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둔감해진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삶과 죽음을 고찰하다

 
 
연예인의 잇따른 자살, 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족의 자살, 인터넷과 매스 미디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자살은 이제 흔한 뉴스거리로 전락해 사람들의 흥밋거리가 된 지 오래다. 또 국내외에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자살을 권하는 사이트까지 속속 등장해 자살 방조자들이 활개를 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왕국’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높은 자살률을 자랑한다. 경제악화, 가정불화, 학업, 사회에 대한 불만 등 숨 막히는 사회의 구조와 어긋나는 감성의 부재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지난 2008년부터 대학로 삼형제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인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사이트 운영자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살에 둔감해진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하고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해보게 만드는 블랙코미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탓일까. 무대조명과 배우들의 의상, 분장까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나도 어둡다. 이 연극은 자살사이트 운영자 ‘안락사’와 정체불명의 여성 ‘마돈나’, 의문의 친구 ‘바보 레옹’이 이끌어 나간다. 본인이 개발한 수많은 자살상품으로 자살을 유도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안락사’와 실제 자살을 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인지 의문인 ‘마돈나’의 특출난 입담으로 정신없이 극은 진행된다. 배꼽 잡고 큰 소리로 웃으며 공연을 관람하다보면 ‘자살이 이토록 무거운 주제였던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미 자살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 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보면 ‘자살’은 고민할 가치도 없는 단순한 주제일 지도 모른다.

 
 
객석은 또 다른 무대다. 안락사는 마돈나에게 죽음 상품을 소개하며 관객을 가리킨다. 가까이만 가도 답답해서 죽는다는 ‘답답이’, 어떤 질문에도 영어로 대답해서 자존심 상해 죽는다는 ‘하버드’ 등의 상품이 모두 관객이었다. 배우들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그 자리에서 애드리브로 응수해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안락사의 죽은 전 여자친구를 회상하는 장면은 앞자리에 앉은 여성 관객을 직접 무대에 올려 재현 했으며, 남성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 ‘막춤’을 추게 하기도 했다.

‘스카이 다이렉트’, ‘줄 없는 번지점프’, ‘엎드려서 떡 먹기’, ‘샴푸의 요정’, ‘프리허그맨’ 등은 작품에 등장하는 자살 방법이다. 예를 들어 ‘샴푸의 요정’이란 아름다운 품명의 자살 상품, 샴푸를 먹고 입에서 거품을 뿜으며 아름답게 죽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름만 들으면 하나의 놀이 같아 자살하는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자세히 알게 된다면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안락사는 공연 내내 “목숨의 끝은 자신이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자살을 아름다운 것이라 숭배하고 찬양하기까지 하지만, 극이 끝난 뒤 자살을 생각하는 관객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웃던 관객 모두가 극장을 나서는 순간 이내 씁쓸한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이번 공연이 단순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한 면을 꼬집었기 때문은 아닐까?

마돈나는 “자살한 지 3년 만에 주변 사람들이 나를 까맣게 잊었다”고 토로한다. 그렇다.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 몇몇을 빼고 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기억하려고 하겠나? 자살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이 끝이다. 삶에서 극복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기한 것이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줄 평 : 배우들의 과한 액션과 표현력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 듯...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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