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금기시 되던 군대, 남자, 아빠 이야기가 대세~

금지어가 있었다. ‘군대 얘기’, ‘축구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여성은 공감할 수도, 재밌지도 않은 지루한 일화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 친구나 회사 여 동료에게 얘기를 꺼냈다가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방송은 유행을 생성해내고 시청자를 얼마나 동화시키느냐에 따라 인기가 판가름 난다. 이런 의미에서 군대 이야기나 남자의 도전은 ‘우정의 무대’나 ‘무한 도전’을 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남자 이야기로 뜨겁다.

부성애와 모성애를 동시에 자극하는 MBC ‘아빠어디가’, 5박 6일 군대생활 체험기 ‘진짜사나이’, 기러기아빠를 포함해 혼자 사는 남자들의 리얼 다룬 ‘나혼자산다’, 군대에피소드를 패러디한 tvN의 ‘푸른거탑’등 남자의 인생에서 겪었을, 또는 겪어야할 에피소드로 예능을 채우고 있다.

인기요인은 예능 시청자비율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높다는 점이며 리얼리티를 앞세운 공감요소를 최대한 살렸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에 있다고 분석된다. 또한 추억과 향수 등 감동적인 요소도 빼놓지 않고 양념으로 섬세한 감정터치도 담기 때문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남성들은 회사나 학교에서 이런 예능 프로그램 에피소드로 공통 화제가 생겨 더욱 화기애애한 휴식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후문이다.

#남자와 아빠사이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의 20~30대는 군대, 자취, 결혼으로 이어진다. 보통 20대 초반에 군대에 다녀오며 학교나 회사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경우가 많고,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남자들의 결혼이 보통 순서이기 때문이다. 같은 남자들도 입을 모아 말한다.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진정한 남자가 된다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독립심이나 인간적인 성숙도 군대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억을 줘도 다신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안갈 수 있다면 가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한번은 다녀와도 좋다는 아이러니한 대답을 한다. 이렇듯 진짜 남자로 태어나서 갖은 고생을 하고,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며 직장을 갖고, 아빠가 된다.

그동안 남자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책임감과 무게는 증가하고 가끔 외면도 하고 싶지만 현실을 회피할 수는 없는 것. 어쨌든 남자는 진짜 사나이가 되기 위해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청춘을 희생하는 것은 분명하며 제대 후 삶도 순탄치 않고 현실의 벽과 계속 싸워야함은 살아가기 위한, 또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우정의 무대’를 넘어선 웃음과 감동
군부대를 찾아가 각종 게임과 공연으로 군인에게 사기 충전을 해주고 하이라이트 ‘그리운 어머니’ 코너에서는 전 국민 눈물 바람을 일으켰던 ‘우정의 무대’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제작 8년만인 97년 폐지되었다. 이후 군대 소재나 남자를 주제로 기획된 예능이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무한도전’ 탄생은 전 국민을 들썩이게 했다. 현재까지 예능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다시 살아나는 ‘남자이야기’는 화제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MBC ‘아빠어디가’를 통해 빵 터진 부자, 부녀 이야기는 방송 첫날부터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더욱 신선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MBC 5박 6일 군대생활 체험기 ‘진짜사나이’는 실제 군대생활을 체험함으로써 묘한 동질감을 주고 있다. 기러기아빠를 포함해 혼자 사는 남자들의 리얼 다룬 MBC ‘나혼자산다’는 혼자사는 남자의 애환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외롭지만 꿋꿋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나가는 허술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군대에피소드를 패러디한 tvN의 ‘푸른거탑’은 롤러코스터 속 작은 코너로 시작됐지만 큰 인기를 끌며 따로 편성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내무반 생활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긴장감도 놓지 않아 군생활의 악몽을 다시 떠올려줌과 동시에 향수마저 자극하고 있다.

#역시 ‘먹방’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기본적인 욕구도 놓치지 않는 ‘먹방’이 요즘 대세다. 훈련과정이나 힘든 산행 뒤 먹는 달콤한 식사, 그리고 대가성 음식은 먹는 이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겠지만 보는 이도 군침을 돌게끔 만들어 준다. 대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아빠 어디가’의 윤민수표 ‘짜파구리’는 아들 윤후의 신들린 듯 먹는 모습이후로 시청자 역시 한번쯤 시도해 제조업체는 역대 월매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방송에서 성동일 아들의 뽀글이 흡입도 라면 구매 욕구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군대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말로만 전해 듣던 군대리아, 전투식량, 칭송을 아끼지 않던 맛스타 등 방송을 통해 접한 군대음식은 남성들에겐 향수로, 여성들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군대리아는 햄버거로 시중 패스트푸드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박한 재료들로 이루어졌지만 그 맛이나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듯이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훈련 뒤 마시는 달콤한 맛스타나 발열팩으로 데워먹는 전투식량도 고급 경양식 못지않게 맛있다고 외친다. 실제 방송 후 군대음식은 각종 포털사이드 상위에 떠오르기도 했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대한민국 남자가, 남자로서 살아가는데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외치고 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하고 있을 이 땅의 남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박솔리 기자 solri@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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