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OEM 일반화, 미투 제품 난립…연구개발 의지 필요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대한민국 화장품 업계의 연구개발 의지가 의심 받고 있다.

2002년 화장품 브랜드숍 등장 이후 유통에 편중된 사업 모델이 확대되면서 ODM·OEM 일반화, 미투 제품 난립 등 화장품 업계가 장기적인 전략 보다 단기적인 전략에 집중하면서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

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3 KHIDI 보건산업통계집’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국내 화장품 업체 193개의 매출액은 총 7조9439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업체는 24개, 매출액은 12.8% 늘었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16.3% 줄어 든 2291억원이었으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1년 3.89%에서 2012년 2.88%로 줄었다.

아직 2013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2013년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화장품 주요 상장사 가운데, 2013년 전년대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아진 곳은 아모레퍼시픽 외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한 곳이 많은 것과 함께 대부분 OEM 업체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체 연구개발비 투자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상장사 주요 기업 가운데 4%대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쓰고 있는 곳이 없고, 화장품 브랜드숍의 경우는 아예 연구개발비가 1%를 넘는 기업이 없을 정도다.

이는 화장품 전문 OEM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화장품 OEM사의 매출은 올랐지만 연구개발비 비중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하고, OEM 업계 의존도가 높아지고, 제품을 개발해도 미투 제품 제조가 손쉬운 화장품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장인 정신’의 부제다. 화장품을 만드는 것보다 판매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산업 구조가 화장품 연구개발 보다는 ‘얼마나 더 저렴하게 제조해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로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화장품 기업들은 새로운 화장품 연구개발, 효능 효과가 뛰어난 소재 개발 보다는 이슈가 되는 제품을 어떤 식으로 포장해 판매하느냐가 화두가 되었다.

 
 
대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80~90년대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던 화장품 주요사들이 2000년대 들어와 자체 유통에 집중하면서 연구개발보다는 유통망 확장, 마케팅에 비중을 높인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었다는 이점으로 작용했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연구 개발은 줄었고 화장품의 가치는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화장품이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화에는 성공했지만, 브랜드의 가치, 상품의 가치 측면에서는 오히려 시장이 낙후된 셈이다.

이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해외 시장에서 명품으로 불리는 장수 브랜드가 없는 현실이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다.

오늘날 세계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장 규모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음에도 한국 화장품은 결국 한국시장 안에서만 최고가 된 셈이다.

매년 화장품 업계는 혁신을 외친다. 하지만 이 혁신은 유통과 마케팅에 혁신일 뿐 제품에 대한 혁신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분명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이야기와 같다. 내일만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내년, 10년 뒤에도 판매되는 제품을, 그리고 한국에서, 아시아에서만 반짝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판매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선행 되어야 한다.

최근 몇몇 선두 화장품사들이 자체 연구소를 없애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연구소가 없는 화장품사, OEM사에만 의존하는 화장품사, 마케팅과 유통에만 주력하는 화장품사들이 과연 화장품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에게 내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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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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