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한 인정과 반성 없이 오늘도 없다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부부만이 아닌 듯 싶다’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은 프랑스와 일본 등 화장품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태생 자체가 과학이 아닌 기술로, 예술이 아닌 산업 형태로 탄생한 국내 화장품 업계는 그 출발 때문인지 100년도 되지 않는 60여년에 불과한 역사임에도 많은 뒷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화장품기업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나타낸다. 특히 소비자 단체들로부터 지적받았던 내용, 안전성 문제로 인한 논란, 행정처분, 탈루, 소송 등 과거의 잘못들이나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숨기고 싶어 한다.

이는 국내 로컬 기업들뿐 아니라 해외 유명 수입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원론적인 말을 꺼내지 않아도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반성 없이는 오늘이 없음에도 과거를 숨기고만 싶어 하는 것은 왜일까?

반대로 생각해 일본의 한국침략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가까운 이야기로 일본은 지금도 과거 억울하게 징용 당했던 한국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침략에 대한 과거사를 숨기려고만 한다.

분명,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이는 분명 분개해야 마땅한 일일 것이다. 이는 국가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과거에 대해 숨기려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근 들어 이상하게 기사를 쓰면 전화를 많이 받는다. 짧지만 화장품 전문기자로 10여년간 몸담으면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고, 때로는 직접 취재한 내용들도 있다.

그러다보니 기사를 쓰면서 과거의 일들은 정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홍보대행사나 관련 기업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기업 입장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과거는 없는 사실이 아니다. 분명이 당시 그들은 잘못을 했거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 이는 오늘 그들의 사업에 밑거름이 되었으며 반성을 통해 발전을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과거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숨기고 가린다고 해서 과거의 잘못들이나 있었던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어제를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가 없는 오늘도 없다. 과거의 잘못들을 아킬레스건으로 인식 하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과거와는 달라진 오늘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아니라,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만 달라진 오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다’는 진솔함이 절실한 오늘이다. 이제 이런 일들로 전화를 받는 일이 없길 소망해 본다.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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