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 엔저 현상 불구 수입 화장품 가격 여전…브랜드숍 할인 불구 영업이익 성장

 
 
“이러니까 사람들이 국산 제품을 못믿는거야!”

얼마 전 아내가 TV를 보다 꺼낸 말이다. 수출용차와 내수용 차량을 비교하는 한 고발 프로그램을 보던 아내가 수출용차와 내수용차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차이를 보고 분개한 것이다.

자동차 이외에도 당시 프로그램은 유아용품과 와인 등 다양한 제품들에 대한 가격의 허와실을 꼬집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다 화장품 전문기자로서 화장품 업계를 생각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과연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일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종의 화장품이 탄생하고 수십, 수백종의 화장품들이 선택 받지 못하고 이별을 고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구매하고, 화장품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제값을 주고 사고 있는 지는 늘 의문부호였다.

2002년 브랜드숍 탄생 이후 화장품 원가 공개라는 이슈가 화장품 업계를 강타했고, 이제는 중저가 제품을 소비자들이 전체 화장품 구매 고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화장품에 제값을 매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볼 맨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화장품이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전환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대변하듯 그동안 높은 관세가 붙었던 화장품은 FTA를 통해 관세 인하, 관세 철폐라는 변화를 맞았고, 국내 화장품시장의 주요 수입국인 유럽과 미국의 화장품 관세가 인하되었다.

또한 엔저 현상으로 일본 화장품의 수입 가격도 낮아졌고, 브랜드숍은 연일 할인 행사를 하며 소비자가격 그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최근 일부 수입사들이 화장품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지만 유럽과 미국을 원산지로 찍은 화장품들은 여전히 타 국가 대비 높은 수준의 화장품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세계 18개국 주요도시를 비교한 결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18개 국가 중 P&G그룹의 올레이(OLAY) 토탈 이펙트 크림(2위, 3만5000원), 로레알 선크림(2위, 2만5000원), 시슬리 선크림(4위, 20만원)이 비싼 순위 상위권에 랭크된 것.

또한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컨센트레이트 크림 50ml(15만5000원), 키엘 울트라 페이셜 크림 50ml(3만9000원), 시슬리 시슬레아 크림 50ml(43만원) 모두 한국이 18개국 중 9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엔저 현상도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 화장품의 경우 엔저 현상으로 일본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또한 일본에 진출한 일부 국내 브랜드숍의 경우는 블랙마켓 제품들의 경쟁 심화로 공급가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 일부 제품의 수출을 자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지난해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보인 브랜드숍들에 대한 가격 문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중 할인’이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브랜드숍들이 최근 할인 경쟁을 하고 있지만 브랜드숍들의 지난해 영업 이익이 높아졌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화장품을 제값주고 사자’는 원 취지를 생각할 때 브랜드숍의 저렴한 화장품들의 유통 마진 역시 최저 수준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브랜드숍들은 저렴한 화장품을 더 저렴하게 1+1, 또는 20~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브랜드숍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내려가야 한다. 가맹점 확대와 매장당 평균 매출 상승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영업이익의 상승 곡선은 무엇인가 의문점을 남긴다.

결국, 제품 가격이 상승했고 제품 출시 이전에 이미 할인을 생각하고 소비자가격을 책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또는 수출을 위해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조한 특판 제품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한 브랜드숍은 제품 출시와 함께 제품 출시 기념으로 1+1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본사와 가맹점의 할인 시 부담이 5대5라고 생각할 때 손해는 가맹점만 보는 경우다.

본사가 책정한 가맹점 공급 가격에 할인 가격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원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있다. 원료와 용기는 원산지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르고 용기가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 5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용기에서 가격을 낮추거나 원료 원산지를 바꾸는 경우, 또는 고가의 원료를 지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화장품의 퀼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 몇 년간 용기를 만드는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원가의 50%에 해당하는 용기 가격을 낮추는 것이 빠르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 등에서 용기를 수입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화장품의 원가 공개’라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브랜드숍의 원 취지는 이미 무색해진 것이 아닐까. 결국 브랜드숍 화장품 역시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수입사들도 국내 브랜드숍들도 할 말은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상승했고, 인건비가 올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입 화장품은 타 선진국에 비해 비싸고 브랜드숍은 여전히 치열한 할인 경쟁 중에서도 영업 이익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장품 전문기자로서 화장품산업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 산업이 이미지가 제품력 보다 앞서는 감성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한번쯤은 제값의 값어치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화장품 모델이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제품력만으로 승부하는 화장품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바람이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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