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여회 크고 작은 화장품 관련 박람회, 대형화 전문화 세분화 노력 필요

 
 
[뷰티한국 최지흥 기자]오늘날 대한민국 화장품은 한류 열풍과 함께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에 맹주로 우뚝 섰다.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무역 장벽 강화와 이른바 사드 보복으로 불리는 위기감이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음에도 국내 화장품은 이제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화장품은 여전히 몇가지 숙원을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세계 시장에서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화장품 브랜드가 아직 없다는 것과 세계적인 박람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박람회는 정부의 화장품 산업 육성 정책과 함께 지자체들까지 나서면서 매년 크고 작은 박람회 50여개가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중국의 광저우와 상해 박람회나 이탈리아 볼로냐, 홍콩, 라스베가스 등의 코스모프로프, 일본의 코스모 도쿄 등 세계적인 박람회와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박람회 어디에도 해외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부스를 찾아 볼 수 없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들도 어느 순간부터 국내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 박람회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실망감을 나타내고 해외 박람회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이나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의 박람회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유력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등의 아세안 지역 박람회도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왜 대한민국을 대표 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헤라가 화장품이 아닌 패션 박람회에 메인 스폰으로 참여하고 국내 화장품 박람회를 ‘그저 그런 박람회’라고 이야기 되는지를 생각하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 화장품 박람회도 바뀌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국가 차원의 토털 박람회 개최 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람회들은 그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자국 로컬 기업들은 물론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박람회에 참가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행사들이 풍부하다. 규모부터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비싼 부스 가격을 내고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즉, 실제 상담이 진행되고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진성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하고 다수의 인원이 관람객으로 참여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기업들이 유치됨에 따라 타사의 현황은 물론 자신들이 필요한 원부자재, 최신 트렌드를 직접 목도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중소 박람회 개최보다 단 하나의 대표 박람회가 실제 참가 업체들에게 큰 효과를 주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수많은 관람객과 박람회 참여 기업들의 인원이 방문하면서 관광, 숙박, 음식 등 부대사업이 큰 호황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대규모 박람회를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교통과 숙박이 가능한 입지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당 박람회를 운영할 믿을 만한 전문 기업 선택, 해외에 적극적인 홍보 등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실제 거래가 가능한 진성 바이어들을 검증하고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하나의 완성도 높은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는 투자도 필요하다.

물론 어느 것이든 단계가 있다. 수많은 중소 박람회를 하나씩 통합하고 박람회 수준을 질적으로 끌어 올리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 분야별 전문 박람회로 양보다 질 생각할 때

 
 
대형화가 세계적인 박람회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면 세분화는 또 다른 측면에서 세계 박람회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코스메틱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원료 박람회다. 해당 박람회는 세계를 대표하는 화장품 원료 박람회로 여느 박람회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부스 가격이 비싸다. 그럼에도 매년 해당 박람회에 참가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서고 전문 박람회로 업계 인지도도 매우 높다.

즉, 기존에 그저 그런 통합 박람회가 아니라 꼭 필요한 박람회를 소규모지만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홍콩의 코스모프로프는 박람회장을 2개로 구분해 운영했다. 원부자재 등과 완제품을 나누어서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다.

단순히 관람객들을 늘리기 위한 박람회가 아니라 실제 업계 바이어들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세분화한 것이다.

화장품 박람회는 화장품 박람회여야 한다. 하지만 국내 박람회를 보면 부스를 채우기 위해 뷰티 관련 상품은 물론 건식, 의료, 헬스, 잡화 등의 부스가 들어오고 관람객 유치를 위해 학생들의 출석을 박람회장에서 부르고 위생교육을 하는 등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분야별 세분화를 통해 업계 바이어든 관람객이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양적인 부분 보다 질적인 부분에 중심을 두고 그저 그런 박람회가 아닌 특별한 경쟁력을 갖춘 박람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확고한 정체성 갖는 박람회 있어야 한다

 
 
최근 국내 화장품 박람회는 정체성을 보기 어렵다. 앞에 이야기 한 부분이지만 업계 바이어들을 초청해 상담 등을 진행하는 것이 목적인지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확고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한 이유다. 관람객들이 많이 오게 하고 싶다면 그만큼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고 바이어들을 초대하고 싶다면 바이어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일례로 국내 박람회 중에서 호황을 누리는 박람회를 꼽으라면 유아 박람회와 패션위크를 들 수 있다.

유아 박람회의 경우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참여하고 시중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엄마와 아이, 임산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들이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큰 혜택을 제공한다.

화장품 박람회도 관람객들이 목적이라면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프리마켓 형태로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할인 등을 진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국내 화장품 박람회에서 국내 관람객들을 위한 대규모 행사나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패션위크가 인기 있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추가 할 부분이 있다. 패션위크는 한 시즌, 또는 두 시즌 앞의 트렌드를 미리 예고하고 점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브랜드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과 함께 다양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행사를 통해 업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박람회를 보면 해외 바이어, 또는 국내 유통사들과의 미팅만을 생각할 뿐 트렌드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장을 만든 적이 없다.

세계의 컬러 트렌드, 헤어 트렌드 등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최신 트렌드를 공개하고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와 획기적인 상품들을 소개하는 장을 만드는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색깔 있는 박람회, 작지만 강한 박람회를 희망한다

 
 
국내에서 매년 개최되는 50여가지의 크고 작은 화장품 박람회를 비교해 보았을 때 특별하게 다른 박람회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박람회가 없다.

매년 비슷한 부스에 비슷한 기업들이 참가하고 해외 바이어들만 목 빠져라 기다리는 모습. 바이어는 없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할인 하는 제품을 구경하는 모습. 에스테틱이나 헤어 대회가 개최되어 어수선한 모습. 화장품 박람회라고 이름은 붙어 있지만 잡화와 건강식품, 보험, 병원 등의 부스가 박람회장 절반을 차지하는 모습 등만이 떠오른다.

특별한 행사도 프로그램도 없이 매번 장소와 이름만 바꾸어서 그저 그런 박람회로 현상 유지만 하는 박람회. 그리고 늘 잘 되고 성공적이었다는 평가.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하면서 모든 방문 비용을 제공하고, 무늬만 상담을 하고, 바이어에 대한 검증도 없는 시스템.

과거 화장품의 날에 진행되던 화장품 박람회를 생각하면 그래도 아모레퍼시픽도, LG생활건강도, 코리아나화장품도 있었다. 그리고 다수의 방문판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부스 참가와 프로모션으로 눈길을 끌었던 축제의 장이었다. 결국 대한민국 화장품 박람회 수준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수준의 화장품 기술과 시장을 형성한 대한민국 화장품에 걸맞은 화장품 박람회가 탄생되길 희망해 본다. 또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박람회가 개최되길 소망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화장품 박람회 간의 경쟁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똑 같은 모습이 아닌 조금은 다른, 또는 전혀 다른 모습의 박람회가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의 화장품 산업의 내일을 이끌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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