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선밤, BB크림 이어 진동파운데이션, 에어쿠션, CC크림 등 ‘미투’ 봇물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최근 화장품 업계는 이른바 ‘미투 제품 전성시대’를 만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제품들이 줄어드는 반면 이른바 트렌드 제품들이 미투 제품 형태로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화장품 업계에는 ‘원조’, ‘최초’라는 말 대신 ‘진화’, ‘업그레이드’라는 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성장세를 달리던 시장이 일시에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아이디어 제품을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투 형태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도 생겨날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은 2002년 브랜드숍 등장 이후 화장품 OEM 생산이 일반화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미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시장 특성상 제품 제조시 향만 바뀌어도 다른 제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OEM사라면 누구나 손쉽게 미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오랜시간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발 빠르게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되는 제품을 개발, 이른바 ‘대박’ 성과를 내는 홈쇼핑 브랜드들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독자적인 제품 개발 보다는 트렌드 제품을 미투 제품 형태로 출시하는 것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이 마몽드 브랜드로 BB크림을 생산하기까지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진동파운데이션이 나오는 것은 6개월만이었다. 트렌드 제품이 발 빠르게 출시되는 최근 추세를 생각하면 늦은 것이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1위 기업이란 자존심을 생각하면 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이다.

미투 제품 언제부터 유행했나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화장품 시장 형성이 늦었던 국내 화장품 산업은 그동안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카피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미투 제품 확대 시기는 2008년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선밤’부터로 분석된다.

당시 선밤은 밤 형태의 자외선차단제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단일 품목으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화장품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브랜드숍은 물론,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잇달아 미투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블레미쉬 밤을 저렴한 가격에 변형시킨 BB크림이 등장하면서, 선두 OEM사 한 곳에서 50개가 넘는 브랜드의 BB크림을 생산할 정도로 미투 제품들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를 기점으로 백화점, 로드숍, 홈쇼핑 등 소위 ‘대박 상품’으로 분류되며 매출이 높아지는 제품을 비슷한 형태로 출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틴트, 프라이머, 황토팩, 스팀크림, 발효 에센스, 미스트, 진동파운데이션, 에어쿠션, CC크림 등 시즌별 히트 제품들이 잇달아 미투 제품 형태로 출시되어 왔다.

이미 BB크림은 국내 대부분의 모든 화장품사들이 출시할 정도로 일반적인 제품이 되었으며, 프라이머나 틴트, 황토팩, 스팀크림은 어떤 기업이 최초인지도 명확하게 증명되지 못할 정도다.

2008년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가 출시했던 에어쿠션 제형의 제품도 최근 특허 출원 및 등록 등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미투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CC크림은 국민 브랜드가 될 정도로 일반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CC크림은 지난해 4월 피현정 뷰티 디렉터가 개발해 론칭한 이후 같은 해 10월 이례적으로 수입화장품사인 샤넬이 출시했고, 올해 2월 키엘, 헤라, 오휘 등 백화점 브랜드에서 미투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후 토니모리, 바닐라코,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화장품 브랜드숍을 중심으로 확대되며 최근에는 CC크림이 없는 화장품사를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또한 지난해 미샤가 SK-II와 에스티로더의 에센스를 미투 제품 형태로 출시하며 품질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품평 결과를 발표하고, 품평을 제안하는 등의 마케팅을 전개해 화제가 되면서 미투 제품은 마케팅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투 제품, 문제는 없나

 
 

미투 제품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 과열로 저렴한 가격에 트렌드 제품을 구매하고, 다양한 유통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날 수 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작용도 발생했다.

우선 미투 제품은 성장세에 있었던 시장을 한순간에 없애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일례로 2008년 국내 화장품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선밤과 토털솔루션 시장은 미투 제품들의 가격 경쟁 과열로 1년만에 시장이 없어지는 결과를 만들었으며 지난해 상반기 큰 인기를 누렸던 진동파운데이션도 단 한시즌만에 종적을 감추었다.

유통별로 1+1 등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스테디셀러로 가는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 BB크림을 잇는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며 인기를 얻고 있는 CC크림도 비슷한 상황이 되고 있다.

4~5만원대 고가로 시작했던 CC크림아 브랜드숍 시장으로 확대되며 2만8000원대로 감소했다 최근 1만4000원대 제품들의 출시 등 미투 제품들의 1+1 행사 경쟁 등으로 1만원대 시장으로 전환된데 이어 제품 판매량이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1/4분기 이후 CC크림의 TV 및 지면 광고들이 줄고 있으며, 화장품사들이 주력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미투 제품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장에 진출한 신생기업이나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중소기업들의 성장세를 답보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일례로 스팀크림을 처음 국내에 도입했던 포이보스걸은 홈쇼핑 방송 2번만에 막대한 광고 마케팅으로 무장한 미투 제품에 밀려 선두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처음으로 진동파운데이션을 론칭했던 한경희뷰티도 ‘원조’의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향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제품이 되기 때문에, 철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미투 제품을 막을 수 없다”면서 “미투 제품은 어떻게 보면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세를 이끄는 것이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연구개발에만 노력하는 기업들을 죽이고 국내 화장품시장의 퇴보를 이끄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투 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원조’, 또는 ‘최초’라는 수식어로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판매하며 이른바 ‘전설이’ 된 기업들의 제품들도 적지 않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의 ‘윤조 에센스’와 아이오페의 ‘레티놀TX’, LG생활건강 후의 ‘기앤진 크림’, 오휘의 ‘오리지널 에너지 100 에센스' 등이 대표적이며, 해외 수입 브랜드로는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랑콤의 ‘제니피끄’, 베네피트의 ‘틴트’, DHC코리아의 ‘딥 클렌징오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 스테디셀러 제품은 오랜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제품 리뉴얼, 그리고 경쟁사들의 미투 제품 봇물 속에서도 집중적인 마케팅 방어 등으로 현재까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최근 마케팅이 제품력보다 매출 상승에 더 높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명한 소비자들은 함유된 성분, 원조만의 차별성 및 전문성 등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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