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디자인의 가치와 혁신을 창조하는 톱 헤어디자이너

 
 
나이들 수록 빛나는 얼굴이 있다. 젊음이 주는 싱그러운 에너지 대신 여유와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은 또 다른 빛깔을 내뿜는다.

최근 살롱을 확장 이전하면서 더욱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톱 헤어디자이너 민경(파비엔에이치 원장)을 만났다. 예전부터 인상적이었던 눈빛의 기는 여전하되, 표정은 온화해지고 미소 또한 편안해보였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이제야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어서인지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나이들 수록 예쁜 얼굴보다는 예쁜 주름을 가진 얼굴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장동건, 변정수, 신은경, 채시라 등 톱스타들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하나의 트렌드화 시키는데 앞장서온 민경은 청담동의 잘나가는 디자이너이자, 스타 담당 헤어디자이너로도 명성을 떨쳐왔다.
 
20년간 헤어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한 번도 싫증을 낸다거나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이기에 누군가에게는 냉정하게 비쳐진 적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세월은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 그 자체이었노라고 말한다. 단순히 헤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인이 아니라, 헤어 디자인에 대한 완벽한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안으로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워나가야 했고, 밖으로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가야만 했다.
 
어느 누구보다 ‘커트’를 사랑하고, 그것에만 집중해왔던 그가 오랜 세월 연구하고 경험한 끝에 내놓은 ‘성형커트’와 ‘아트커트’가 이슈가 된 것도 많은 것들을 포기한 채 오직 열정과 노력만으로 점철된 지난날이 있기 때문이다.
 
살롱 이전과 방송 출연, 대학원 공부와 강의 등으로 여전히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민경 원장.
 
이제 좀 쉬엄쉬엄해도 되지 않겠냐는 말에 “여유도 프로페셔널하게 즐기고 싶다”고 말하는, 타고난 프로페셔널 헤어아티스트 민경의 일과 삶에 대하여….
 
 
 
이가자미용실 견습생으로 첫발을 내딛다
지점토 공예나 요리 등 손으로 하는 건 무엇이든지 잘하는 편이었다. 어렸을 때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불고데기를 갖고 놀기도 했단다. 처음엔 가발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사람 머리를 만져야겠다는 생각에 서교동에 있는 이가자 미용실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당시 메이크업도 공부했던 터라 헤어와 메이크업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 누구도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96년도에 뉴욕행을 선택했다. 디자인에 대한 갈증,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에….
뉴욕에 가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1년을 보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청담동 이가자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새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증폭시키기만 했던 짧은 시간이었고, 결국 2000년에 런던 비달사순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비달사순을 기본으로 하여 내 스토리를 표현하다
나는 기술을 배우면서도 늘 ‘커트’에만 집중했다. 내가 원하는 헤어디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터득한 가장 중요한 진리는 헤어디자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인류의 역사부터 문화, 예술, 심리 등이 시대적 특징과 함께 용해되어 있어야 한다. 그까짓 헤어 디자인 하나가 뭐 그리 거창하냐고 반문하겠지만, 남들보다 앞서 트렌드를 만들고 그것을 보편화시키기까지는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 현상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현재 성균관대 디자인 매니지먼트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헤어에 관해선 가장 완벽한 이론인 비달사순의 이론을 기본으로 하여 여기에 나만의 기술, 심리, 문화가 결합된 스토리를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스타일을 만든다.
 
헤어 디자인만으로도 성형 효과를 볼 수 있다
헤어 성형이란 커트만으로도 얼굴의 단점을 커버하여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커트 하나만 잘하면 굳이 펌이나 염색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 들면 얼굴이 처지고 주름이 생기는데, 얼굴형과 두상을 기본으로 한 과학적인 헤어 커트는 시각적인 효과를 연출해 리프팅이나 보톡스를 맞은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장동건, 변정수, 신은경을 비롯하여 많은 연예인들이 꾸준히 나를 찾는 이유는 바로 그 사람만을 위한 커트를 해주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하나의 상품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야 하는데,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데는 헤어의 역할이 가장 크다. 특히 눈에 시선이 모아지도록 하는 헤어 디자인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두상과 이목구비, 골격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한 분 한 분에게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드리는데, 그것은 단순히 머리를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드린다는 자부심으로 작업한다.
 
내려놓을 줄도 아는 삶을 꿈꾼다
지금 내 나이가 꼭 내 삶의 중간 정도에 온 듯하다. 그동안은 ‘내가 하고자 하는 헤어디자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확신을 갖고 주위도 살피면서 더 멀리 보고 싶다.
고객분 들 중에 연세가 있는데도 정말 기품 있고 아름다워 보이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을 볼 때마다 미래의 내 모습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란한 겉치장보다 여유 있고 부드러운 모습에 관용이 느껴지는 태도. 분명 내면이 알차고 아름다워야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모습일 것이다.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교육 경영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오늘도 어제처럼, 또 내일도 오늘처럼 늘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집착하거나 얽매여있지 있지 않고 내가 이 일을 언젠가 그만두게 되더라도 또 다른 삶도 즐길 수 아는 여유를 갖고 싶다.
두 손에 갖고 있는 것을 꽉 움켜만 쥐고 있지 않고 내려놓을 줄도 아는 삶, 여유조차도 정말 멋있고 프로페셔널하게 즐기는 삶. 이것이 바로 내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삶이다.
 
사진=김세진 studiomandoo@gmail.com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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