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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다큐를 통해 보는 불편한 진실KBS 스페셜 통일대기획 “북한 주민, 통일을 말하다”


2011년 12월 19일 점심 약속 장소로 달리던 버스 안. 
한산한 낮 시간의 버스 풍경 속에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라디오로 크게 들려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낮 12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보도를…” 승객들은 숨소리마저 죽이며 뉴스에 귀를 기울였고, 누구 하나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소식에 모두들 놀란 눈치였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북한의 독재자가 죽었다고 하니,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청와대에서부터 정부 부처와 언론들도 하나같이 모두 놀라,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 앞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북한 지도자의 죽음에 우리나라도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북한은 얼마나 더 혼란스럽고 불안할까. 그들의 불안이 사회혼란으로 이어져, 큰 폭동이나 쿠데타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혼란과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수십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삼팔선을 넘어 남한으로 쏟아져내려오지는 않을까. 기회는 이 때다 싶어, 북한이 가진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이처럼 머릿속으로 북한의 급변 사태와 붕괴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불안에 떨었던 대중들에게 정부도 언론도 시원스러운 답을 주지 못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북한의 일’이 ‘나의 불안’을 건드리는 사안임을 새삼 느끼게 된 많은 사람들은 이제 ‘정확한 사실’이 알고 싶다. 북한이 불안하다면 얼마나 불안한지, 우리는 어떤 대비(준비)를 해야 하는지, 휴전국 시민으로서 불안을 떨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그만 싸우고 통일될 수는 없는지, 통일이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 모든 질문에 한꺼번에 답을 줄 수 없을지는 몰라도, 북한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진 사람들을 위해 추천할만한 명품 다큐멘터리 한 편이 탄생했다.

지난 12월 3일 방영된 KBS스페셜 통일대기획 1편 “북한 주민 통일을 말하다”에서는 폐쇄적인 북한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해 각종 공식 문서나 북한이탈주민을 통해서 정보를 얻어왔던 기존 접근 방식의 한계를 넘어, 직접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여권을 가지고 중국을 드나들며 무역을 하는 북한 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총 8가지 질문에 대해 일대일 심층 면담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질문은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Q1. 조선반도가 통일되길 바라십니까?
Q2. 통일을 원한다면 그 이유는?
Q3. 통일이 언제쯤 가능할까요?
Q4. 통일이 어떤 체제로 이뤄지길 바라십니까?
Q5. 남조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Q6. 남조선 경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Q7. 통일을 위해 남조선이 해야 할 일은?
Q8.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이 질문들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대답은 우리나라의 것과 많이 다르다.

지난 9월 발간된 『2011년 통일의식조사 발표 통일의식과 통일준비』(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는 조사대상자 표본의 특성(숫자, 연령, 지역분배 등)이 많이 다르지만, 통일 의식 조사라는 내용 측면에서 동일한 질문에 답한 두 집단의 응답 내용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참고 자료로 제시하였다)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답자의 57.7%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북한주민들은 102명 중 97명(95%)이 ‘매우 바란다’고 답하였다. 북한 주민들이 통일에 대한 더 높은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볼 것은 통일의 이유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니까(41.6%)’, ‘전쟁방지(27.3%)’의 순으로 답하였으나, 북한 주민들은 ‘경제가 좋아짐(45명)’, ‘같은 민족이니까(43명)’의 순이었다.

북한 경제 사정의 호전을 위해 통일을 바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올해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은 김일성 사후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굶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세계식량기구는 북한의 5세 이하 어린이 중 1/3이 영양실조라고 발표하였다. 북한 내부를 촬영한 세계식량기구(WFP)의 인용된 영상 속을 통해서도 뼈가 앙상한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아이들조차 먹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통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통일이 간절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다.

북한은 달라져있었다. 남조선을 더 이상 美제국주의식민지 압제 하에서 고통 받고 굶어죽는 거지들로 보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 국가로 여기는(Q5에 대해 61명이 답함) 마음도 있고, 통일을 위해서는 남조선이 미국의 지배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Q7에 대해 51명이 답함)는 생각도 여전히 가지고 있으나, 남조선이 월등히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은 ‘한류’를 통해 이미 다들 알고 있다.

   
▲ 북한 주민 102명중 67명이 중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꼽았다.

잘사는 남조선과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되기를 바라지만, 현재 경제적으로 더욱 의존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한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우리와 함께 추진하려했던 수많은 남북교류협력 사업 계획이 중국 측으로 넘어갔다.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더욱 가깝고 친밀하게 느끼는 중국(Q8에 대해 67명이 답함)은 북한에게 있어 외부 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창구이며, 극심한 경제 위기 속의 생명줄이기도 하다. 북한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심리적인 의존도가 중국에게로 더욱 기울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다큐멘터리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조의 표명과 함께 민간 조문단의 방북을 통해 대북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려는 남한 정부를 향해 북한 주민은 명확한 한 마디를 남긴다.
“쌀보다도, 빨리 교류가 이뤄져서 화해하고, 물질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북한의) 문이 열리지, 먹을 거나 들여보내 줘가지고는 문이 절대로 안 열립니다.”
일시적 쌀 지원으로 생색을 내기보다, 장기적으로 북한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남한 정부가 그토록 주창하는 ‘개혁․개방’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주목하여 볼 것은 통일이 어떤 체제로 이뤄지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응답이다. 59명이 ‘사회주의’라고 답하였고, 41명이 ‘중국식 모델(일국양제)’을 택하였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아직 사회주의가 작동하던 무상의료, 무상교육 시절의 향수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본주의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답하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북한 주민과의 공존이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평등’에 입각한 사회주의 가치체계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통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우리는 낯선 북한 고위층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전문가적 견해를 들려주는 재미없는 시사 프로그램에도 귀를 기울여 보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앞으로의 북한, 앞으로의 한반도에 대해 속 시원한 해답을 듣고 싶어 했다. 그들이 말하는 남북관계의 진전, 한반도 평화정착의 시작은 머리 아픈 탁상공론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서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KBS 스페셜 통일대기획 “북한 주민 통일을 말하다”를 보고, 우리의 현주소부터 정확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단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김단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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