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1945년 8.15광복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우리의 주권을 회복한 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물론 정확한 주권회복은 그로부터 3년 후인 1948년8월15일이라 할 수 있다. 38선 이남의 남한이 미국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나 한국인에 의한 자체정부를 수립한 것이 그날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남한과 동일한 형식으로 소련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나, 김일성의 북한 정권이 들어선 것이 1948년 9월9일이다.

주권회복이라는 것은 다소 정치적인 의미다. 주권(主權)이란 국가의 의사결정 과정과 질서유지에 있어서의 궁극적인 권위나 권력을 말한다. 법에 의해 통제가 가능한 하드웨어적인 힘일 것이다.

남한은 1948년 7월17일 제헌 헌법이 공표됨으로써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프레임을 완성했다. 북한도 1948년 10월10일 그들이 말하는 노동당을 창건함으로써 권력구조와 통치의 골격을 갖추었다.

하지만 당시 남북한 지도층이 정치적인 주권회복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정신적인 주권회복이었다. 일본에 의해 36년간 혹독한 지배를 받으면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고, 일본식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했으며, 일본의 신을 모신 신사를 참배했기 때문에 일제의 정신적 잔재를 하루아침에 지워버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시선과 의식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철학과 사상이 필요했다. 그때도 남과 북의 주도세력들은 정신적인 주권회복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북한은 철저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에서 찾고자 했다. 따라서 지주와 자본가는 프롤레타리아 무산자계급에 대한 착취자로 치부됐다. 그들은 곧 친일파나 매국노와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자본침략에 저항해 자생적으로 부를 형성한 민족자본가들마저 ‘반민족 반동세력’으로 몰리는 신세가 됐다.

당시 북한의 김일성집단은 남한의 미군정 체제를 비판하며 스스로 민족자주를 부르짖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서양의 마르크스주의 대신 우리 고유의 민족 사상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채택해야 앞뒤가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르크스를 추종해 인류정신사를 지배해온 인간과 신의 기본관계마저도 뒤바꾸어 버렸다.

북한이 수용한 마르크스주의에서는 하느님이 인간이 삶을 주관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인간이 하느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간도 하느님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박부권(철학박사)이 쓴 ‘교육이념과 홍익인간’(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발66. 1990)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이 세상에 인간과 자연을 제외하고 존재하는 것이란 없다. 인간의 종교적 환상이 만들어낸 하나님은 우리 인간 자신의 핵심적 속성을 환상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반영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북한은 이를 철저하게 신봉했다.

따라서 그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정신적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택한 것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혁명노선이었다. 종교는 환상일 뿐이며, 유토피아적 공산주의 사회는 역사의 필연법칙이었다. 이른바 하나님의 나라인 ‘천당’의 개념이 ‘공산주의 낙원’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 천당은 하나님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움 없이 인간의 노력만으로도 건설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지상낙원’을 만든다는 김일성우상화의 전주곡이었다. 그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세습왕조가 탄생, 하나님과 동격인 ‘어버이 수령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아직도 존재하는 ‘지상낙원의 나라’가 되어 있다.

이에 반해 남한은 민족사상인 홍익인간 정신을 교육법 제1조에 명기함으로써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민족의 정신적 주권을 회복하려 했다.

북한이 김일성우상화에 장애가 되는 기독교정신과 기독교인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자 했다면, 남한은 그 ‘척결의 대상’인 기독교인들에 의해 홍익인간 사상이 ‘민족-민주-인간화’의 모델로 제시된 것이다.

당시 교육법 제1조에 명기된 ‘홍익인간’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목적들은 ‘인격의 완성’ ‘자주적 생활능력의 배양’ ‘공민으로서의 자질’ ‘민주국가 발전에 봉사’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 등 5대 항목이었다. 한국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이념적 줄기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선진국에는 교육이념을 법률로 정한 사례가 일찍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았다.

즉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는 개방성을 특성으로 하고, 그 개방성은 사상의 자유와 다양한 세계관이 허용되는 분위기 속에서 가능한 것이므로 국가가 홍익인간과 같은 교육이념을 따로 설정한다는 것은 그 개방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반론이었다.

또한 ‘홍익인간’ 사상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던 1945년 해방 시기 당시에는 “홍익인간이라는 개념과 내용이 다소 추상적인데다, 신화와 미신에 가깝다”는 지적까지 제기돼 왔다.

그러나 당시 남한의 친기독교 정부가 그런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홍익인간 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일제가 그들의 신을 따르도록 강요한 신사참배의 정신적 잔재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김일성 유일신’ 이념을 민족 내부의 전통사상으로 몰아내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인간을 신으로 숭배하는 체제였다. 북한이 모든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김일성우상화에 나선 북한은 결국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일본의 국가 종교방식을 그대로 카피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을 연출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김일성유일사상’이라는 북한 지배계층의 전략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그 같은 공산주의의 붉은 깃발 아래 신속히 국가체제를 완비했다. 이어 소련과 중국 사회주의 정권의 도움을 받아 6.25한국동란이라는 ‘남조선인민해방전쟁’을 일으켰고, 전후 복구에도 성과를 내 1970년대 초까지는 경제력(1인당GNP)에 있어서 남한을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남한의 사회철학은 전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교육이념에까지 ‘홍익인간’을 명시하며, 일제의 정신적 잔재인 ‘천황 신’을 배척해 나갔다. 또 북한이 ‘민족의 태양’으로 숭배하는 ‘김일성 신’과도 대적했다. 그 결과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하는 정책’의 저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한은 197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의 용(龍)’으로 지목될 만큼 경제력이 확대됐다. 당시 ‘수출 100억불, 1000불 소득’ 목표의 ‘잘살아보자’ 구호는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또 그 결과 세계가 놀랄 정도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에 의한 신인간(新人間) 창조의 힘이었다. 시인 김지하가 지적한대로 남한은 ‘신인합일(神人合一)’이라는 새로운 인간해방을 주장했다. 일본 천황이나 김일성에 예속된 기계적 인간에서 벗어나는 작업이었다. 상고의 홍익인간을 부활시켜 사람 안에 하늘과 땅, 우주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사상이 국가부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적 휴머니즘 운동이다. 사르트르가 지적한 ‘네오 휴먼(Neo-Human, 신인간)’은 한국의 8.15해방과 함께 등장한 홍익인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김지하는 홍익인간은 ‘유익(有益)을 홍포(弘布)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유익은 사랑과 자비, 혜택, 해방, 완성, 풍요 등의 개념이다. 따라서 유익은 ‘무한확장 활동’을 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하면서 남을 위하는 길이다. 그 홍익인간 정신이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강타하는 ‘한류문화’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이 발전하고 한국인이 성장할 수 있는 ‘열쇠’일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정교회의 사제(신부)이자 ‘25시’의 작가인 게오르규는 한국을 ‘열쇠의 나라’로 정의했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이라면 개인의 어려움은 물론이요, 세계의 모든 난제들도 풀 수 있다는 뜻이다.

2013년 8.15광복절을 맞으며 우리는 다시 한 번 홍익인간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올 8월15일에는 모두 태극기를 걸고 ‘대한민국 만세’와 ‘홍익인간 만세’를 외치며 진정한 광복의 뜻과 주권회복의 의미를 가슴 깊이 음미했으면 한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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