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가 없어요”

결점 없는 피부, 눈부신 외모의 완성은 메이크업이다.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압도하고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는 배우와 모델 뒤에는 그녀들의 ‘미’를 창조해주는 이들이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어 이끌어주는 그들.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혹은 촬영장에서, 또 백스테이지에서 얼굴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세계 4대 컬렉션 패션쇼의 백 스테이지를 책임지는 유일한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다”라고 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환한 미소로 맞아준 변명숙 아티스트에게선 프로만의 에너지와 여유로움이 넘쳤다.

그녀는 전 세계 40명 정도에 불과한 맥의 수석 아티스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세계 4대 컬렉션의 주요 패션쇼 백 스테이지에서 모델의 메이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효리, 고소영, 조여정, 공효진 등 국내 최고 스타들뿐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 나오미 캠벨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작업하며 맥의 트렌드를 창조하고 그것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아기를 출산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백 스테이지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게 애석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천생 메이크업 아티스트일 수밖에 없다. 일과 육아 모두 최고의 자리를 꿈꾸는 맥의 변명숙 수석 아티스트의 삶에 대하여….

#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을 해왔고, 서울예대 무용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살이 좀 쪘지만 옛날에는 고전적이고 예쁜 편이었다. 이렇게 세게 생기지 않았고.(웃음) 욕심이 많았던 나는 1등이 아닌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가 없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춤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고, 그 시기 방황도 많이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메이크업이더라. 고등학교 때부터 무용 분장도 친구들에게 다 해줄 만큼 내 터치 하나로 예뻐지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

친구의 언니가 김청경 선생님에게 메이크업을 배웠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그분이 운영하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94년 당시 김청경 선생님은 광고 메이크업으로 유일한 분인데다가 한국 메이크업 역사의 산증인이 아닌가?

선생님 밑에서 어시스트로 있다가 유명 남자 아티스트의 제의로 함께 일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내 이름으로 된 메이크업 학원을 차렸고 6개월 후 더 큰 꿈을 키우고 싶어서 그만뒀다.

# 영국으로 떠나다

1997년 어느 날, 막연하게 ‘영국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못하던 나는 영국에 가면 바로 아티스트가 될 줄 알았다. 공항 입국 심사에서 당시 유행하던 김혜수 입술처럼 새빨간 버건디 립 컬러를 바르고 하얀 롱코트를 입은 채 ‘가능한 오래 머물겠다’고 말했더니 그들은 피식 웃었다. 아마 황당했을 것이다.

“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야”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더라. 말도 안통하고...절망한 나는 3개월 동안 랭귀지 스쿨을 다닌 후 1년 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 ‘유니버시티 오브 더 런던’이라는 학교에 들어갔다. 2학년 때 만난 데이빗 혼 선생님이 나의 재능을 인정해줬다. 런던패션위크에 나가기 위한 테스트 시험에서 그렇게 시크하던 선생님께서 “음, 괜찮은데?”라며 칭찬하시더라.

80명의 재학생 중 최우수 학생으로 선발된 나는 런던패션위크에 참여했다. 나에게 이런 일은 평생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감격스러웠다.

# 트렌드를 리드하는 맥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 데이빗 혼은 맥의 트레이너였다. 그를 통해 처음 맥을 알게 됐고, 항상 까만 옷을 입고 시크한 성격을 가진 그의 모든 메이크업은 스타일리시하고 유니크했다. 그때부터 맥에 관심이 생겼고, 일해보고 싶었다. 창조적이고 자유분방하고, 예술적이고, 유니크함에 반한 것.

영국의 맥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려면 4차의 시험을 통과해야 해서 데이빗 혼에게 포트폴리오를 가져다 주었더니 깜짝 놀라면서 2차까지 통과시켜줬고, 고객들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 맥 매장에서 일하게 됐다. 언어가 잘 안통해서 얌전했던 나는 ‘리틀 옐로’로 통했다.

어느 날 한 트레이너가 블렌딩을 잘한다며 메이크업 페이스 차트를 보자고 하더라. 그것을 보고 풀 메이크업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포지션에 올랐고 조용하고 말 못하던 나에게 하나둘 관심을 가졌다. 한 트레이너가 나에게 꿈을 물었을 때, “나는 인터내셔널 프로팀 수석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얘기했지만 다들 깔깔대며 “그래, 꿈은 크게 가져야지”라고 비웃더라.

# 레지던트 아티스트로 인정받다

 
 
데이빗 혼이 맥 매장 팀장으로 들어가면서 나를 데리고 갔다. 그 다음부터 나는 초특급 대우를 받았다.

나는 레지던트 아티스트 프로 스토어를 대표하는 포지션을 맡았고, 그때부터 셀러브리티들에게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했다.
런던패션위크 다음으로 영광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4대 컬렉션 중 하나인 밀라노에 가게 된 것. 유명 수석 아티스트 디렉터 그룹 중 테리 바버가 “숙이 잘하더라”라면서 나를 찾기 시작했고, 14번 이상의 백 스테이지에 참석했다.

#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어진 맥과의 질긴 인연

내가 한 메이크업이 런웨이에 나오고, 잡지에 등장하며 ‘잇트렌드 룩’을 발표하는데 그것이 내가 만든 것,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아무리 메이크업을 잘하더라도 동양인이라 벽에 부딪히더라. 인종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수석 자리에 오르면 교육도 해야 하는데 언어가 안 되다 보니 내 위치는 프로 스토어 단기 수석 아티스트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느님이 주신 직장 맥은 내 천직이구나”

‘그래, 내 나라에 가서 프리랜서로 일하자. 그게 내 일이다’라는 생각에 2006년에 한국에 왔다. 그러나 8년 7개월 만에 온 한국은 너무 변해있었다. 혼자 택시 타는 것도, 은행에서 볼일을 보는 것도 내겐 너무 어려웠다. 문화적 충격과 시댁의 힘든 사정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영국 맥의 트레이너와 메일을 나누던 중 한국 수석 아티스트 자리가 비었다며 이력서를 내보라고 했다. 그러나 맥에 회의를 느꼈기에 갈등하고, 또 했다.

내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한번 해보자’란 심정으로 면접을 보러가는 중 내 평생 처음으로 5중 충돌 교통사고가 났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끌고 면접을 봤고, 내 열정 때문인지 바로 같이 일하자며 연락이 왔다.

수많은 러브콜을 제치고 맥을 택한 이유는 ‘아티스트는 아티스트 브랜드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4대 컬렉션을 전부 돌고 한 나라 당 수십 개 씩 되는 백 스테이지를 감당하는 브랜드는 맥이 유일하다. 프리랜서 아티스트들도 맥의 비주얼, 백 스테이지의 모든 것을 참고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도 맥이 아니면 트렌드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 공감과 교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팀이 대표되는 비주얼을 찾고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 트렌드를 탄생시킨다. 그것을 백 스테이지에서 검증을 받고 컬렉션으로 내보내는 것. 맥은 한계가 없고, 심장을 뛰게 한다.

어떤 사람은 사물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하는데, 아티스트로서 그것은 당연한 일. 백 스테이지에서, 또 상대방과의 교감에서 만들어지는 메이크업이고 트렌드이다. 메이크업은 정답이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캐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시트콤처럼 깔깔 웃을 만한 나만의 에피소드

영국 백화점 매장에서 일할 때 크리스마스였다. 한 고객이 매장 테이블에 올라가 점프하면서 마이클 잭슨 노래를 불렀고, 우리는 그 고객을 잡으려고 뛰어다녔던 적이 있다.
또 백 스테이지에서 한 프랑스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모델에게 “뷰러는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라면서 뷰러로 모델의 속눈썹을 올리는데 눈을 집었다. 모델은 아파했지만, 그 아티스트는 모르는 척하며 “울랄라, 너 왜그래?”라며 화를 냈다.
부산국제영화제 백 스테이지를 갔을 때의 일이다. 려원의 메이크업을 해주는데 둘 다 기독교인이라 메이크업 하다말고 심취해서 하느님을 부르며 기도한 적도 있다.
황우슬혜와의 에피소드도 떠오른다. 얼굴 메이크업을 끝내고 보니 빨간 드레스 사이로 시퍼렇게 큰 멍이 들었더라. 30초 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 컨실러로 빨리 가려야 하는데 미디어 기자들이 들어와 콘셉트에 대해 말해 달라했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지금 콘셉트 말할 때냐고, 찍지 말라고”하며 소리 질렀다. 다행히 멍이 잘 가려졌더라.

# 성공에 필요한 오랜 투자와 끈질김

젊은 유학생이나 국내 학생들을 만나보면 2~3년만 해보고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한다. 또 빨리 질려하고, 어려운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한테 온 고객이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큰 감동인줄 모르는 게 안타깝다. 테크닉만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실험해보고 테스트해봐라. 예술, 건축, 문화 등 다양한 경험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바로 아티스트다.

# 글로벌 키 아티스트가 되리라

꿈은 끝이 없다. 수석 아티스트가 되면 다 끝났구나 싶었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으니 글로벌 키 아티스트, 글로벌 디렉터, 제품 개발 등에 관심이 간다. 지금은 한국 뷰티 시장이 급성장해서 외국 뷰티가 한국 뷰티를 많이 따라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만 유명한 게 아니다. 나도 세계적 아티스트가 될 테니 지켜봐 달라.

 
 
스튜디오 퍼펙트 SPF15 파운데이션: 맥의 파우더 파운데이션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보송하고 매끈한 마무리와 보습효과를 동시에 선사하며 가볍게 발리면서도 완벽한 커버력을 제공한다.

프렙+프라임 BB 뷰티 밤 콤팩트 SPF30, PA++ : 자연스러우면서도 완벽한 생얼 스킨을 표현하기 위한 최고의 제품으로 피부 결을 매끈하게 정돈하여 화사한 피부톤을 완성하고 내추럴한 피니시를 지속시켜주는 콤팩트 타입제품이다.

립스틱 ‘루비우’ : 올 FW 트렌드인 레드 립을 연출할 수 있는 립스틱으로, 맑고 선명하며 클래식한 레드 컬러에 매트한 질감이다.


신원경 기자 lovesleep28@beautyhankook.com
사진=김세진(studiomand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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