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평가 있지만 역효과 대비 필요할 듯

“무엇이 보이십니까?” 대학시절 입학 OT, 한 선배는 단상에 올라 운집해 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손바닥을 보여주며 소리쳤다. 당연히 사람들은 손바닥이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그 선배는 “여러분들에게 손바닥이 보이지만 저에게는 손등이 보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손등과 손바닥, 그리고 손의 옆면까지도 보고, 연구하고, 탐구하는 대학이란 공간에 들어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감동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세상이란 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등과 손바닥’을, ‘동전의 양면’을 알고 있다.

 
 
브랜드숍의 할인을 보는 시각도 이와 같다. 브랜드숍의 할인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이제는 기업도, 유통도, 소비자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은 할인 행사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고, 유통은 이를 원하고, 소비자들은 할인 행사 중 유통을 찾아 간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나뿐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초 한 브랜드숍 기업에서 화장품 전문기자들 간의 때 아닌 토론이 벌어졌다. 브랜드숍의 할인에 대한 찬반 논란이었다. 전문기자들 간의 토론이 벌어질 정도로 브랜드숍의 할인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할인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할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마진을 최소화하는 대신 많은 제품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유용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샤는 할인 행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다수의 브랜드숍이 할인 행사로 큰 성과를 얻으며 전체 브랜드숍 외형 성장에 기여했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할인이 화장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소비자 가격 상승, 신뢰도 하락이라는 역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들은 할인 기간에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제품 출시 전부터 할인을 염두에 두어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제조 원가를 줄임으로 써 제품의 신뢰도를 의심받게 하고 있다.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물론, 현재 브랜드숍들의 선택은 할인으로 기울어졌다. 너도 나도 할인에 나서면서 경쟁적으로 할인이 진행되고, 오늘날 브랜드숍은 할인을 늘 하는 매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시 전문기자들 중 찬성하는 입장의 기자들은 최근 할인 방법 등이 다양해지고 다각적인 홍보 전개로 꾸준한 매출이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밝게 전망했다.

미샤가 재고가 아닌 현재 히트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제품을 할인하는 것이나 아리따움 등의 브랜드숍이 멤버십을 통해 선택적인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들이 도입되면서 신뢰도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반대 입장의 전문기자들은 할인 과열 경쟁으로 과거 화장품전문점처럼 유통이 혼란스러워지고, 신뢰도가 감소하면서 결국 브랜드숍 유통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 누구의 예측이 맞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결국 어떤 예측은 맞고, 어떤 예측은 틀리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보이는 현상만을 본다면 긍정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침체기를 겪었던 미샤가 할인으로 한때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반전을 만들었고, 그동안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던 더페이스샵과 아리따움, 뷰티플렉스, 뷰티크레딧까지 올해부터 본격적인 할인 경쟁에 뛰어들어 소기의 매출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연중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드럭스토어들은 10여년이 넘는 동안 지속 성장하며 오늘날 일본 화장품시장의 핵심 유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입장의 기자들의 예견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브랜드숍 제품 가격이 오르고, 제품 론칭과 함께 1+1이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제품도 나왔다. 계속되는 할인 행사로 할인 행사시 가맹점의 분담율이 늘어남에 따라 불만을 갖는 가맹점주도 늘고 있으며 철수하는 브랜드숍도 늘고 있다.

양날의 칼이란 말이 있듯 칼은 그 쓰임에 따라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브랜드숍의 할인은 양날의 칼과 같다.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몰리는 소비자들로 기업과 유통은 돈을 번다. 일시에 큰 현금을 만질 수 있고, 때로는 이른바 ‘대박’이라는 것을 경험하게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제품 출시부터 할인을 염두에 두고 소비자 가격을 높이거나 제품의 제조 단가를 내리는데 집중한다면 할인은 전체 브랜드숍 업계를 죽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화장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화장품 업계 일각에서는 ‘화장품 기술자는 늘어나고 과학자는 없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인류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거창한 의미는 아니더라도 기교만으로 눈 앞에 이익을 보기보다는 아름다움을 만들고 전하는 화장품 기업의 사명감을 한번쯤 생각해 보길 소망해 본다.
 

 
 

 

 

 

최지흥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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