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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과 여성의 힘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은 정전협정 체결로 일단락됐다.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비해 ‘잊혀진 전쟁’이라고도 불리지만 그렇게 묻혀선 안 될 일이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개발이 주의를 끌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북한은 진즉부터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분단이 구조화되면서 한반도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유시장주의 진영의 대결이 첨예화 된 전장(戰場)이었다. 냉전의 종주국이었던 소련과 미국은 1989년 탈냉전을 선언하면서 한반도 정전협정을 모른 채했다. 특히 미국은 1991년 남북이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함께 유엔에 가입한 후 북한이 1992년 수교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다.

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앤 라이트, 크리스틴안 등 국제 여성평화운동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평화협정 개시와 여성 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제2차 북핵 위기시 국제 사회는 2005년 어렵사리 9·19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렇지만 BDA문제를 제기하며 곧바로 뒤엎은 게 미국이다. 1998년 ‘금창리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제네바 합의 이행을 막아 세운 것도 미국이다. 북은 2006년 7월 4일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맞섰고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깜짝 놀란 부시 대통령은 2007년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한 정부에 북한과의 대화 채널 역할을 당부했다.

2007년 10월 4일 발표된 10·4정상선언 제4항은 정식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공식화 했다(“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살려내지 못했고 오히려 역주행으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분별력 없는 외교 행보만 거듭하다 남북 관계만 아니라 국제관계마저 최악으로 구겨놓고 쫓겨났다.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세계 각 곳으로부터 온 여성들은 2015년 5월 24일 세계여성평화군축의 날을 맞아 북에서부터 남으로 DMZ를 넘는 행사를 주최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종북’ 딱지가 붙여진 채 돌아가야 했던 크리스틴 안은 그후 2년 동안 입국이 거부되어 국내 여성들이 이어받은 여성평화걷기 행사에 함께 하지 못했다. 2003년 이라크 참전에 반기를 드는 표시로 예편한 미 육군 대위 출신 앤 라이트(A.D. Wright)는 걷기 행사에 연속 참여하고 있다.

한반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군사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해결해야 한다. 번번이 기회를 뿌리쳤던 미국은 중국 탓만 하지 말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사드 배치는 답이 아니다.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고 이를 너무나 잘 아는 북한은 몸 값 높일 궁리만 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 역시 답이 아니다. 일본은 독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외 여성평화운동가들이 27일 오전 전국YMCA 연합회관 회의실에서 2018 여성평화걷기 준비 회의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이러한 한반도 상황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평화의 담지자로서 여성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아들과 딸을 품어 본 어머니의 감수성은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본능적으로 가르쳐 준다.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키기 위한 막대한 자원 투입인지 잊은 채 어리석은 헛수고만 일삼게 하는 군국주의 망령을 쫓아내야 함도 깨닫게 한다. 생명력 넘치는 평화의 땅에 대한 비전은 총을 잡아 본 적 없는 여성들의 발걸음으로 구현될 수 있다.

국내외 여성들의 관심과 성원을 모아 남북 정부 수립 70년을 맞는 내년에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길 기대한다.

윤은주/ (사)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 북한학 박사 

윤은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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