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당신은 지금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길을 운전하고 있다. 마침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는데 그곳에는 세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죽어가고 있는 듯한 할머니, 다른 한 명은 당신의 생명을 구해주었던 의사, 나머지 한 명은 당신이 평소 꿈에 그리던 이상형!

당신은 단 한 명만을 차에 태울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차에 태우겠는가? 선택 후 그에 대한 설명을 해보라….

지난 주 초에 한 지인으로부터 SNS를 통해 받은 질문이었다. 모 회사의 입사 시험에 출제된 문제라고 했다. 아마 독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정답을 보자. 20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적으로 채용된 사람이 써낸 답은 이런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께 차 키를 드리지요.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가도록…. 그리고 난 내 이상형과 함께 버스를 기다릴 겁니다.”

일단 “내가 해야 한다”는 틀을 깬 것이 ‘명답’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결과였다. 나를 객관화시키고,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기존의 제약들을 포기하고 문제를 대하면 ‘가장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문제 출제자의 주석을 보면, I.Q(지능지수)로는 내 중심의 사고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막상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그 틀에 묶여 전체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이 남보다 똑똑하고 머리 좋다는 생각으로 혼자만의 독선에 빠질 수 있다는 염려였다. 대신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E.Q(감성지수)였다.

그 ‘정답자’는 바로 넷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을 선택하고자 했다. 이 사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출제’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때 세 명 중 단 한 명만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흔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때 조직에 필요한 한 사람을 선택(choice)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두 사람을 퇴출시키겠다는 방법은 I.Q에 의한 이성적 판단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이를 인간 선택행위의 제1차적 기준인 ‘효율성(efficiency)의 달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단 한 명만을 차에 태울 수 있다는 제한된 자원의 배분원칙, 또한 그 희소성에 따라 인간의 본성은 자신에게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이기적 행동만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90명의 다수가 아닌, 10명의 소수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되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소득분배의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함께 살아가는 공평성(equity)이 훼손됨으로써 야기되는 소득 불평등성의 확대는 사회계층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되고, 다시 경제적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1960~70년대 아시아의 선진국이었던 필리핀의 사례와 같이 불평등이 경제발전 저해의 원인이 됨으로써 사회 구성원 전체의 복지나 후생수준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 같은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등장한 판단기준이 바로 공평성(equity)의 원리다. 운전자와 할머니, 의사와 ‘이상형’ 등 네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답자’가 찾은 ‘명답’처럼 기업경영이나 인력관리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즉 공평성(equity)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우 경제적 효율성(efficiency)이 저하되어 발전 속도를 느리게 한다. 이미 그 사례는 1990년대 초의 공산주의 몰락이나 사회주의의 빈곤 현상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 바 있다.

여기서 우리는 ‘효율성’과 ‘공평성’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E.Q적인 답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90명의 다수를 위한 선택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 정신이라고 말해 왔다. 유경문(서경대 교수)은 단군사상에 나타난 E.Q적인 덕(德)에 대해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삶’이라고 풀이했다.

그것은 90명의 다수를 위해 ‘개인의 이익과 탐욕을 절제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약한 자를 배려하는 ‘사랑의 정신’이다. 홍익인간 사상을 최고의 정신적 판단기준이자 최고의 덕으로 여기면서 우리의 가슴 속에 면면히 지속되어 온 민족정신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이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삶’을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그가 쓴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사적 이익의 추구가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명제로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개인의 ‘사적 이익’, 즉 이기심(self-interest)은 저차원적인 것이 아닌, 물질적 탐욕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절제된 이기심이다. 그는 호모이코노미쿠스(homoeconomicus), 즉 ‘경제인(經濟人)’을 ‘타인에 대하여 동정심을 갖고 남을 배려하고 싶은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부(富, wealth)에 이르는 E.Q적인 조건을 “근면과 절약, 노력에 의해 부(富)에 이르는 길이 곧 덕(德)에 이르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이 “사적 이익의 추구가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홍익사상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 있는 사람 중에 인천 길병원 원장이자 가천대학 총장인 이길여 박사가 있다. 그는 <간절히 꿈꾸고 뜨겁게 도전하라>라는 그의 책에서 대학의 젊은이들에게 “이왕 할 거면 1등을 하라”고 말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너무 모질고 가혹한 말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1인자가 되어야 남에게 더 많이 베풀 수 있고, 이웃을 살필 여유를 갖게 되며,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할 능력을 갖게 된다. 하다보면 1등을 못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노력도 않고 정상을 포기하는 것은 나약하고 비겁한 일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막스베버(Max Weber)가 지적한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를 조금이나마 이 땅에서 몰아내겠다는 심정으로 불법 다단계판매추방 시민운동에 매진해왔다. 막스베버는 천민자본주의를 “음모와 사기, 부정과 부패, 권력 등을 배경으로 오직 최대의 화폐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비합리적인 정치 기생적 자본주의”라고 규정했었다. 소수를 위한 선택은 대부분 천민자본주의로 이어진다.

따라서 1등을 해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자신의 ‘제품’을 판매해야 먹고사는 ‘세일즈맨’들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어느 누구든지 낙오할 수밖에 없다. 물론 100가지 제품 모든 판매에서 1등을 할 수는 없다. 최소한 단 한 가지 제품에서만이라도 1등 판매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E.Q적인 비즈니스다.

그래서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모두 1등상을 준다고 한다. 어느 어린이는 청소시간에 유리창을 열심히 닦은 결과로 학년말에 ‘유리창 잘닦기상’을 받았다. 그것이 훗날 그를 유명한 유리공예가로 만들었다. ‘심부름 잘하기상’을 받은 어린이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컨설팅 전문가가 됐다.

누구든지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길을 방황할 수 있다. 그때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가 E.Q적인 마인드를 갖고 ‘나를 태워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대신 정정당당한 ‘사적 이익’의 추구로 내가 1등을 함으로써, 스스로 운전자가 되어 방황하는 할머니와 의사, ‘이상형’을 태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홍익인간 사상의 근본정신이다. 따라서 ‘효율성’과 ‘공평성’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길, 그것은 내가 가장 자신있는 한 분야를 선택하고, 거기서 1등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일이다. 단군사상, 유경문 교수, 아담스미스, 이길여 박사 모두 “내가 1등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이 된다”고 말하니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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