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지난 2월25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차기 국정운영 실현방안의 테마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새 박 대통령은 특히 취임 연설에서 ‘국민행복’을 자주 언급했는데, 언론보도를 보니 ‘국민행복’이란 표현을 12번이나 강조했다는 것이다.

국민행복은 당연히 모든 국민들의 소망일 것이요, 새 정부라면 당연히 제시해야할 국정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는 또한 나와 우리 ‘해피런’ 친지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기도 하며, ‘행복나무과수원’을 일구어 홍익인본주의를 실천하려는 우리 ‘해피런’의 존재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TV를 통해 대통령 취임식의 제반 과정을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보면서 새삼 감회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깨 너머로 선뜻 선뜻 스쳐 지나가는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5개년계획, 구로공단, 월남파병, 독일광부와 간호사, 중동건설 등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잘 살아 보세”를 회상시키는 영상들 때문이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 중 하나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들 유권자들은 6.25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부터 1966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이다.

이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한국 현대사의 실질적 주역으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큰 세대라고 한다. 또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의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 고령화 시대에 직면하여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첫 세대, 부모로부터는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자수성가해야 했던 세대라고도 한다. 박근혜대통령은 취임사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온 국민들에게 전하는 말일 것이지만, 그것은 마치 내가 지금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태백이라 하여 20대 태반이 백수이고, 삼팔선이라 하여 30대 후반부터 정리해고 대상이어서 퇴직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 20~30대들이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제발 배부른 소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부모들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살아온 지난날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중국과 동남아,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지에서 품 팔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몇 십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왜 그들이 한국에 왔을까? 대답은 단순하다. 그들이 일해 돈 벌 곳이 한국에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이라고 하면 취업할 수 없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환경과 대우가 좋은 근로조건의 직장만 찾고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업종은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학비가 없어 중학교조차 못간 사람도 많다. 집안의 가난에 떠밀려 15~16세 어린 나이에 객지 공장에서 ‘공돌이’ ‘공순이’ 소리를 들으며 밤낮으로 일하면서 먹지도 못하고 모은 돈을 고향의 부모님에게 부쳐 드려야 했다. 그 돈이라도 있어야 부모님들 약값을 할 수 있었고, 동생들 공부를 가르칠 수 있었다. 또 그 돈을 모아 닭도 사고 돼지도 키워야 고향 식구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한국에 일할 곳이 없었다. 3D업종이라는 ‘배부른 말’ 자체도 없었다. 월급 없이 밥 먹여주고 잠만 재워준다고 해도 젊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외국에 나가 월급을 좀 더 받을 수 있다는, 1963년 첫 독일 광부파견자 500명 모집에 4만6000명이 응시했다. 그들 중 50% 이상이 20대의 대학졸업자들과 중퇴자들일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우리나라에 변변한 공장 하나 지을 돈이 없어 독일로 직접 돈을 꾸러 가야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한국에 돈을 빌려주어 봤자 이자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고 기피했지만, 독일에는 1963년부터 그들의 3D업종에 취업한 우리나라 탄광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몇 백 명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인질 아닌 인질로 삼을 수가 있었다.

타고 갈 비행기도 없어 독일에서 보내준 항공기를 얻어 타고 독일에 간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루르지역 함보른 탄광을 찾은 것은 1964년12월10일. 그 자리에서 박정희대통령 부부는 젊은 광부․간호사들 350여명과 함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를 눈물로 불러야 했다. 그리고는 박정희대통령이 단상에 올라 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광원 여러분, 간호원 여러분. 모국의 가족이나 고향땅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로 생각되지만 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 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여기저기서 작게 흐느끼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 연설은 곧 끊어졌다. 본인 자신도 목메어 울어 버렸기 때문이다. 돈 꾸러 온 대통령이나 돈 벌러 온 광부․간호사들은 모두 스스로의 궁색한 처지들이 비슷한 실정이었다.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또 그 나라의 국민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나는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게 하겠습니다. 반드시… 정말 반드시…”

박대통령의 말은 떨려 결국은 끝을 맺지 못했다. 이내 대통령 부부와 광부, 간호사들이 서로 뒤엉켜 얼싸안고 울어야 했다. 독일 국빈방문 일정상 30분을 머무르려던 그 탄광 공회당을 빠져 나오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려야 했다. 대통령 부부는 눈물로 눈이 부어 독일 뤼브케 대통령을 바로보지 못했다. 칠순의 독일 대통령이 손수건을 꺼내 47세의 젊은 한국 대통령 눈물을 닦아주어야 했다고 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복으로 갈아입은 채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의 소망을 담은 복주머니를 열고는 청와대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그리고 청와대 입구에서 효자동․청운동 주민들과 33년 만에 반갑게 만나는 ‘인간 박근혜’의 미소 속에서 가슴 싸한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만일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렇게 총탄으로 잃었다면 어쩌면 나는 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월25일 국가의 새 지도자로 다시 국민 앞에 설 수 있었던 박근혜대통령의 모습에서 나는 다시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소망이야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던 복주머니 수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나는 ‘홍익인본주의’라는 단 한 마디로 요약하고 싶다. 국민 중심의 정책으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지도자의 진정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홍익인간’ 정신은 바로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박정희대통령이 서거한지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이제는 또 다른 시대다. 한때 특권과 반칙이 통했던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시대의 국론분열을 거울삼아 진정한 홍익인간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되도록 힘을 하나로 모아 주는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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