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결점 없는 피부, 눈부신 외모의 완성은 메이크업이다.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는 배우와 모델 뒤에는 그녀들의 ‘미’를 창조해주는 이들이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어 이끌어주는 그들.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혹은 촬영장에서, 또 백스테이지에서 얼굴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지난 8월, 2012 FW 뉴욕 패션 위크에서 바비 브라운이 직접 진두지휘해 ‘레이철 로이’쇼와 ‘티비’의 쇼를 진행했다.

패션 쇼 현장에서 아름다운 모델들이 빛을 발하듯 백스테이지 현장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신 같은 손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코리아 바비로는 최초로 뉴욕 패션 위크 현장에 서서 한국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바비 브라운의 노용남 아티스트를 만나 그의 열정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꿈을 키워준 ‘메이크업 박스’

고등학교 때 소꿉친구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다. 당시 나는 여자 친구가 없어 셋이 자주 만나서 놀곤 했는데 친구의 여자 친구는 늘 메이크업 박스를 지니고 다녔다. 메이크업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던 내가 어느 날 문득 그 메이크업 박스를 보고 메이크업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꿈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바로 학원에 등록해 꿈에 한 발짝 다가섰고, 남들보다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실업계 고등학교을 나온 나는 3학년 2학기 때 코리아나 화장품에서 병행 수입한 레브론에서 아티스트로 근무 하기 시작했고, 군대 가기 전에 퇴사를 했다. 2003년 7월 군 전역을 했고, 짧은 머리로 바비 브라운에 면접을 봐서 9월에 입사했다.

# 나 보고 싶으면 바비 브라운으로 와라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군대시절,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사회인이 되면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지. 그러던 중 막연히 후임들에게 “나 보고 싶으면 바비 브라운으로 와라”라고 말했고, 정말로 내가 원하던 브랜드에 입사하게 되니 꿈처럼 행복했다. 원하는 것은 소망하면 되더라.

# 선의의 경쟁, 그 노력의 끝은 결실

처음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바비 브라운 매장에서 3년간 근무를 했다. 당시 백화점의 관행상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고용하지 않아 처음에는 백화점 입사 면접에서 떨어졌으나 두 번째 도전에 합격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뒤로 일명 매장남, 매장 상주 아티스트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후로, 프로뷰티팀에 소속되어 대외적인 패션 위크 행사나 잡지 촬영, 방송 등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메이크업 트레이너로 바비 브라운 소속 직원 350명에게 메이크업을 교육하고, 시즌별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모 메이크업도 진행한다.

브랜드 소속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따기까지 선의의 경쟁이 있었다. 3살 연상에, 경력도 더 많은 선배 아티스트와 쟁쟁한 기 싸움을 벌였다. 내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함이 무기임을 알았다. 결국 내가 수석이란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노력의 끝에는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 남자 아티스트, 중년 여성들이 좋아한다?

지금까지 7회 정도 중국에 가서 오픈식 행사에 참여해 메이크업 쇼를 진행한 만큼 중국이나 대만 등의 백화점 브랜드 오프닝 행사에 많은 초청을 받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자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로 주목을 받을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중년 여성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선호한다. 중국 여성들은 감정 표현이 참 과감하더라. 저녁 먹자는 둥, 연락하라는 둥.

사실 처음 아티스트로 일을 했을 때는 여자 아티스트만 찾는 고객들 때문에 상처 받았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티스트로서 당당해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고객들도 다가오더라. 나중에는 “언니 없어요?”라는 고객에게 “제가 여기서 메이크업 제일 잘하는데 한번 받아보시겠어요?”라고 당당한 모습으로 다가서니 고객들도 흔쾌히 받아주었다. 마음과 마음은 통하는 법. 마음을 다해 고객에게 정성스럽게 해준 메이크업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 제품을 구입하진 않았지만 고맙다며 간식 등을 사다준 고객들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 바비와 함께 한 뉴욕 패션 위크 현장

▲ 노용남 아티스트는 2013 SS 뉴욕 패션 위크 백스테이지 메이크업 팀으로 선발됐다 (좌), 메이크업 시연을 보여주고 있는 노용남 (우)
▲ 노용남 아티스트는 2013 SS 뉴욕 패션 위크 백스테이지 메이크업 팀으로 선발됐다 (좌), 메이크업 시연을 보여주고 있는 노용남 (우)
지난 8월, 뉴욕 패션 위크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진행했다. 코리아 바비에서는 최초로 함께 한 자리라서 큰 영광이고, 기쁨이었다. 다양한 외국 모델들을 만났는데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 친구들에게 메이크업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메이크업하는 게 더 많은 테크닉을 요한다. (웃음)

흑인 모델을 메이크업을 하게 됐을 때에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색조 제품을 듬뿍 발랐으나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흑인은 피부색을 표현하기 보다는 피부 톤의 밸런스를 맞춰 메이크업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아이메이크업은 튀는 사파이어나 코발트블루 컬러가 좋다.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국 모델 신재희 씨, 슈퍼모델 출신 강소영 씨를 우연히 뉴욕 패션 위크 현장에서 만나니, 외롭던 찰나에 너무 반갑더라.

바비 여사가 데모 메이크업을 보여주면 따라하면서 코치를 받기도 했다. 바비 여사는 늘 말한다. “메이크업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내가 아닌 것처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메이크업, 나는 바비의 철학이 좋다.

바비 브라운 아시아 퍼시픽 메이크업 디렉터 ‘카이 빈슨’도 뉴욕 패션 위크 자리를 빛냈는데, 나는 1년에 두 번씩 이 분에게 아시아 시즌 룩을 교육 받는다. 아시아 존에서 코리아 바비가 가장 큰 시장인 만큼 내가 카이 빈슨의 뒤를 이어 아시아 존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 주변 환경을 둘러보면 트렌드가 보인다

벚꽃 축제와 스모키 메이크업은 어울리지 않는다. 등산 메이크업은 돌, 나무, 나뭇잎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메이크업이 좋다. 이렇듯 메이크업은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시즌 룩을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계절과 주변 환경에서 트렌드를 반영한다. 패션도 물론 중요하다. 돌잔치, 취업 면접,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에 따라 의상도 달라지기 마련. 의상의 형태, 용도, 컬러에 따라 메이크업 방법을 제시한다.

# 메이크업 잘하고 싶어? 베이스 메이크업부터 신경 써라, 그리고 어울리는 색상을 써라

 
 
베이스 메이크업만 잘하면 색조 메이크업까지 쉬워진다. 베이스 메이크업에 공을 들여라. 피부 컬러에 맞게 피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는 어두운데 밝은 것을 발라 떠보이거나 파운데이션이 균일하게 발리지 않았다면 아무리 색조를 잘해도 큰 문제점으로 보여진다.

베이스 메이크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 색상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선택하는 것. 사용하는 양을 조절하면서 쓴다면 쉽고 빠르게 깨끗한 피부표현이 가능하다. 만약 내 피부가 유분기가 많다면 파우더까지 써도 좋다. 다만, 파우더를 많이 바르면 피부의 투명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

베이스 메이크업으로 깨끗한 피부 연출을 했다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로 색조 메이크업을 시도해 보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자신의 피부 색상과 가장 비슷한 색상이다. 자신의 피부 색상이 갖고 있는 컬러를 그대로 표현하는 누드 메이크업, 절제된 메이크업이 좋다. 무조건 트렌드 컬러를 따라가기보다는 본인에게 맞는 컬러와 피부 표현을 한 다음, 팝 컬러를 사용해 재미를 준다면 메이크업 기술이 늘 수 있다.

올 가을, 겨울 트렌드는 ‘버건디 컬러’다. 와인, 플럼, 레드의 컬러에 블루가 살짝 섞인 컬러 와 실키 매트한 피부표현이 대세. 아이 메이크업은 가을 느낌이 나는 브라운 컬러를 가볍게 발라준다. 펄감이 있는 아이섀도는 손으로 쓱쓱 발라도 쉽고 예쁘게 표현 가능하다. 

 

 
 
스킨 파운데이션 SPF15 PA+ : 가벼운 사용감과 높은 커버력, 수분 공급과 피부 유수분 밸런스에 도움을 주며, 미네랄 성분이 피지를 컨트롤해 맑은 피부를 표현할 수 있다.

롱웨어 젤 아이라이너 : 눈을 또렷하게 하는 블랙이나 브라운 컬러를 추천한다. 리퀴드 타입처럼 지속력이 우수하며 펜슬 타입처럼 자연스럽고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장점을 모아 만들었으며, 바비 브라운이 젤 아이라이너의 원조격이다.

프로텍티브 페이스 로션 SPF 15 : 메이크업을 하기 전 피부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줘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밀리지 않게 해주는 베이스 제품이다. 내가 메이크업을 할 때 스킨케어는 빼놓아도 이 제품은 꼭 챙기는 필수품이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사진=김세진(studiomand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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