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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가 (불)안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이 28일 치러졌다. 이제 북한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리더십, 김정은 체제로 전환됐다.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안정적일 것이냐, 불안정할 것이냐에 대해 시각이 크게 갈린다. 어디에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유코리아뉴스가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안정적일 것이냐, 불안정할 것이냐의 애매한 질문을 정리해봤다. 23일 열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주최 23차 통일정책포럼 특별좌담회, 27일 열린 한반도평화연구원(KPI) 평화포럼 발제, 전문가와의 전화통화 등을 토대로 했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

김정은의 미숙, 식량 등 내부 문제, 개방 등 외부 문제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직 20대라는 김정은의 나이, 경험 미숙 등이다. 이는 결국 신구세력 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등장은 일단 지도체제에서만 묵인된 상태다. 하급 관리나 대중들은 갑작스런 김정은의 등장에 얼마든지 의아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갑작스런 김정일 사망과 추모 분위기로 김정은에게 후계자 이미지가 각인돼 있지만 밑바닥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의혹이 상존하고, 이는 장차 북한체제 혼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달중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북한 리더십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1인지도체제가 집단지도체제로 변화할 거라는 예상이다. 장 교수는 “흔히 이야기하는 후견, 섭정체제를 사회과학적으로 말한다면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로 볼 수 있다”며 “내분이 일어난 사회주의 체제를 보면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갈 때였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식량 등 내부 경제 문제다. 탈북자가 본격 양산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과 1990년대 중반 북한 식량난이 겹치면서다. 거기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공고하던 북한 내부 사회도 서서히 이탈자가 생기고, 체제 불안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할아버지, 아버지도 해결하지 못한 식량문제를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북한사회의 안정 여부를 판가름할 최대 관건이라는 것이다.

평화한국 허문영 대표는 “북한은 강력한 내부 통제장치를 가동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의 연대가 확실하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향후 북한의 체제 안정은 경제문제가 가장 큰 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허 대표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경제 문제와 체제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김정은에게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체제를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리더십, 식량문제가 내부의 불안 요인이라면 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은 외부 불안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의 강력한 충격은 결국 내상(內傷)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병로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2009년 11월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내각부총리가 지방당 관료 앞에서 사과하거나 당 재정담당이 총살되었다든지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시장화가 심화되면서 이것이 지배층, 피지배층의 권력 균형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화와 개방이 상당 부분 진전되어 일반 주민의 충성도에 변화가 생기고, 이는 권력 유지에 상당한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수령식 독재의 세습, 대안세력 부재, '체제 안정' 여론 광범위 

반면 김정은 체제가 초기 불안을 극복하고 안착할 거라고 보는 데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우선 김정은 체제가 김일성, 김정일에서 이어져온 수령이라고 하는 독특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내·외부의 어떠한 갈등도 불허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빼닮은 김정은의 외모는 북한 주민 대중에게 김 주석을 연상하게 하고, 그것은 모든 약점을 잠재우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작용할 거라고 보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수령의 후계자로서 김정은 체제는 기본적으로 기존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며 “새로운 전환이나 수정을 시도하기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과 노선, 김 위원장의 발언과 입장 등을 유지하면서 보수적 입장에서 정책의 계승성을 강조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안세력 부재와 강력한 통제·감시 장치가 김정은 체제를 떠받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통해 수년 전부터 후계 작업이 이어져왔고, 이번 김 위원장 장례식에서도 보듯 김정은 체제는 이미 확고부동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한기범 고려대(북한학) 교수는 “대안세력이 없고 통제장치가 강력하게 기능하고 있고, 이를 북한 군부와 대중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승계를 방해하는 요소는 없을 것”이라며 “초기에 주민 불만이 확산되면 균열이 생기고 불안정성도 예측되지만 이것을 붕괴 가능성으로 볼 것인가는 별개 문제”라고 밝혔다. 내부 불안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김정은 체제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 승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는 북한 사회 전체가 안정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체제 유지는 이들에게 단순히 정권 유지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국가의 유지를 뜻한다. 따라서 체제가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곧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역사학) 교수는 “김정은 체제는 별 문제 없이 권력을 담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당-엘리트 모두 체제 유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시민혁명에서 보듯 중동 국민들은 민주국가든 이슬람국가든 어떤 경우에도 정치 엘리트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북한 중·하급 관리들은 체제가 무너지면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며 “따라서 이들은 무조건 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무장돼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체제변화를 견인할 대안세력이 없다는 한기범 고려대 교수의 견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러시아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가 제시한 김정은 체제 5가지 시나리오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이냐, 집단지도체제냐, 계파간 권력투쟁이냐, 내전 양상이냐, 군부 통치냐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에 대해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지난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북한 김정일 이후 예상되는 5가지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제기했다.

우선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 아버지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 일부에서는 김정은의 국가 통치 경험 부족과 후계 과정이 짧았던 점을 들어 부정적으로 보지만 의의로 많은 탈북자들과 국내 학자들이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예견하고 있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명목상의 지도자에 머물고 실질적 통치권은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가는 경우다. 실제로 김정은이 복잡한 상황과 경험 부족으로 지도자로서 세워지는 게 어려울 경우 상당한 권력이 그의 후견인들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내 다양한 정치세력이 김정은에게 도전하면서 계파간 권력투쟁이 시작되는 경우다.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기에 많은 도전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주로 서방측에서 제기하는 논리다. 장성택을 비롯한 후견인들이 단순히 후견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권력 장악을 위해 본격 뛰어든다면 이 시나리오는 현실이 된다.

대내외적 여건 때문에 김정은이 권력 장악에 실패하고 계파간 권력투쟁이 내전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김정은의 통치능력 부족과 경제난, 기아, 외부 압력이 겹쳐 군부가 들고 일어나고 인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내전이 발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폐쇄적인 집단통치를 펼치는 경우다. 이럴 경우 군부가 직접 통치에 나서게 되고 김정은은 후계자에서 망명자가 되고 김일성 일가의 독재체제는 종막을 고하게 된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느냐 불안정할 것이냐는 예측과 함께 이 시나리오 중 어느 하나가 적중할지 2012년을 며칠 앞둔 한반도는 지금 흥미진진한 ‘시계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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