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카리스마 겸비한 ‘철의 여인’

▲ [미용사회중앙회] 최영희회장
▲ [미용사회중앙회] 최영희회장

‘최장군’이라는 별명처럼 화통하고 시원시원했다.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고 자연스러웠다. 포효하는 사자처럼 당당했고, 날쌘 치타처럼 기민했다. 때로는 눈 맑은 사슴의 모습도 보였고, 가끔씩 깨끗하고 우아한 백합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90만명에 달하는 미용인 군단을 이끄는 ㈔대한미용사회중앙회(이하 중앙회) 최영희(64) 회장의 모습은 그랬다. 서초구 방배동 중앙회 사무실에서 2시간 남짓 최 회장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간간이 울리는 휴대폰에 응대하는 최 회장의 말과 표정에서 포스와 내공이 전해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3년 임기의 회장직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 회장의 임기는 2014년 6월까지다.

“가문의 영광이죠. 미용업계의 수장의 자리에 올랐으니 말입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의 회장직은 봉사직이자 명예직입니다. 임기 동안 미용업계의 위상을 높이고 90만 미용인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취임 소감 겸 포부를 이렇게 밝힌 최 회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최 회장은 1968년도에 미용사면허증을 취득한 미용계의 산증인이다. 올해로 44년째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 지부장 6년, 지회장 6년, 수석부회장 3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중앙회 회장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녀에게서 여유와 자신감이 엿보이는 건 당연한 이치이리라.

“지난 20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내걸었던 다섯 개의 공약 중에서 현재 진행 중인 독립 미용사법 제정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 공약은 100% 달성했습니다. 21대 회장 선출 때는 주요 정책공약으로 독립 미용사법 제정을 비롯 미용정책연구원 설립, 헤어월드 재유치, 중앙회장 단임제를 위한 정관 개정, 지회·지부 재정의 안정화 추진, 인재발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인력난 해소 등 여섯 가지를 내걸었습니다.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는 중입니다.”

중앙회는 84개 지회와 186개 지부, 그리고 10만개에 달하는 미용업소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2만8,000명 규모의 미용사를 신규로 배출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조직의 규모만큼이나 위상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불과 3~4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미용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자리에 우뚝 서 있습니다. 4년 전인 2008년도에 개최된 헤어월드챔피언십에서 미국·프랑스·이탈리아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이 대회는 ‘미용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세계대회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최 회장의 얼굴 표정에 자부심이 묻어난다. 그렇지만 아직도 의료계와 법조계 등의 직능단체에 비하면 저평가 받고 있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독립 미용사법 제정이 일사천리로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용사법 제정을 제 임기 중에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 한번 찍어서 안 되면 열 번 찍고,열 번 찍어서 안 되면 100번이라도 찍어야지요. 될 때까지 할 겁니다. 요즘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어요. 정치권은 아니지만 우리는 미용당입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우리의 숙원인 미용사법 제정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하는 당을 밀어줄 계획입니다. 더 이상 표만 갖다주고 이용만 당하는 바보 단체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 미용인 중에서도 국회 비례의원 한 사람 정도는 나와야 합니다. 미용계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려면 그 방법이 최고예요. 우리가 뭉치면 해낼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은 “지금은 과도기적인 상태지만 미래에는 미용인의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 배경에는 이론과 학술의 무장이 깔려 있다. 4년제와 전문대 등 202개의 대학에 미용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고, 석사 300명, 박사 50명이 배출된 상태다. 젊은 인재들이 영입되고 있는 것이다. 과잉상태에 있는 미용인들 스스로의 변신 노력도 위상 제고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최 회장은 중앙회에 ‘오너개념’을 도입했다. 기업이 오너의 경영마인드에 따라서 발전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는 것처럼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있다는 각오로 중앙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부회장 10명과 이사 40명이 회사의 중역인 셈이다.

“어제는 과거입니다. 한 시간 전도 과거지요. 우리는 과거 때문에 후회하지 말고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긍정의 정신으로 무장한 미래지향적인 조직만이 발전하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의 이런 생각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인드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간단·명료·정확·신속을 좋아하는 최 회장. 사람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같이 가는 성격의 최 회장은 용인술(用人術)에 일가견이 있다. ‘당근과 채찍’을 넘어 ‘즐거움과 재미’를 가미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90만 거대 조직인 중앙회는 태풍이 불어와도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조직이다.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 회원들이 젊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다. 중앙회가 그만큼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거대한 조직을 굴러가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건 컨트롤타워 격인 중앙회의 조직의 일사분란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영희호(號)’는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배와 같은 단체입니다. 항로에서 큰 파도를 만나기도 하고 태풍을 만나기도 할 겁니다. 그것은 변화와 개혁의 물결입니다. 큰 파도와 태풍을 경험해보지 못한 선장은 진정한 선장이 아닙니다. 저는 모든 걸 겪은 사람입니다. 탑승객들이 질서를 지키고 약속을 지켜주기만 한다면, 어떤 태풍과 풍랑을 만나도 안전지대까지 안전하게 모시고 갈 수 있습니다.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까운 법입니다. 언제나 겨울일 수는 없습니다. 봄은 반드시 옵니다. 개인은 힘이 약하지만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명의 도지회장과 40명의 이사들, 그리고 10만 회원들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쉬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최 회장은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서 ‘DeBeau'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잘 팔리는' 기술강사였고, 전국IBS대회 1위 수상, 아시아워드 챔피온십 개인상 수상, 대만 아시아월드 챔피온십 메이크업부문 2위 수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제자 육성 에도 힘써 전국 기능올림픽 미용부문에서 9명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기도 했다.

솔직담백하고 화통한 성격의 소유자인 최 회장은 ‘긍정의 힘’ 신봉자다. “할 수 있어”와 “하면 돼” 같은 말을 좋아한다. 성격상 싸우면 이겨야 하고, 실패하면 반드시 실패 원인을 찾아내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입에 발린 칭찬보다 쓴 소리 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독서를 좋아하고 화단 가꾸기를 즐긴다. 좋아하는 꽃은 백합, 가톨릭 신자다.

‘수밀도’. ‘물 많은 복숭아’라는 뜻으로 최근에 최 회장의 며느리가 최 회장에게 쓴 표현이다. 복숭아로 치면 외향적으로는 강하고 천도복숭아처럼 딱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고 맛있고 살도 많고 부드러운 복숭아라는 것.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후회 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박진감 넘치는 인생이었죠. 앞으로의 인생도 그렇게 펼쳐질 것 같아요. 세월이 흘러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 좀 잘했어’ ‘화끈하고 깨끗했어’ ‘그만한 사람 보기 쉽지 않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별 같은 사람이었어’.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 하하하.”

대한민국 미용계 수장의 모습은 그랬다.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가졌고. 긍정의 모습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을 가진 여성이었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철의 여인’이었다.

<제21대 최영희 회장 약력>
-1947년생
-제20대 대한미용사회 중앙회장
-제19대 대한미용사회 중앙회 수석부회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 역임
-대한미용사회중아회 기술강사
-1986년 미용사면허증 획득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경기북부지회 지회장 6년 역임
-대한미용사회 동두천지부 지부장 6년 역임
-국민대학교 미용예술아카데미 초빙교수 역임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최고미용아트강사 역임

<교육수료 경력>
-경영대학교 경영대학원 기술경영학과 수료
-일본 메로스뷰티스쿨 수료
-영국 비달사순 아카데미 전과목 수료
-미국 비달사순 아카데미 전과목 수료
-독일 웰라 아카데미 전과목 수료

<저서>
「보물창고를 열어보세요」
「최영희헤어대전집(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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