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한방화장품 등 법제화, 기초 데이터 마련이 먼저

 
 

최근 몇 년 간 국내 화장품시장이 성장세를 이어 온 가운데, 화장품 유형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업계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화장품으로 분류되었지만 그동안 국내시장에서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가이드라인을 통해 광고, 표시를 규제하거나 했던 한방화장품과 유기농화장품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유형을 법제화 하는 방안들이 논의 되고 있는 것.

특히 유기농화장품은 식약처가 올해 하반기 관련 고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혀 향후 시장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 화장품 유형 확대가 업계나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한방화장품이나 유기농화장품, 나노화장품 등의 관련 정의 및 기준 등이 정해지면 사업을 하는 이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방화장품이나 유기농화장품 등은 국내시장 규모는 컸지만 정확한 정의나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선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 온 한방화장품이 해외 허브화장품들과 차별화되고, 수출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입장에서는 관련 정의와 기준이 만들어질 경우 자칫 규제로 작용해 사업 환경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출의 경우도 국내 화장품 유형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세계적인 규정과 다른 부분이 많아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례로 한방화장품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의 부분에 대해서 업계나 학계 모두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매번 화장품 분야의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품목으로 거론되었지만 정확한 정의나 규정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방이란 말 자체가 한의사들 사이에서부터 정의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화장품 역시 마찬가지다. 유기농화장품에 대한 우리나라 가이드라인과 해외 유명 인증 단체들의 규정이 다르다. 해외 유명 인증 단체 규정들 역시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물론, 유기농화장품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국제 표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것을 국내 산업에 적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 세계 화장품 선진국들의 규정 중 하나를 선택해 따라가거나 우리만의 규정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할 뿐이며, 사후 관리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시장 흐름과도 맞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화장품법 역시 세계 흐름에 따라 2012년 전면개정 되면서 사전 관리에서 사후 관리 체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신들이 출시한 제품에 대한 명확한 증빙 자료를 보유하고 사전이 아닌 사후에 관리 받고, 문제 발생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만 있는 기능성화장품 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기능성화장품 제도 역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전 관리가 아닌 사후 관리를 한다는 측면에서 선행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향후 지속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능성화장품 제도가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한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도 이 제도가 해외 유명 수입화장품 브랜드를 방어하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세계시장 진출을 놓고 보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기능성화장품 제도는 우리나라 산업 보호 측면이 강하다. 일종의 화장품 무역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내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절대적인 시장 장악력을 보이고 있는 한방화장품 규정 마련 시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한방화장품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겠지만 학계와 업계가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는다 해도 해외 브랜드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식으로든 기준이 만들어질 경우, 우리나라만이 갖는 한방화장품이란 강점은 비슷한 문화권에 있는 중국이나 일본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물론 화장품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인기 브랜드에서 만든 한방화장품과 대결 구도를 벌여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한방화장품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을 국내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반대로 유기농화장품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70% 이상을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규정이 만들어질 경우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느냐’는 말처럼 미리 발생하지도 않은 문제 보다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고 산업화의 틀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화장품 유형 확대와 정립을 위한 정책적 기반 마련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국내 화장품 업계에 지속적으로 대두되었던 한방화장품이 아무런 정책적 기반 마련을 여전히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방화장품의 규정 마련이 업계와 학계 간의 의견 충돌로 지연되고 있는 것만이 문제 이었을까.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방화장품의 규정을 만들지 못한 것은 한방화장품을 해외 시장에 내놓았을 경우 과학적으로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과 함께 해외 허브화장품들과 차별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한방화장품들은 여전히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슷한 문화권인 일본에서 조차 성공하지 못했고, 중국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초 데이터, 임상 및 연구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콘셉트만 차용한 한방화장품은 분명 성공할 수 없다.

어떤 유형이든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이 제품이 여느 제품과 다른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한방화장품에 들어간 홍삼과 일반 화장품에 들어간 홍삼, 기능성 원료, 한방화장품의 발효와 일반 화장품 발효 등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작용하고 이들을 비교했을 때 어떤 우수성이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 화장품의 경우, 의사가 직접 개발한 화장품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OEM사에 의해 만들어진 화장품인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들인지, 일반 화장품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러한 증명과 설득은 우리나라 국민을 넘어 문화가 다른 세계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는 연구개발보다 트렌드에 부합되는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이 제품들은 가격 경쟁으로 시장이 없어지는 고배를 마셔야 한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마케팅 한번이면 없어질 수 있는 것이 트렌드 제품의 숙명이다.

무조건적인 화장품 유형의 확대 보다는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만이 갖고 있는 차별성과 강점을 육성하기 위해 세계를 이해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연구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 득과 실 등을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엇갈린 의견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기초 데이터 구축에 노력하는 업계가 되길 기대해 본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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