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우리 사회가 지금 갑(甲)의 저속한 매너와 실종된 리더십으로 인한 ‘집단 스트레스’로 활력을 잃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일 할 맛이 안 난다고까지 말한다. 서푼짜리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을(乙)을 괴롭히는 ‘갑’의 횡포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갑’의 낯 뜨거운 행동은 정말 볼썽사납다.

국책기업이라는 포항제철의 계열사 상무가 항공기 여승무원에게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끓여 오냐?”며 폭력을 휘두르질 않나, 중견 제빵업체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차를 빼달라는 50대의 호텔 현관서비스 지배인에게 “사람을 몰라본다”며 폭행하질 않나…

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고위 공무원이 대통령과 함께 떠난 미국대통령 방문 길에 20대 여성 인턴을 속옷도 안 입은 채 술자리와 호텔로 불러내 성추행을 벌여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질 않나, 식품업계 대재벌인 남양유업의 30대 영업사원이 50대 대리점 사장에게 강압적으로 “물건을 많이 주문해가라”며 “죽고 싶냐?”고 폭언을 서슴질 않나…

시쳇말로 촌놈들일수록 텃세를 부린다고 한다. 그렇듯 정말 찌질이들이다. 못나고 못났다. 저런 사람들을 한 때나마 믿고, 그들을 사회 지도층이라고 인정해온 것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인 셈이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는 저런 일들이 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런 사람들은 자기보다 낮아 보이고, 힘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띄면 바로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네가 감히 내 말을 안 들어?” 하는 식으로 알량한 끗발을 내세우고, 윽박지르며 자신에게 순순히 굴복할 것을 강요한다. 이들은 마치 기생충처럼 약자의 영양분을 빨아대면서 자신이 ‘을’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자처럼 행동하려 든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장 강하게 나오는 찌질이 ‘갑’에게 자존심을 죽이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을’이다. 그들은 항공기 여승무원처럼 “무조건 고객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직무나 그 위치에 있는 ‘상대적 약자’들이다. 자칫 찌질이들에게 잘못 보이기라도 하면 무엇인가 해코지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아니꼽고 더러워도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런 사회적 부조리를 극복하고, ‘을’이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는 홍익인본주의의 필요성을 처음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IMF사태로 나라경제가 부도에 몰린 1990년대 말부터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에 들어와 상생의 방법으로 홍익인본주의 리더십, 즉 ‘홍익 리더십’의 사회적 확대를 보다 구체화시키기 시작됐다.

그것은 우선 불법 다단계판매 추방을 위한 길이었다. 또한 불법 다단계판매 피해자들인 ‘을’에 대한 구제의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다단계판매 업계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IMF가 몰고 온 약육강식의 사회분위기에서 철저하고도 조직적으로, 또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을’을 짓밟는 행위들이 만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 지식인들이 찾아낸 해법이 바로 우리 민족의 공동체정신이었다.

그들은 상생과 공존을 말했다. 이때부터 우리를 돌아보자는 각성이 크게 일어났다. “우리 본래의 착한 심성으로 돌아가자”며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복본(複本)사상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믿음으로 유전되어 온 민족의 혼, 즉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울림이었다.

유경문 교수(서경대, 경제학)가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발전을 위한 최우선의 전략은 국민의 올바른 정신자세의 확립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그 대답이 바로 홍익인간 정신”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도 그때였다.

경제학 교수답게 그는 갑과 ‘을’이 함께 IMF를 극복하고 모두가 먹고살기 위한 답은 적극적인 외자유치, 경제구조 조정, 시장경제 활성화와 같은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4월 ‘홍익인간 사상과 경제’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함이라는 홍익인간 사상이 우리 삶의 철학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고 일상생활의 기본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세계 강대국의 하나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영훈 교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정치학)도 당시 “공동체주의적 홍익인간 사상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및 목적가치로의 지위를 저해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속성을 지닌다”고 선언했다.

그는 2002년2월 발표한 ‘한국인의 정체성과 홍익인간 이념’이라는 논문에서 홍익인간 사상은 “가령 신에 대한 맹종을 요구하는 신본주의나 물질가치를 중시하여 인간을 수단시하는 유물주의-물질만능주의와 동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익인간은 소수가 독점하며 다수를 소외시키는 체제나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제도를 거부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하여 봉사하는 삶을 추구하며, 구성원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자비를 실천하는 삶을 지향한다”며, 이 같은 ‘특유의 덕성’을 가진 것이 바로 ‘인간이 주인이자 목적으로 존중되는 복된 공동체를 지향했던 사람들’이고 ‘동이(東夷)민족’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민족의 길’이 바로 내가 추진해온 ‘홍익인본주의’ 시민운동과 같은 방향이었다. 나는 조직이나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리더일수록 ‘홍익 리더십’으로 ‘을’을 이끌어주기를 호소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의 교내신문(2011년9월)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촉(蜀)나라의 유비(劉備)에 대해 부하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그 의견에 따르는 ‘서번트(Servant)형 리더’라는 평가를 내렸다.

유비는 오(吳)나라의 손권(孫權)이나 위(魏)나라의 조조(曹操)에 비해 지략이든 무용이든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부하들의 말을 잘 경청할 줄 알고, 몸을 낮추었기에 그를 큰 그릇처럼 여겨지게 했다. 그래서 신하들은 그를 경계하지 않고 소신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렇듯 섬기는 리더십이 유비가 의리 있는 리더의 화신으로 지금까지 추앙받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인 지난해 11월27일 한 여론조사 기관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18대 대통령의 자격’을 조사한 바 있었다. 그중 응답자가 지적한 가장 중요한 순위대로 15개 항목을 뽑았는데, 1위는 ‘을(乙)의 자격’이 있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일지라도 최고 권력자가 되어 군림하는 수퍼 갑(甲)이 아닌, 5년 계약직 피고용자 신분인 ‘을’이 되어 자신을 낮추고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같은 ‘서번트형 리더십’을 갖추어야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감이라고 본 것 같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을’에 대한 ‘갑’의 섬김 정신이다. 1977년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가 저술한 책이름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하는데, 당시 국내에서는 ‘섬기는 리더십’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기본적으로 ‘홍익 리더십’과 추구하는 면은 같다.

앞에서 말한 찌질이들의 추태에서 보듯, 결코 아무나 리더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리더라면 조직원을 먼저 배려하고 행동해야 한다. 내가 만일 그렇지 않고 자격 없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나나 조직 모두에게 큰 해가 될 것이기에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2012년 서울 독산동으로 회사를 이전함과 동시에 ‘대표이사실’이라는 내방의 문패를 떼고 ‘섬김이방’이라고 붙였다. 명확히 나를 각인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나를 포함해 조직구성체 내의 모든 리더들이 ‘홍익 리더십’으로 재무장하자는 선언이다. 그것이 실현되면 우리 회사는 곧 세계적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설 것임을 나는 분명히 확신한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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