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아용품, 방사능 안전 관리 규정도 없어...

[뷰티한국 신원경 기자]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이어 지난달 원전 오염수 유출로 일본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유아용품까지 퍼지고 있다. 특히 일본산 기저귀는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 수입이 급감한 대표 품목으로 꼽혔으며, ‘안전하다’는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 기저귀 업체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방사능에 대한 문제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유아용품에 대한 방사능 안전관리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일본산 기저귀, 수입 급감...매출까지도

 
 
방사능에 대한 아기 엄마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본산 기저귀를 멀리 하고 있다.

지난 5월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유아용품 수입 동향’을 보면 일본산 기저귀의 수입 비중은 2011년 79.5%에서 지난해에는 46.8%로 급감했으며, 멕시코산 기저귀의 수입 비중은 이 기간 6.6%에서 28.8%로 늘며 일본산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기저귀 수입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기저귀 수입은 5875만달러로 전년도(5972만달러)에 비해 1.6% 가량 감소했다.

일본산 기저귀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며 2011년 매출신장률 340%를 기록하는 등 없어서 못 팔던 제품이었다. 그러나 원전사고 이후 군과 메리즈 등 일본 브랜드들은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내시장을 재공략했지만, 매출 감소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산 유아용 기저귀 제품이 요오드, 세슘 등 방사능 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으나, 여전히 기저귀 뿐만 아니라 수유용품 등 유아용품의 경우, 일본 생산 제품을 꺼려하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메리즈와 군 하지메테노하다기(군), 마미포코 등 일본 기저귀 브랜드 3종에 대해 방사능 오염물질 잔류 여부를 시험한 결과 3개 제품 모두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다이오제지가 생산하는 군 기저귀를 수입 및 판매하는 에리에르 인터내셔널 코리아 한 관계자는 “원전사고 이후 타격을 입은 부분은 확실히 맞다. 군 기저귀 공장은 일본 원전 사태가 터진 후쿠시마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으나 소비자들의 제품 안전성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아 군 기저귀 제조공장 동영상 및 제품 안전성에 대한 내용을 홈페이지 내에 공개한 상태”라고 말했다.

에리에르 인터내셔널 코리아에 따르면 각 공장에 방사능 측정기기를 도입해 생산 로트별 방사능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각 공장 모두 2012년 3월18일 측정을 시작해 지금까지 방사능 물질의 침입에 의한 이상 수치는 확인되고 있지 않으며, 매일 10회 제품을 임의로 추출해 내부의 기저귀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이상이 없음을 확인 후 출하 허가를 낸다.

또한 관계자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으며, 안전하고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위해 제품생산에 힘쓸 것”이라며 “시기상, 군 기저귀 뿐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해 온 유아용품 업체 대부분 매출 하락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일본 기저귀 마미포코의 ‘입히는 기저귀(대형,특대형)’는 대한민국 경북 구미시에 소재하고 있는 제1공장 (구미시 공단동 155번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마미포코는 일본으로부터 수입하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일본방사능분석센터에 정기적으로 방사능분석 시험의뢰를 하여 CS-134, CS-137, I-131의 불검출을 확인했으며, 국내로 수입한 후에도 방사능측정기기를 구비하여 재차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마미포코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엘지유니참 제품에 대해 지난 8월 식약처의 지정검사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방사능분석 시험을 의뢰하여 안전성을 확인했으니 안심하고 이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국내 기저귀 업체는 호황?

 
 
일본 기저귀 시장은 국내에서 위축되는 반면 국내 기저귀 업체는 소폭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저귀 시장 부동의 1위 업체 유한킴벌리의 하기스는 그 동안 세계 20여개국 이상에 진출해 기저귀 한류를 이끌어 오고 있다. 2012년에는 수출실적 2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중국 기저귀 시장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이미 최고 제품의 반열에 올라있다.

유한킴벌리는 기저귀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합산 약 60%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조4128억원, 순이익 1372억원을 달성했으며, 2011년 사업부별로 독립돼 있던 연구개발(R&D)센터가 죽전 이노베이션 센터로 통합되면서 신기술에 집중 개발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원전사고 이후 엔저 효과에도 일본 기저귀에 대한 기피와 판매 저조가 지속됐으며, 일본 기저귀 점유율은 온오프라인 시장을 통틀어 10% 미만”이라면서 “이러한 안전성 우려와 함께 온라인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던 일본 유아용품의 활동이 국내 기저귀 회사들이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면서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저귀 브랜드 깨끗한 나라 또한 매출 성장의 쾌거를 달성했다. 2012년에는 전년(원전 사고 해) 대비 30% 가량 매출이 신장했으며, 올해 역시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20%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깨끗한 나라는 지난 3월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깨끗한 나라 기저귀 시장 점유율이 2010년에는 5%, 2011년에는 5.6%, 2012년에는 8.4%로, 매해 소폭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해외 사업의 경우, 지난 7월 락앤락과 보솜이 기저귀 중국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현재 중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 일본산 유아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조차 없어...

일본산 유아용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는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의원회 소속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부처 칸막이 탁상행정으로 일본에서 반입되는 공산품에 대한 방사능 안전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일본산 수입물품 중 유아용품 관련 수입물량은 유아용 관련 냅킨이 1만6877톤, 손수건은 131톤, 조제분유는 54톤에 달한다.

현행 국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자부령을 통해 공산 품목을 지정‧관리하면서 안전인증, 자율안전확인, 안전·품질표시 등을 하게 돼 있지만, 공산품에 대한 품목별 안전기준에는 방사능 관련 측정항목 및 기준치에 대한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수입규제도, 안전기준도 없는 셈이다.

현재 공항과 항만에서 방사선 스캔장비를 통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수입물품의 방사선 안전관리 기준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즉 반입물품이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단순히 방사능 스캔장비 검사만 통과하면 국내 반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고정식 스캔장비가 설치된 항만은 평택과 인천, 포항, 부산 등 4곳에서 10대에 불과하고, 세관용 방사능 장비도 159대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방사능 오염국가로부터 반입되는 생활용품, 특히 유아용품이나 피부에 직접 닿는 생활용품에 대해서 안전성 조사가 우선돼야 하며, 조속히 방사능안전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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