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없는 판매 목적 제품 개발, 이제는 변해야 될 때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세계 시장 규모 12위, 매출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 중 3곳이 랭크된 곳. 짧은 역사에도 불구 가장 빠른 시간에 성장세를 만든 나라. 로레알, 에스티로더, P&G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OEM 하는 나라.

이는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의 오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들이다. 이 수식어들만 보면 대한민국 화장품은 이른바 화장품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류열풍으로 세계를 호령할 듯 보였지만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의 오늘은 내수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진 탓이다. 세계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 세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에 속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의 매출 대부분은 내수로 얻어진 수익이다. 해외 수출 매출액 비중은 여전히 내수의 20%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화장품시장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17위에 랭크되었지만 로레알 그룹이나 P&G 그룹, 유니레버와 비교하면 10배 정도의 매출 차이가 난다.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에이본 등과 비교해서 3~4배 차이가 난다.

물론, 아모레퍼시픽 뒤로도 세계적인 기업인 고세, 클라란스, 레브론, 시슬리 등이 즐비하다.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이는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대부분이 내수시장인 것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시장에서 매출 규모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로레알과 에스티로더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다. 일본 화장품 1위 기업으로 세계에서 로레알과 경쟁하는 시세이도는 국내 시장에서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한다. 심지어 세계 다단계 화장품 1위 기업인 에이본은 국내 사업을 접고 철수했을 정도다.

이는 국내 화장품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한 해외 유명 브랜드를 잘 방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대한민국 화장품은 내수용이라는 기분 나쁜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대한민국 화장품의 위상은 높아졌다. 로레알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대한민국 OEM 전문사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고 있는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화장품 제조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에도 수십개씩 최초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화장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단 한 개도 세계 최고라고 명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의 백화점 화장품 코너 1층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브랜드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대한민국 유통의 고질적인 문제와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는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화장품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왜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에는 명품이라고 불리는, 또는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화장품이 없을까.

 
 
짧은 역사, 빈약한 브랜드 히스토리, 작은 땅으로 인한 원료 산업의 열쇠 등 변명꺼리는 많지만 이러한 변명을 이야기하기에는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은 너무도 짧은 시간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적어도 화장품 제조 기술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말할 정도가 된 것이다.

결국은 의지의 문제다. 글로벌 기업,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모든 과정을 유통과 마케팅에서 풀려고 하는 마인드의 문제다. 화장품을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 온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잘못된 발전 과정이 문제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들의 면면을 보면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성분을 연구개발하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 인제 육성을 위한 노력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꼭 배워야 할 부분인 것이다.

40년간 피테라 연구에 노력해 온 P&G의 SK-II나 17년 간 피페라딘 유도체 개발에 매진해 온 시세이도, 7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낸 ‘Pro-xylane’ 성분을 랑콤 브랜드에 처음으로 적용한 이후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 현재 메이크업 제품은 물론 자사의 모든 브랜드에 적용해 기업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로레알 그룹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화장품 기술 수준은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 67.4%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5.2년이 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최근 대한민국의 화장품시장은 유통력과 마케팅력이 제품력에 앞선다. 유통이 있고 마케팅력이 있다면 어떤 제품이든 카피가 가능하고 원조 제품을 따라잡거나 시장 자체를 없앨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트렌드 제품만을 만들어서는 절대 명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때문에 전통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 전통이란 이름의 장인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또한 기반 사업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원료의 대부분의 수입에 의존하고, 화장품 용기는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인기지만 그 원재료는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오늘을 대변한다.

사실 순이익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바로 원료산업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원료 개발에 투자하기 보다는 마케팅과 유통에 투자하려고 한다. 이유는 보다 손쉽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성화장품 원료는 어떤가. 2000년 기능성화장품법 도입 이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성분이 추가 되었을까.

자외선차단제는 그래도 많이 늘어난 편이다. 하지만 미백과 주름개선은 고시 원료는 초창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미백 하면 알부틴, 주름개선하면 아데노신이 떠오르는 것은 화장품을 조금만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것이다.

물론 고시 원료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성분이 기존의 성분 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보장도, 제품을 상용화했을 때 판매가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연구개발 노력 없이 절대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 대표 화장품이라고 한방화장품을 소개하면서 원료는 수입산을 쓰는 현실, 올해 히트 제품으로 소개되는 에어쿠션 퍼프의 루미셀을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현실, 마스크팩의 시트는 일본산이 여전히 최고라고 말하는 현실, 기능성을 강조하면서 모두가 동일한 성분으로 기능성 인증을 받는 현실 등이 바로 우리가 극복해야할 오늘이 아닐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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