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재들의 개성 넘치는 향연, 패션의 새바람 예고

201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보다 주목할 점은 차세대 한국 패션의 핵심이 될 신예 디자이너 패션쇼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총 12명의 신진 디자이너가 참여했으며, 창의적이고 비전 있는 무대로 시선을 끌었다. 대한민국 패션계를 이끌었던 기성 디자이너의 무대가 아직 익숙하지만 대중의 시선이 이제는 신인에 대한 관심으로 관대해지고 있다.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이나 신진에게 열린 무대를 제공하는 등 K스타일 열풍과 함께 패션에서도 새바람을 예고하고 있는 것.

이번 신진 디자이너의 무대인 제너레이션 넥스트에서는 국내외 바이어, 프레스, 패션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패션의 미래와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감각을 살펴보자.

#계한희(KYE)-청년 실업과 홈리스에서 영감 받은 오버사이즈 룩

 
 
카이는 이번 시즌 청년 실업과 홈리스에서 영감 받은 오버사이즈 룩으로 파워풀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최근 가장 뜨겁게 각광받는 패션 사조를 집약한 컬렉션으로 박스 실사 프린팅, 그래피티, 포장지 컨페티 패턴을 이용한 다양한 유니섹스 의류를 선보였다. 또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디자이너 젬마 양(Gemma Yang)과 컬래버레이션한 슈즈와 백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엇보다 현란한 디지털 프린트였다. 실사 사진을 전사한 디지털 프린트는 최근 패션계의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이기도 하다. 더불어 감각적인 그래피티 프린트 역시 디지털 프린트와 어우러져 카이 특유의 스트리트 감각을 표현했다. 지난 시즌 국내는 물론 뉴욕과 런던의 셀렉트 숍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오버사이즈 바이커 재킷의 또 다른 버전을 선보였으며 지드래곤을 비롯해 투애니원의 CL, 미스에이 등의 셀럽들이 참석, 전도 유망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앞날을 축하했다.

#차하나(Hanacha) -프랑스 산업혁명 이후의 양분화된 사회 계층 표현

 
 
붓글씨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놓여진 캔버스를 런웨이 입구에 세팅해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Hanacha는 프랑스 산업혁명 이후의 양분화된 사회 계층을 표현했다. 재미있는 점은 고급 소재와 저렴한 소재를 믹스한 것인데, 실크와 캐시미어 울을 합성섬유한 믹스한 게 그 예다. 색상 조합도 눈에 띠었다. 블랙 베에지, 브라운의 모노톤에 버건디와 퍼플을 매치한 것. 특히 금속 액세서리, 드라마틱한 프린지, 그리고 동양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붓글씨 실크스크린 등을 곳곳에 녹인 점에서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엿보였다. 특히 2012 미스코리아 진 김유미가 피날레를 장식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박수우(SUUWU)-지형적 은유(Geomorphic Metaphor)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구조적이면서 건축적인 디자인을 추구해 온 수우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로저 페이텔슨(Loser Feitelson)의 ‘지형적 은유(Geomorphic Metaphor)’에서 영감 받았다. 소재로는 울, 저지 등의 소재가 쓰였고, 오렌지 컬러가 주된 색상이었다. 올 오렌지(All Orange) 룩이 런웨이를 대거 장식했지만, 카멜 컬러의 재킷&팬츠 또는 원피스 위에 오렌지 컬러의 베스트를 레이어링하거나, 카멜 또는 블랙 컬러와 오렌지 컬러를 투톤으로 사용한 원피스로 컬러의스펙트럼이 변주되었다. 특히 ‘지형적 은유’를 형상화한 펜던트를 모델들이 착용하거나 손에 들고 나와 컬렉션의 테마를 강조했다.

#박혜인(Tina blossom)-스코틀랜드 걸(Scotland Girl)

 
 
화려하고 불필요한 장식보다는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극도로 절제된 디테일을 통해, 여성의 부드러운 곡선 라인을 강조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해 온 Tina blossom. 스코트랜드 여행(Travel in Scotland)에서 영감 받아 스코틀랜드 걸(Scotland Girl)을 콘셉트로 하는 이번 컬렉션은 울, 캐시미어 등의 따뜻한 소재에 블루, 오렌지, 블랙, 그레이, 브라운, 카멜 등의 색상을 입힌 모던 레이디라이크 룩이 주를 이뤘다. 특히 선과 면의 분할로 그래픽적인 패턴을 연출한 미니 드레스, 인체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러운 실루엣을 드러내는 스커트,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실용적인 디자인의 코트 등은 디자이너의 실용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피스로 꼽을 수 있다.

# 구연주, 최진우(J KOO)-여유 있으면서도 미니멀한 실루엣

 
 
J KOO는 영국 정통 남성복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남성과 여성의 관계성을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로 남성 패션의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성 패션을 재창조해왔다.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J KOO의 이번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여유 있으면서도 미니멀한 실루엣을 특징으로 한다. 울, 인조 모피, 니트, 저지 등의 소재를 블랙, 그레이 컬러, 그리고 체크 패턴과 멀티 컬러 그래픽 패턴을 선보였다. 그러면서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레드와 골드 컬러, 앞 뒤 길이가 다른 비대칭 스커트로 위트를 가미하기도 했다. 시크하게 그러데이션한 스모키 아이와 누드톤에 가까운 옅은 핑크 메이크업으로 룩에 세련미를 더했다.

#김지상(ZSAINT)-심플하고 깔끔한 베이직룩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베이식 룩을 선보인 김지상 디자이너. 넓은 라펠의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가죽과 우븐을 함께 매치한 바이커 재킷, 슬림한 실루엣의 테일러드 팬츠, 집업 장식의 점프 수트로 역동적인 포인트를 주었으며, 특히 어긋난 듯한 라펠이 매치된 베스트가 흥미로웠다. 색상은 차분한 네이비와 그레이가 주를 이뤘다. 이 브랜드가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장식은 다름 아닌 단추! 단추의 다채로운 배열을 통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베이식 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장형철(ordinary people)-소년과 남자 사이

 
 
일상복과 밀리터리 디테일의 클래식한 조화를 베이스로 하는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를 표현한 이번 쇼는 기본기에 충실한 채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룩이 줄을 이었다. 특히 프레피 룩과 클래식 룩은  수년째 열기가 식지 않는 동시대 남성복의 가장 주된 테마. 아웃포켓 장식의 밀리터리풍 수트를 대거 선보였으며, 두툼한 케이블 니트 카디건을 아우터로 대신한 스타일과 케이블 니트 스웨터와 아웃포켓 장식의 울 팬츠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버클 장식으로 발목 부문을 조인 팬츠는 디자이너의 은밀한 위트를 상징하는 대목이었다. 현란한 시각적 효과 대신 베이식한 아이템에 약간의 트위스트를 주어 디자이너 느낌을 담아냈다.

박솔리 기자 solri@beautyhankook.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