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한중일 동양3국 중에서 한국은 ‘작은 나라’다. 한국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당연할 것이고, 스스로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 역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 한국은 동양에서만 ‘작은 나라’가 아니다. 세계에서 ‘작은 나라’다.

하지만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관이었던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 1910~1990)는 이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1960년에 공저로 발표한 ‘동아시아 : 위대한 전통(East Asia : The Great Tradition)’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역사에서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은 나라’가 아닌 이유는, 한국인들에게 존재하는 정신의 DNA인 신명(神明)때문일 것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바람 문화’를 창조해내는 그 신명이다. 서울대 이면우 교수는 이를 ‘W이론’으로 정립했다.

‘W이론’은 우리의 전통적 기질인 신바람과 흥을 산업현장과 우리 생활에서 불러 일으켜 위기 상황을 획기적으로 돌파해 나가자는 주장이다. 그는 1992년에 ‘W이론을 만들자’를 발표했고, 1995년에는 ‘신사고이론’, 1998년에는 ‘신창조론’을 발표하면서 신명(神明)나는 한국의 문화를 강조했다.

‘문명의 대충돌’을 기록한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1927~2008)은 2001년9월 펴낸 ‘문화가 중요하다(Culture matters)’라는 그의 저서 서문에서 한국의 발전은 ‘한국의 문화(culture)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적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문화’는 무엇인가?

바로 ‘한국인들의 검약, 투자, 근면,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이 하나의 가치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발전 지향적 문화’라고 밝혔다. 이면우 교수가 지적한 신명(神明)의 문화와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최고 빈곤국가 대열에 단골로 끼던 한국이 “어떻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라는 것은 국제 학계에서도 연구과제가 되어 있었다. 새뮤얼 헌팅턴은 아프리카 ‘가나’와 ‘한국’에 관한 자료를 검토하다가 “깜짝 놀랐다”고 <문화가 중요하다>라는 책 서문에서 고백했다.

1961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P)은 82달러 수준이었다. 당시 가나의 1인당 국민소득이 197달러였으니,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의 최빈국이었다. 오직 논밭 갈아 땅 파먹고 살아야 하는 농업의존 경제구조 등 거의 모든 산업지표에서 당시 한국은 가나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은 점이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새뮤얼 헌팅턴이 보니 그로부터 30년 후 한국은 1인당 GNP가 가나의 15배나 되는 산업 강국으로 자라 있었다. 한국은 이제 가나의 비교 대상 국가가 아니었다.

“이 엄청난 발전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새뮤얼 헌팅턴의 연구는 시작되었다. 그 해답을 찾는 것이 바로 새로운 2000년대 밀레니엄 시대를 맞는 미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일이지만, 그 ‘엄청난 발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헌팅턴 등 하버드대학 연구자들이 찾아낸 열쇠는 바로 ‘문화(culture)’였다.

그들이 정의한 문화는 “한 사회 안에서 우세하게 발현하는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 전제조건” 등인데, 한국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발전 지향적 문화’를, 가나는 ‘발전 저항적 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라고 헌팅턴은 말했다.

헌팅턴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학자로 인정을 받게 된 계기는 1996년에 발표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때문이었다. 그는 전 세계 국가 간 충돌이 이념이 아닌 문명과 종교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헌팅턴은 그 책 서문에서도 1960년대 한국과 가나의 경제적 수준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30년이 지난 뒤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반면 가나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내용을 적었다. 한국인의 근면성, 검소함, 교육열 등 문화적인 요소가 국가 간 발전 차이를 유발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헌팅턴은 세계문명을 ▷서구(미국과 유럽) ▷라틴 ▷이슬람 ▷아프리카 ▷그리스정교(러시아) ▷힌두 ▷중화(유교) ▷일본 문명 등 8개 권역으로 분류했다. 일본을 별도의 문명으로 본 것은 일본의 민속신앙 신도(神道)를 일본의 고유한 종교문화로 인정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팅턴 역시 한국은 중화(유교)문명이나 일본문명의 아류 정도로 본 듯하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한국은 중국의 패러디”라고 했으며, 라이샤워(Reischauer)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국 문화의 한 변이형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에 대해 안동대 임재해 교수(민속학)는 일본은 자신들의 민속신앙도 대단한 것으로 인정하고 세계에 알리지만, 우리나라의 학자들은 스스로 자국의 정신수련 방식이나 전통신앙 대부분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샤머니즘’으로 비하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명(神明)의 우리 문화 자체를 우리 스스로 과소평가한다면, 외국의 학자들이 한국 문화를 연구하고 싶은 의욕에 크게 떨어지거나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헌팅턴이 감탄한 한국문화의 원형, ‘신바람’의 그 ‘신명’은 한국인의 DNA다. 그래서 그런 유전인자를 가진 한국인들을 천손민족(天孫民族)이라고 말한다. 그런 인간은 육체가 있는 사람이고, ‘신명’은 육체가 없는 사람이다. 종교적 영혼(기독교나 불교 등)은 죽어서 존재하는 것이지만, 한국적 ‘신명’은 살아서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정신이 있다.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신명을 깨우는 작업이다. 이를 일컬어 시인 김지하는 홍익인간의 부활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의 신도(神道)가 아무 대상에서나 신명을 찾기 때문에 우상숭배라는 비판을 받지만, 한국인의 홍익인간 정신세계는 내 속에 있는 나의 발견 작업이기 때문에 정신과학이다.

그렇듯 한국이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닌 것은 바로 한국인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신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바람과 흥을 일으키는 그 신명은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가장 크게 발휘된다.

지구상에는 귀계(鬼界) 신계(神界) 선계(仙界) 등 3가지 부류의 공동체 집단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것이 결국 그 집단의 문화를 결정하게 된다.

귀계(鬼界)는 말 그대로 귀신, 즉 우상을 숭상하는 집단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사례다. 인류 역사에 태양신 숭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동양3국 중에는 일본의 경우다. 그래서 일본은 살아있는 천황마저도 신으로 숭배한다. 90%의 일본인이 신으로 믿는 ‘인간 천황’은 일본에서는 기독교의 하느님과 동급이다.

신계(神界)는 인간과 신을 분리, 인간은 절대 신이 될 수 없고 다가갈 뿐이라고 믿는 집단이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오직 신에 의해 창조되었을 뿐 하느님의 아들은 예수뿐이다. 그래서 창조된 자신들은 신에 의해 구원(보호)받는다는 선민(選民)사상을 갖고 있다. 중국의 중화사상도 선민사상에 속한다. 자신들이 오직 천하의 중심이다.

선계(仙界)는 신(神)과 인간의 합일사상(合一思想)을 가진 집단이다. 하늘[天]이 내 안에 내려와 있기 때문에 천손(天孫) 민족이다. 동양3국에서는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이 이에 속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해야 한다. 천손(天孫)사상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이 천손민족이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홍익인간은 사르트르(Jean P.C.A Sartre. 1905-1980)가 추구했던 신인류(新人類), 즉 네오휴먼(Neo-Human)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시인 김지하의 지적처럼 사람 안에 천지와 우주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홍익인간의 사상적 기초다.

홍익인간은 유익(有益)을 홍포해야 한다. 그 유익은 사랑, 자비, 혜택, 해방, 완성, 풍요이다. 유익은 무한확장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것은 자신을 위하기도 하고, 남을 위하기도 한다. 그것이 헌팅턴과 하버드 대학의 연구자들이 찾아낸 ‘한국의 신명 문화’일 것이다.

그러나 선계의 홍익인간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홍익인간의 발원지인 고조선과 고구려의 옛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동조동근(同祖同根)이라는 식민지시대의 왜곡 논리로 천손민족의 유전적․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홍익인간의 문예부흥으로 반격할 차례다. 특정 종교적 시각에서 벗어나 사랑과 자비의 유익을 홍포하는 차원에서 회사도 홍익인간주식회사로, 학교도 홍익인간고등학교로, 병원도 홍익인간의료법인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경제민주화를 포함해 홍익인본주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뷰티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