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대학에 도올 김용옥이 있다면 기업에 화원 김진수가 있다…”

내가 감탄하면서 뱉고 있는 말이다. 그렇듯 내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난 사람 중에 바로 선비리더십아카데미 회장인 김진수 씨가 있다. 일본과 일본인, 일본사회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우리 한국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 그 예리한 통찰력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

그 분이 2005년 어느 강연에서 우리 한국이 일류국가, 일류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개국정신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기본철학으로, 체(體)로는 ‘선비정신’을 펴고, 용(用)으로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는 우리 한국이 단순히 감성적인 이유 또는 산술적 이익 때문에, 마구잡이로 수입해온 서구의 조잡한 사상과 이론에 하염없이 오염되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의 정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본바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구의 사상과 이론 자체에 모든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서구의 사상과 이론을 무검증적이고 무비판적이며, 무차별적으로 들여오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안이하고, 편협하고, 단견적인 한 건 주의식 사고방식과 ‘비(非)선비의식’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서구의 사상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우리의 철학과 가치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빨리 홍익인간 정신의 구현을 위해 ‘선비정신’을 되찾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지금이라도 빨리 ‘양심의 잣대’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선비란 재물에 대해 자신의 몫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의리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와 그를 위해 꾸준히 자기 자신을 수련하며 배우려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선비정신’을 되찾고,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개국정신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 ‘성통광명(性通光明)’의 근본정신을 다시 되찾을 때, 우리민족 우리사회는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덕치주의를 새롭게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럴(moral)이자 질서(秩序)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학자가 아니었다. 본래 경제인이다. 1970년대에 신입사원으로 현대그룹에 공채 입사한 후 현대종합상사 로스앤젤레스 지점장, 시카고 지점장, 도쿄 지점장을 거쳐 현대인재개발원장을 지냈다.

이후 현대건설 전무, 현대종합상사 전무, 기아자동차 부사장, 현대자동차 부사장, 현대저팬㈜ 사장, 현대모터저팬 사장 등 영업 현장을 진두지휘한 후 2006년부터 조직문화, 기업문화, 선비사상, 선비문화, 선비리더십에 관한 연구 및 강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한 말 중에 아직도 귀에 쟁쟁한 것은 “철학은 그 나라의 개인을 지배하고, 사상은 그 나라의 사회를 지배하고 종교는 그 나라의 민족과 역사를 지배한다”는 말이었다.

그는 일본과 일본인을 예의주시했다. 일본의 질서(秩序), 즉 사회적 틀은 어디에서 오는가가 그의 관찰 대상이었다. 거대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여자들마저도 그 흔한 눈물이나 악다구니 없이 그저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그들의 절제감(?)의 근원은 무엇인가가 그의 궁금증이었다.

실제 지난 2011년3월11일 진도 8.8의 대지진이 일본 앞바다에서 발생하고, 그 여파로 높이 10m이상의 거대 해일이 일본 해안을 덮쳐 자동차는 물론 배와 집, 공항, 원자력발전소까지 집어삼킬 때에도 우리의 TV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정말 침착했다.

바다에 잠긴 집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울며불며 허둥대는 모습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우리 같으면 땅을 치고 통곡을 해도 몇 날 며칠은 했을 텐데, 그들은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정말 독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이치닌 마에(一人前)’ 철학이다. 해석하면 ‘한 사람 분의 몫’의 정신이다. 서양인들보다도 더 비정한 문화일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넘어 설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 해 놓고 있어서,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매우 냉혹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 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지진 같은 처참한 재난에 처해 있어도 ‘이치닌 마에’ 정신으로 꿋꿋하게 혼자의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조차 도와달라는 뜻으로 이유 없이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메이와꾸(타인에게 폐가 되는 일)’라 하여 일본인의 어린이교육 제1조는 ‘절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라고 하여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그릇을 충실히 다듬고,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완벽히 해 내었을 때, 사회는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자기 일을 남에게 떠넘기거나,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 해 낼 때, 이것은 개인의 무능력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라, 사회의 균등을 깨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이 일본사회의 통념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치닌 마에’이며, 나아가 그들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사무라이 정신’이다.

일본의 사례를 길게 말한 것은 그들은 이미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을 이루었던 민족이기에 그들을 정확히 알자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정신을 꿋꿋이 지켜왔다. 그들도 종교의 자유가 있으나 외래 종교에 대해 철저하게 취할 것만 취하고, 또 취한 것은 철저하게 자신의 것으로 녹여버린 문화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모인 것이 그들 식의 종교인 신도(神道)며 그 행위가 ‘진자 마이리(신사참배)’다. 기독교를 믿든 불교를 믿든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에 안겨 신사(神社 진자)로 가서 신에게 신고식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진자 마이리’의 출발점이다.

그 후에도 3세, 5세, 7세가 되는 생일날과 20세로 성인이 되는 날, 배우자를 찾아 결혼한 날에는 반드시 신사에 가서 신고식을 거행하고, 또 매년 정월 초하루(양력으로 신년원단)와 조상의 기일과 중요한 기념일에도 ‘진자 마이리’를 빼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일본인의 일상생활이자 종교다.

그들은 ‘이치닌 마에’와 ‘사무라이’, 그리고 ‘신도’라는 그들의 ‘사회적 틀’을 만들어 냈다. 개인을 지배하는 철학과 사회를 지배하는 사상과 국가와 민족을 지배하는 종교를 그들은 지키고 가꾸어 왔다.

그것이 현대 일본의 원동력이며, 그를 배경으로 다시 세계 최강의 지배국으로 등장하려 한다.

이제 결론을 말하고 싶다. 나는 ‘김진수가 관찰’한 일본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홍익인간’을 기본철학으로, 체(體)로는 ‘선비정신’을 펴고, 용(用)으로는 ‘실사구시’ 정신을 발휘하자고 한 것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1만년 조상의 얼과 민족의 정신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현대 한국의 에너지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근본과 바탕이 없는 민족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사무라이(武士)를 통해 ‘칼의 사회’를 만들고, 중국이 군자(君子)를 통해 ‘붓의 사회’를 만들었다면, 우리는 ‘홍익인간’을 통해 ‘인(人)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情)의 질서이며, 우리의 사회적 틀일 것이다.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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