특성을 가진 실을 만든다. 현재 푸마가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축구 유니폼은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생산되지만, 리저지 유니폼은 75% 다른 목적에 맞도록 변경된 축구 유니폼으로 생산한다. 나머지 25%는 시퀄 마린 플라스틱(해양 쓰레기, 수명을 다한 어망, 양식용 플라스틱, 100% 추적이 가능한 원재료)을 사용한다,

▲ 사진제공=플리츠마마
▲ 사진제공=플리츠마마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는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에서 폐어망 리사이클링 플리츠백을 공개했다. 이는 국내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제품으로 만든 첫 사례로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인 폐어망 리사이클링 나일론 '마이판 리젠오션'이 업계 최초로 사용됐다. 자투리가 남지 않는 뜨개 공법을 적용하고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 사진=닥터 브로너스 X 시셰퍼드 '오션 버블 버디'
▲ 사진=닥터 브로너스 X 시셰퍼드 '오션 버블 버디'

미국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시셰퍼드 글로벌과 함께 유령 그물 및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오션 버블 버디'를 선보였다. 오션 버블 버디는 비누가 무르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비누 받침이자, 비누를 잘게 갈아 족욕이나 애벌빨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솝 그레이터다. 2016년부터 꾸준한 파트너십을 이어 온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 글로벌 그리고 네덜란드 디자이너 푸크예 플뢰르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폐그물과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만큼 자연스러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바다의 날을 맞아 폐어망 재활용 소셜 벤처 기업 넷스파와 협력을 체결하고 폐어망 수거 및 운반 시스템 구축 비용 지원을 약속했으며, 8월에는 삼양사가 넷스파와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활용한 자동차 내외장재용 플라스틱 생산을 예고한 바 있다.

에스티엔은 원양참치선망어업에서 사용된 후 방치되는 폐어망을 고품질 수산 기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탄소 발생 없는 친환경 업사이클 공법으로 제작되었고 로프 네트론, 기존 PP로프 대비 20% 이상의 강도와 3배 이상의 수명을 지녔다고 밝혔다.

▲ 사진=현대차 아이오닉 6
▲ 사진=현대차 아이오닉 6

현대차는 아이오닉 6에 환경적인 철학을 다량 입혔다. 수명이 다한 폐타이어 재활용 도료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도료로 입힌 내·외장 도색, 친환경 공정으로 가공된 가죽과 재활용 플라스틱 원단을 사용한 시트,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 스킨을 입힌 대시보드, 바이오 PET 원단으로 제작된 헤드라이너, 폐어망 재활용 원사로 제작한 카페트 등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곳곳에 녹여냈다.

박솔리 기자 solri@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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