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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쟁은 닮은꼴이다

필자는 간접적으로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에 속한다. 1953년 휴전협정을 맺음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물결이 흐르는 시기에 태어났지만, 여전히 한국전쟁에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필자는 한국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지만,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와 공존하며 느닷없이 발생한 전쟁이라는 아픔을 어렴풋이 감지했다. 그들의 피와 눈물 위에 세워진 사회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자라났으나 여전히 분단의 아픔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필자 역시 간접적으로 한국전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에 미사일을 포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린 우크라이나인들의 고통이 떠올랐다. 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한국전쟁의 상처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발발로 인하여 인지된 것처럼 전쟁의 상처는 세대를 넘어 지속한다. 분명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은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과 다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전쟁이 그들의 일상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버펄로대학에서 열린 반전 집회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관해 듣고 있는 학생들 ⓒ전혜미

죽음의 공포와 함께 위협받은 일상은 결코 평범해질 수 없다. 필자가 재학 중인 버펄로 대학에서 만난 아나스타시야 비군은 15살 때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이민 왔으며, 아버지와 자신의 형제들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학생이다. 아나스타시야 양은 현재 대학교에서 반전 시위, 모금 활동 등을 개최하며 UB 우크리아나 학생 클럽(UB Fiends of Ukriane Club)의 회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2월 27일 “우크라이나에 영광을(Glory to Ukraine)”이라는 제목의 반전 집회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국제관계에 관해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국제 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의 위치와 주변국과의 정세를 이해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여 우크라이나에 현재 상황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반전 집회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그녀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 상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후 필자는 자세한 상황을 이메일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가족들은 우크라이나에 남아 내부 질서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을을 순찰하며 치안을 위하여 이웃 주민의 서류와 차를 확인하고 있으며, 그녀의 자매는 물품 관련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어린 동생은 각각 8살, 12살이며 겁에 질려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질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정기적으로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하지만 시내에 가는데도 2시간이나 걸려서 어려움이 많다고 전해왔다.

버펄로대학 교내 반전 집회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아나스타시야 비군(가운데). ⓒ전혜미
우크라이나 전쟁 영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아나스타시야 비군(뒷모습). ⓒ전혜미

 

  그녀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며 이것이 많은 것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의 강한 의지와 독립을 향한 열망이 러시아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비군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돕는지에 따라 좌우되리라 전망했다. 그녀는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전쟁이 끝내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지원으로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매일 매시간 수십 명의 사람들이 양측에서 사망하고 있으며, 전쟁을 빠르게 종결하는 것만이 이러한 무의미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공군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할 것,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공식 회원국이 될 것, △러시아를 포함하여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국가에 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할 것 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에 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역할에 관해 ‘방패’ 비유를 들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은 우리 민족의 아픔인 한국전쟁을 연상케 했다. 약소국의 설움과 수난의 세월이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전쟁과는 전혀 다른 흐름 속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애로를 겪으며 결국 황량한 폐허가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설명 중인 우크라이나 학생 클럽 회원 ⓒ전혜미
버펄로대학에서 열린 반전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 ⓒ전혜미

 

한국전쟁이라는 역사를 우리 민족이 몸소 겪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기시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소중한 이들이 목숨을 잃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할 수 없는 기시감은 진정 견디기 어려운 노릇이다.

더 이상 인류사에서 전쟁은 금물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선하게 태어나는가 혹은 악하게 태어나는가에 관한 논쟁이 아니다. 전쟁은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일 수 없다. 이 순간에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성 따위를 내동댕이쳐 버린 전쟁의 비극과 이로 인해 훼손된 휴머니티에 애도를 표현한다.
전혜미/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대학, 철학석사 과정

전혜미  hyemijun@buffalo.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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