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과의 승부에서 압승을 거둔 은밀하게 위대하게

[뷰티한국 윤지원 기자]대작 영화 두 편의 1, 2위 다툼이라고 하기에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맨 오브 스틸’의 대결은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었다. 국산 웹툰과 미국 코믹스와의 대결, 한동안 국내 작품의 흥행가도를 멈춰버린 아이언맨3의 뒤를 잇는 외국영화와 국내영화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활짝 웃은 건 ‘은밀하게 위대하게’였다. 최단시간 1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6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선 이 작품의 뒤에는 웹툰 원작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있었다.

▲ 원작이 가지는 매력을 그대로 옮겨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 원작이 가지는 매력을 그대로 옮겨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누적 조회수 3억뷰 2천만 독자라는 원작 웹툰이 가진 팬 층은 엄청나지만 그것도 ‘슈퍼맨’을 원작으로 하고 잭 슈나이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이라는 ‘맨 오브 스틸’의 후광에 비하면 그리 커 보이는 숫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의 팬 층을 그대로 영화관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원작이 가지는 매력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관객들이 ‘맨 오브 스틸’대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맨 오브 스틸'
▲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맨 오브 스틸'
‘맨 오브 스틸’에게도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도 장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환호하는 ‘맨 오브 스틸’의 장점은 액션의 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화려한 CG와 최신장비를 이용한 독특하고 장대한 스케일의 볼거리는 관객들이 바라던 액션 그대로이다. 반면 스토리에 대해서는 실망했다는 평이 많다. ‘다크나이트’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보여줬던 철학적인 고뇌와 ‘300’의 잭 슈나이더 감독의 영상미를 통해 ‘배트맨’을 능가하는 ‘슈퍼맨’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철저하게 제작자로서의 입장을 고수했음일까? ‘맨 오브 스틸’의 철학적 사유는 잭 슈나이더 감독의 전작 ‘써커펀치’의 부근에서 맴돈다.

▲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기만 했다는 평이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기만 했다는 평이 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칭찬 일색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객들과 평단의 평가가 극과 극이다. 꽃미남 배우들이 3명이나 출연하는 만큼 많은 팬들은 ‘웹툰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에 대해 칭찬을 쏟아낸다. 반면 평론가들과 원작 웹툰의 팬들은 각색을 전혀 거치지 않고 ‘웹툰을 그대로 옮겨놓은’ 영화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단락 구성으로 진행되는 웹툰의 진행방식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풀어 놓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코믹액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코미디와 액션이 따로 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자면 두 영화모두 흠잡을 데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맨 오브 스틸’의 원작 캐릭터 슈퍼맨은 미국을 대표하는 히어로 영웅이다. 1979년 처음 영화화된 후 꾸준히 변신을 거듭하며 진화해온 슈퍼맨 시리즈지만 2006년 개봉한 ‘슈퍼맨 리턴즈’는 흥행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섭외해 리부트라는 강수를 둔 것은 슈퍼맨이라는 히어로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최초로 영화화된 코믹스 영웅에 ‘저스티스 리그’와 같이 후속편으로 이어질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슈퍼맨은 DC코믹스의 대표 격인 캐릭터이며 흥행저조를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아이언맨’과 ‘어밴저스’ 시리즈의 화려한 성공도 ‘슈퍼맨’을 부활시키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 두 영화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 두 영화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존재감이 크다. 먼저 원작 웹툰에 등장한 ‘원류환’ 캐릭터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갖췄다. 북에서 온갖 비정한 훈련을 견뎌내고 최고의 전사가 되어 남파된 간첩에게 맡겨진 임무라는 것이 동네 바보 역할이라는 설정부터 재밌고 신선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보 임무를 해내는 ‘원류환’ 캐릭터는 심각하지만 웃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캐릭터를 살려내는 인물이 바로 ‘김수현’이다. 속에는 온갖 고민과 방황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지니고 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세상에서 가장 고민이 없다는 표정으로 바보 역을 충실히 해내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그를 보고 있자면 ‘해를 품은 달’과 ‘도둑들’의 그가 새삼 저평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김수현’영화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월드워Z’가 박스오피스 정상에 도전한다. 밀리언셀러를 원작으로한 ‘월드워Z’는 4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서운 속도로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맨 오브 스틸’과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서 이뤄진 국내 영화와 해외 영화의 대결에서 1차 승리를 거둔 국내 영화가 또 다른 할리우드 대작 ‘월드워Z’에게는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될지, 개봉 예정인 ‘더 웹툰:예고살인’과 ‘감시자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윤지원 기자 alzlxhxh@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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