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교계
‘개점 휴업’ 상태 대북민간단체들, 비판과 성찰 통해 ‘새 길’ 모색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대북지원 20년 백서』 발간 기념토론회 개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대북지원 20년 백서』 발간 기념토론회를 19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었다. 북민협 회원단체는 모두 54곳.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이들 단체는 대부분 7~8년째 ‘개점 휴업’ 상태다. 단체를 떠난 실무자들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대북지원 20년을 기념한다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북민협 내부를 향한 성찰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정권 변화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대북지원과 남북교류를 할 수 있도록 20대 국회 대상의 입법청원 운동, 북민협 법인화 등은 향후 북민협 활동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 참여자들의 주요 발언을 요약해봤다.

   
▲ 북민협 주최의 <대북지원 20년 백서> 발간 기념 토론회가 19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대북지원 20년-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역사와 의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이제훈 북민협 회장: 북민협 회장으로서 그동안 한 일이 별로 없다. 북민협 회장 맡을 때만 해도 남북관계의 기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북한의 계속된 핵개발, 우리 정부의 대응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남북간 교류가 제로상태여서 운신의 폭이 없어졌다. 참 안타깝다. 북한의 도발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겠지만 결국 인도적 지원과 교류 활성화만이 남북관계를 평화적 궤도로 회복시킬 수 있는 종국적 해법이 되기 때문이다. 민간의 인도적 대화채널마저 막히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대북사업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대하기가 물론 어렵다. 그러나 인도주의의 끈마저 놓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상상 이상의 열악한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에 가치를 두고 있는 인도주의의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남한 측은 물론 북한 당국자들도 똑같이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 이제훈 북민협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남북관계는 항상 ‘혹시나’였는데 ‘역시나’로 끝났던 것 같다. 대북지원은 평화운동이고 통일운동이다. 대북지원은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시기의 경험에 비추어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교류와 협력, 만남과 대화는 중단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어린아이들과 주민을 돕는 것은 결국 우리를 돕고 미래세대를 돕는 것이기에 멈춰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남북의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지속적인 대북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최혜정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지난 시기 대북지원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남북관계가 대단히 정치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인도지원이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북지원 20년이라는 ‘아주 오래된 희망’을 통해 인도적 지원사업이 남과 북의 화해협력과 상호이해 폭을 넓혔다는 것과 한반도 평화 형성에 기여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대북지원 20년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북민협이 협력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아주 무거운 질문과 숙제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대북협력사업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변화한 북한 사회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업 개발, 지원의 사각지대에 처한 계층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등 실질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민간이 중심이 된 남북간 접촉이었고, 대결과 반목으로 얼룩진 분단사에서 보기 드문 민족화해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왔다는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업 진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관련 전문가 부족 등 지원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여전히 미성숙하다. 또한 ‘퍼주기 논란’ 등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북한의 특정지역 및 업종에 편중되는 등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의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향후 대북지원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북한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개발협력방식의 추진 △개발협력사업에 참여하는 북한 주민과의 교류·협력의 확대 △대북지원 사업의 구체적 목표 설정과 국제기준을 토대로 한 추진 △북한 내부의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를 고려한 대북지원 전략 구상 등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립되어야 하고, 민간이나 정부 독자가 아닌 민관협력 시스템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전문가들을 포괄하는 상설 전문가 조직을 구성, 운영할 필요가 있다.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협약 및 법제화도 추진되어야 한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유코리아뉴스

▲김연철 인제대 교수: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미사일 개발, 핵병진 노선 발표와 노동당대회 개최 등은 북한이 대내외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북핵 문제의 협의과정을 보면 북한은 핵보유를 추구했지만 국제사회의 설득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냈었다. 남북관계를 누가 주도했을까? 북한보다는 남한 정부가 주도했던 성격이 강하다. 남북관계는 북한보다는 남한의 대북정책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제가 볼 때 남북관계는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제일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핵문제를 남북관계와 연계시키면 핵문제도 못풀고 남북관계도 못푸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병행해서 풀어야 한다. 핵문제 해결은 장시간이 필요하다. 동시행동 원칙에 비춰보면 선행을 따지면 해결될 수가 없는 문제다.

개성공단 폐쇄할 때 폐쇄 절차, 법적 부분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해버렸다. 예를 들어 마지막 한두 달 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정산을 하지 않고 폐쇄해버린 것이다. 개성공단 분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곧 장마철이 오는데 배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을 때 침수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법과 제도가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있어도 그것을 안지킨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발전법은 폐기된 것이 아니다. 법에 따르면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이 남북관계발전위원회를 분야별로 만들어 5년마다 계획을 세우게 되어 있다. 거기엔 대북 인도적 지원 분야도 있다. 그런데 이게 거의 사문화되어 있다. 위원회 구성이 되어 있지만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제가 여야 추천으로 남북관계 위원이 됐다고 통일부장관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한번도 회의한다고 초청받은 적이 없다. 이게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북 접촉이나 방북도 마찬가지다. 남북교류협력법이 폐기된 것이 아니다. 이걸 엄격하게 하려면 상위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상위법은 그대로 둔 채 시행령이나 장관 고시만 고쳐서 대북접촉이나 교류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상위법-하위법이 충돌될 수밖에 없다. 이건 불법이다. 20대 국회는 상위법 개정을 통해 이게 충돌되지 않게 해야 한다.

   
▲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장 ⓒ유코리아뉴스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장: 북한은 앞으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대북지원은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남북관계를 상수로 본다면 언제까지 우리가 방향 모색만 하고 있을 것인가, 답답하다. 중요한 건 우리 안에 자생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는 인도주의자인가. 인도주의자차럼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는가. 인도적 대북지원이 통일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북민협 내적 역량 강화를 위해 북민협의 법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염려가 있었지만 법인화를 통한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1년마다 회장단체가 바뀌면서 연속성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갈 수가 없다.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다. 법인화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민협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연대가 필요한 때이다. 인도적 지원사업을 위한 법률 자문 단체가 꼭 필요하다. 북민협 내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현실적,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북인도지원법을 우리가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만드는 작업을 할 것이다. 북한이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주 북한 다녀온 분이 북한 믹스커피를 가지고 오셨다. 지금 북한에서 나오는 게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다. 북한이 변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대북지원도 바뀌어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역량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방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정권이 바뀌어서 남북관계가 뒤바뀐다면 아무리 내년에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어 뭔가를 해놔도 또 정권이 바뀌면 남북관계는 뒤바뀔 것이다. 지금처럼 북한이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이상 핵문제와 남북관계가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고민이 깊지 않나 싶다. 통일이라는 긴 안목에서 보면 남북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지의 시점에 한반도 운명을 결정하는 두 가지 축인데 국제 공조와 남북관계다. 우리 사회 내 진보-보수가 다 공감하는 남북관계를 만드는 게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숙제인 것 같다.

▲김준 국제푸른나무 사무총장: 대북제재는 늘 존재했지만 지금의 개성공단 폐쇄 등의 제재는 뭔가 의도를 가지고 이 정부가 추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북 관련 일을 하다 보니까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 마음이 좁을까’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한이 최근까지 남한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우리 정부는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일단 콧방귀부터 낀다. 대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받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5.24조치에서도 그렇고 이번 UN의 대북제재에서도 영유아 지원 등은 가능하도록 했는데 거의 모든 걸 정부가 막고 있다.

▲이운식 겨레의숲 사무처장: 최근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 이런 상황이 올해까지 갈지 이 정부 끝날 때까지 갈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 정책은 선 비핵화였다. 결과적으로 남북문제와 관련해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 반작용으로 나온 게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인데 성과가 전혀 없다. 이번 주말에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관련 남북 접촉이 있다. 인도적 지원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주체라고 생각하는데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나와 있지만 올 하반기 대북인도지원이 재개된다면 모니터링 강화를 조건으로 내걸지 않을까 싶다. 이 문제(모니터링 강화)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대북지원 20년 백서』 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 백서는 북민협이 10년 전 발간한 『대북지원 10년 백서』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20년 전 북민협을 포함한 민간단체가 대북지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과정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1900년대 초·중반 북한의 식량난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국내 민간단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UN 등 국제기구에 의해서였다. 국내 민간단체에 의해 대북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면 엉뚱한 이념논쟁으로 진보-보수 갈등을 유발했을 게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유엔기구, 국제적십자연맹, 국제비정부기구 등이 북한에 대한 긴급지원 호소를 위해 북한의 인도적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고, 이 같은 국제사회의 대북 긴급지원 호소는 이념, 체제를 떠나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지원 활동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는 게 ‘백서’의 설명이다. 이런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지원식량의 군량미 전용, 분배투명성에 대한 의혹, 붇북한 체제 강화에 기여한다는 부정적인 여론들이 있었지만 결국 국제사회의 거듭된 호소는 이런 여론을 잠재웠다. 특히 광복 50주년인 1995년을 계기로 남북간 교류와 접촉을 보다 활발하게 추진하기 시작한 종교계가 초기 우리 사회의 대북인도적 지원운동을 주도해 나가면서 한국사회에서도 인도주의 및 동포애적 관점에서 대북 지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확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북민협이 발간한 <대북지원 20년 백서>

백서는 또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시기의 민간단체 대북지원 현황과 성격, 평가를 담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는 민간단체의 활발한 대북지원 요구와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끊임없이 규제하고 제한하는 분위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민족화해를 위한 북한동포돕기 서명운동’이 서명 40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대북지원과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시기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때는 1998년 3월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활성화 조치를 발표하고, 1999년 2월 대북지원 창구다원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의 문을 연 시기다.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 핵개발 등 남북 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지속적인 대북 지원과 협력의 확대를 이어나간 시기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는 대북지원의 방향, 원칙과 관련해 정부의 일방적 잣대만 존재했고 민간의 역할과 자율성이 무시됐다. 따라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통일부와 민간단체간의 공식 정책협의체인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가 해체되고, 지방자치단체의 대북지원 활동도 전면 차단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겉으로는 정치문제와 구분해 인도적 대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위축된 대북지원 활동 위축이 거의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역대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에 대한 평가와 함께 백서에는 향후 민간단체 대북지원 활동의 추진방향과 과제, 대북민간단체들의 활동 내용, 북민협의 성찰과 발전을 위한 ‘북민협 2.0’ 제안서, 북민협 정관, 대북지원민관정책협의회 운영규정 등도 담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