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플랫폼 시대, 유통 환경 변화는 시대적인 요구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지금 이른바 ‘탈(脫)플랫폼 시대’다. 온라인과 스마트 폰 시장의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언론, 기업은 물론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에도 적용되며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류 역사에 또 다른 혁신을 불러 오고 있다.

이미 산업 곳곳에서 기득권이나 명품 브랜드로 대표되는 플랫폼이 힘을 잃어가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공급 보다 많았던 수요가 이제는 공급의 과잉 현상으로 새로운 시장 재편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화장품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너무도 더디게 변화되고 있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해외 유명 수입화장품들이 국내에서 개발된 BB크림 등을 미투 제품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백화점만을 고집하던 유통 전략을 수정해 로드숍과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방문판매 유통을 고집하던 화장품 브랜드들도 최근 온라인쇼핑몰 등으로 유통 다각화를 진행 중이며, 중저가 유통으로 분류되는 유통에서도 고가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 더딘 움직임이지만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던 대한민국 화장품의 유통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은 말 그대로 여전히 유통이 지배하는 시장구조이기 때문이다.

어떤 유통에 입점해 있느냐가 화장품의 가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어떤 유통을 활용하느냐가 화장품의 가격과 소비자들의 인식까지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탈 플랫폼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화장품은 백화점에 입점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고, 중소기업의 텃밭이던 유통들 역시 수수료율 증가와 대기업 위주의 제품 구축으로 중소기업들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랫폼의 종식을 알리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는 여전히 플랫폼이 지배하는 구조 속에 있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현상과는 너무도 상반된 움직임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화장품 유통이 고집스럽게 기득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화장품 병행수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우리나라의 화장품 병행수입 시장이 크지 못하는 이유나, 유명 수입 화장품 브랜드를 멀티숍 개념으로 판매하는 세포라나 샤샤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소위 기득권을 갖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유통사와 유명 브랜드들의 폐쇄성은 최근의 고가 화장품 매출 감소와 전체 시장의 성장률 저해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유통질서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편안하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역시 이른바 기득권 유통과 브랜드들의 폐쇄성으로 지난 10년간 화장품시장의 성장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유로 세포라가 없는 큰 화장품시장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도 있다. 일본은 병행수입 화장품이 일반화되었고,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이 실패한 대신 드럭스토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SK-II 등 유명 화장품들을 시중에서도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병행수입의 벽이 높고, 대기업들이 자체 유통으로 화장품 브랜드숍과 드럭스토어(헬스&뷰티숍)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조금씩 높은 유통 벽에 균열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고가는 고가 유통끼리, 저가는 저가 유통끼리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양분화 시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은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경험했다고 말들을 한다. 이는 단순히 경기 침체만의 영향은 아니다. 계속되는 안전성 문제 대두,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인한 화장품 가치 하락, 장인 정신없는 트렌드 제품만을 뒤쫓는 근시안적인 움직임이 결국 오늘의 위기를 만든 것이다.

또한 화장품 기업들의 제조와 연구가 아닌 유통에 대한 투자 확대, 대형유통에 의존하는 이른바 ‘갑의 논리’가 오늘날 화장품의 질적 향상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시장뿐 아니라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고질적인 유통의 폐쇄성이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유통이 무너지고 모든 유통에서 모든 제품을, 다양한 제품들이 다양한 유통에서 제품력으로 비교되고 평가되고, 경쟁하는 구도야 말로 대한민국 화장품시장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닐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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