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보다는 안정된 판매 가능한 유통망 조성 위한 투자 필요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정부가 대형유통에 입점된 중소기업들을 돕겠다고 하는 최근의 노력들은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이는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의 대표의 푸념이다. 최근 정부가 대형유통의 판매수수료 인하 등 적극적으로 중소 입점 업체들을 위한 정책 대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중소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대형유통 판매수수료 인하 노력에도 불구, 실제 입점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인하 폭은 없다. 또한 다양한 정부 규제로 새로운 편법들이 생기면서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크다.

최근 공정위는 오는 12월12일 백화점·대형마트·TV홈쇼핑과 거래하는 3400여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각종 비용을 요구·전가하는 관행을 근절하고자 추진한 내용들의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앞서 공정위는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하여 인테리어비(백화점․대형마트), ARS할인․방송제작비(TV홈쇼핑) 등 추가비용에 대한 합리적 분담기준을 마련했으며 판촉사원 파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판촉사원을 파견 받을 수 있는 사유 및 절차와 금지되는 남용행위 유형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오히려 입점 중소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은 왜일까. 일단 백화점 등 대형유통 업체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또한 다양한 정부 규제로 대형유통에 지급되는 중소 입점 업체들의 추가 비용이 줄었다고 하지만 새롭게 편법들이 도입되면서 비용적인 측면은 물론, 더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새로운 편법들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대형유통에 입점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은 줄을 서야하고 아예 담당자를 만날 수조차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입점을 원하는 업체들은 많고 유통은 한정적이다 보니 대형유통은 이른바 갑의 위치에서 중소기업들을 컨트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유통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높은 판매수수료율이다. 할인이 일반화되고 30%~50%의 높은 판매수수료가 요구되는 현실에서 양질의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입점을 하거나 위탁을 해 판매하는 경우 어디에도 중소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백화점 등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으로 분류되는 곳은 입점도 어렵고, 판매수수료도 높다. 중소기업을 위한 유통으로 분류되던 홈쇼핑과 헬스&뷰티숍의 경우도 판매수수료가 높아졌고, 대기업들의 진입으로 입점이나 판매조차 힘든 상황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소셜커머스 등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처럼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판매수수료율은 너무도 높다.

두 번째는 대형유통들의 PB 제품 개발 및 판매다. 대형유통사들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내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중소기업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해당 PB 제품을 OEM 생산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공급가가 계속 줄면서 OEM 생산 판매를 해도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더군다나 자사의 주력 제품을 PB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자사 제품 판매까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다양한 편법 비용 발생이다. 입점료, 행사 매대, 판매사원, 인테리어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보료 등 새로운 명목의 비용들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화장품 업계에 갑의 횡포 논란으로 프랜차이즈의 가맹본부와 가맹점, 방문판매의 본사와 대리점 간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지만 정작 가장 큰 규모로, 가장 오랫동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형유통사에 입점된, 또는 입점을 진행하는 기업들이다.

이는 화장품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식품 중소기업은 올해 큰 매출 실적을 올렸던 편의점의 커피 얼음을 대기업에게 뺏겼다. 어느 정도 매출이 되는 상품이 있다고 하면 해당 유통이 아예 자체적으로 PB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의류, 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는 물론, 전자제품, 가정용품까지 중소기업들이 대형유통에서 성공이라는 이름을 쓰기 힘든 시절이 된 것이다.

분명 우리나라는 과거 공급에 앞서던 수요는 없다. 때문에 다양한 유통들이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중소기업들을 위한 유통은 찾아 볼 수 없다.

화장품 업계만 보아도 중소기업의 텃밭이었던 온라인쇼핑몰도, TV홈쇼핑도, 헬스&뷰티숍도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대기업들의 대거 진입으로 중소기업들은 입점 문의 조차 힘든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에게 현재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돈도, 규제도 아니다. 안정되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판로다. 판로만 있다면 그 이후부터는 각 기업들의 몫이다. 입점 할 수 있는 판로가 확보된다면 현재 대형유통들의 횡포라고 불리는 부분도 자율 경쟁 구도 속에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 역시 중소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의 확대가 아닐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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