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EU 화장품 수입 증가…국내 생산량 감소 전망

 
 
최근 정부가 중국과의 FTA 진행을 선언하면서 앞서 체결된 한ㆍ미 FTA(212.3.15 발효)와 한ㆍEU FTA(2011.7.1 잠정 발효)로 인한 국내 화장품시장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와 농산물 등 핵심 현안들에 밀려 특별한 교섭 없이 처리된 화장품 분야가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어 FTA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고 있는 상황이다.

FTA 체결, 화장품은 손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은 미국과 EU 양국과의 FTA체결로 화장품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과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화장품 선진국으로 이미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331억6300만불로 국내 시장의 8배에 달하는 거대시장이지만 매년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화장품 규모는 전체 수입액의 23%를 넘고 있다. 반면 미국에 수출되는 국내 화장품 규모는 전체 수출액의 9.7%에 불과해 일방적인 수입 구조가 되고 있다.

브랜드력에서도 우리나라 화장품과 미국은 비교조차 힘들다. 2008년 기준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링크된 미국기업은 P&G와 에스티로더를 비롯해 무려 33개인데 반해 우리나라 기업은 2010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3곳에 불과했다.

 
 
EU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회원국 27개국으로 구성된 EU의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761억불로 우리나라 화장품시장 규모의 17.4배에 달하고 있으며 2011년 기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EU의 화장품 수입액은 3억9720만불로 전체 수입액의 39.6%에 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화장품이 EU에 수출되는 금액은 약 1191만불로 전체 수출액의 1.6%의 비중을 차지해 EU역시 일방적인 수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화장품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제품의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도 EU는 화장품 제조기업 중 9개사가 순위에 올랐을 정도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인지도 저조!

 
 
2007년 전세계 24개국 4260명을 대상으로 코트라에서 실시한 국가 브랜드 맵 조사에서도 화장품하면 떠오르는 국가에 대한 응답 중 35.3%가 프랑스를 꼽았으며 한국이라고 답한 이들은 7.3%에 불과했다.

특히, 유럽지역 응답자 중 무려 95.9%가 화장품하면 떠오르는 한국기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이미 승부가 힘든 시장 구조임에도 이들 국가와의 FTA에서 국내 화장품이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FTA체결로 이들 국가와의 관세철폐가 결정되었지만 이미 우리나라 화장품 대부분이 이들 두 곳에서는 무관세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8%의 관세를 받아 왔지만 이마저도 2009년 1월1일부터 세계무역기구협정 등에 의한 양허관세 규정에 따라 미국 화장품의 관세는 현재 6.5%(EU는 FTA협정에 의해 기준관세율에서 양허 유형이 고려되어 산정됨)가 되었으며 미국과 EU가 약간은 시기가 다르지만 FTA협정에 의해 기초화장용 제품류가 10년간 관세철폐가 연기되었을 뿐 대부분이 제품류가 즉시, 또는 3년 안에 철폐되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대부분의 제품이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던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FTA로 인한 관세혜택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방적인 수입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철폐는 오히려 미국과 EU의 새로운 브랜드 진입, 현 진출 브랜드의 관세절감액을 통한 마케팅 및 판촉 투자 확대로 국내 판매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EU의 FTA협정이 본격적으로 발효된 지난해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수입화장품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유명 수입화장품이 대거 모여 있는 백화점 채널에서 미국과 EU화장품들의 매출이 대부분 상승했으며 특히 미국 대표 화장품기업인 P&G, 에스티로더 그룹의 브랜드들과 EU 대표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의 브랜드들이 크게 선전했다.

5년간 1817억원의 화장품 생산 감소 예상
지난 5월25일 코엑스에서 ‘화장품산업의 환경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화장품협회 세미나에서도 한의학정책연구원 조재국 원장은 미국, EU과 체결한 FTA가 국내 화장품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관세철폐에 수입 화장품사들의 마케팅이 공격화되면서 국내 시장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던 중저가 유럽 브랜드들과 이탈리아 등 비 프랑스산 화장품이 대거 국내 시장 진입이 점쳐지고 있어 고가 시장은 물론 중저가 시장에서도 수입사들과 국내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한 수입화장품들이 백화점은 물론 방문판매, 다단계,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유통경로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국내 영세화장품 업체의 도산, 고용감소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무역 수지 적자폭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물론 국내 화장품산업은 5년간 1817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조 원장은 이러한 시장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대응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R&D 투자 및 재정적인 지원,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수출 대상국 다양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R&D 지원이 실제는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규모가 작아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제도 개선에서도 중소기업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진행한 R&D 지원 분야인 글로벌 신소재 발굴과 융합기반기술 개발, 미래유망 화장품 개발, 화장용품 개발 등에서 선정된 곳은 대부분은 대학교들이었으며 화장품 기업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화장품은 FTA 이전에도,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제약과 의학 분야에 밀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피부로 느끼는 것은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편 데이터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약 42억불로 세계시장에서 약 1.9%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대한화장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화장품 제조사 수는 773개사이며 생산실적은 약 6조원, 수출실적은 7억6100만불이다.

반면 수입업자는 1105개사이며 수입실적은 10억400만달러이며 매년 수입화장품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산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은 63%에서 59%로 감소한 반면 수입화장품의 비중은 37%에서 41% 증가했으며 앞으로 그 수치는 더욱 좁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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