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한 설정과 숨통을 틔워주는 송강호의 연기

[뷰티한국 윤지원 기자]글로벌 프로젝트이자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 ‘설국열차’가 8월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하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서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프랑스 원작 만화의 내용으로 봉준호 감독은 이 거대한 영화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빙하기가 도래한 지구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기권에 CW-7이라는 화학물질이 뿌려지고 지구는 순식간에 빙하기를 맞는다. 사람들은 얼어 죽고 모든 생명체는 활동을 멈춘다. 유일하게 움직이는 물체는 전세계를 일정한 주기로 순환하는 ‘기차’뿐이다.

▲ 꼬리칸에서 핍박받는 사람들의 반란을 그린 영화 설국열차
▲ 꼬리칸에서 핍박받는 사람들의 반란을 그린 영화 설국열차
애초 호화유람 열차로 설계된 ‘기차’엔 탑승권이 있는 승객 뿐 아니라 죽음을 피하기 위해 무임승차한 승객들도 있었다. 그들이 바로 단백질 블록을 주식량으로 삼고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는 ‘꼬리칸’사람들이다. 꼬리칸의 정신적 지도자 ‘길리엄’은 나이든 자신 대신 ‘커티스’를 지도자로 내세우고 열차를 강탈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설국열차는 자리에 대한 중요성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강조한다. 기차의 지배자들은 인간들을 열차의 톱니바퀴로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총리 메이슨은 사람의 팔을 얼리는 형벌을 내리는 7분이라는 시간 동안 개개인이 있어야할 자리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맞물려 움직이는 열차의 창조주 윌포드는 열차를 균형 있게 지배하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하다.

▲ 틸타 스윈튼이 맡은 메이슨 총리는 열차의 승객들에게 질서와 자리를 강요한다
▲ 틸타 스윈튼이 맡은 메이슨 총리는 열차의 승객들에게 질서와 자리를 강요한다
전반적으로 밝지 않은 분위기로 출발하는 영화는 진행되는 내내 희망을 내비치지 않는다. 절망적인 ‘꼬리칸’을 탈출했음에도 불구하도 그들이 엔진을 향해 나아가며 알게 되는 진실은 그다지 밝지 않으며 벌레보다 못한 생활을 하며 견딘 17년 동안 그들의 앞에서는 온갖 사치와 향락, 여유를 누리는 일등칸 승객들이 있었고 그들에 대한 분노를 풀기에 지도자 커티스가 마주친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 남궁민수와 요나 역할을 맡은 송강호와 고아성
▲ 남궁민수와 요나 역할을 맡은 송강호와 고아성
시종일관 진지함을 고수하는 영화에 양념이 되는 것은 남궁민수 역을 맡은 송강호와 딸 요나로 출연하는 고아성이다. 열차 내 환각제인 ‘크레놀’을 얻기 위해 앞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남궁민수와 문밖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요나는 열차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명랑함과 장난기 넘치는 행동으로 빈틈없이 꽉 짜인 영화에 한숨 한 번씩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 설국열차에서도 '봉테일'한 감성을 보여주는 봉준호 감독
▲ 설국열차에서도 '봉테일'한 감성을 보여주는 봉준호 감독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은 정평이 나있다. 설국열차에서도 그런 디테일한 설정을 찾아볼 수 있다. 17년간의 세월을 표시하기 위해 옷의 솔기를 해지게 만들거나 특수 분장을 통해 피부에서 세월을 나타나게 하는 등 봉테일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설국열차를 관람하는 묘미다.

빠르게 지나가는 스토리 전개와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설정과 콘셉트도 다수 등장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치밀하게 준비한 영화 ‘설국열차’는 올 여름 관객들을 빙하기의 지구로 데리고 가기 충분하다.

한줄 평: 명배우들 사이에서 빛나는 남궁민수와 요나를 보라!

윤지원 기자 alzlxhxh@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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