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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통합과 21세기 통일운동진보· 보수 통일운동, 남북통합 관점에서 볼 때 해법 있다

대통령선거를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국민 대통합’인 것 같다. 과거 경쟁적이거나 적대적이었던 정당의 인사들을 캠프로 영입하는가 하면, 상대 후보의 잘한 점을 칭찬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상대방 깎아내리기 일변도의 모습이 구태 정치라면 상대방을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은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이런 모습이 대선 때까지, 그리고 대선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정치 선진국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한 점은 비판하되 잘한 점은 인정해주는 것.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특히 한국 정치판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은 야당을 무조건 무시하고, 야당은 여당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그래서 정치판은 싸움판이었고, 진흙탕이었다. 실력있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정치하기를 꺼렸던 이유다. 정치가 모든 삶을 규정한다고 했을 때 오염된 정치판이 사회의 모든 물을 흐려놨음은 자명한 이치다. 이제 정치에서부터 화합하고 통합하는 분위기가 피어난다면 그 화합과 통합의 물결은 사회 전반으로 번져갈 것도 분명하다.

사회 영역에서 반목과 대립이 가장 심한 곳은 어디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북한과 통일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광복 이후 남한 70여년 역사는 심심치않게 공포와 광란의 도가니가 되어 왔다. 갈라진 반 쪽, 즉 북한의 존재, 위협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메뉴가 ‘간첩단’ ‘북한군 총격’ ‘국가보안법 위반’ ‘종북 좌파’ 등이었다. 이것은 사회의 모든 이슈나 문제점들을 단번에 잠재울 만큼 폭발력이 대단했다. 남한에서는 최근에도 한 차례 ‘종북주의 폭풍’이 휘몰아친 적이 있다.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않는 한 남과 북의 통일은 요원할 것이다. 통일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끊임없이 분쟁의 뇌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목과 대립이 극심한 북한과 통일 영역을 어떻게 화해, 협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정치권의 대통합 행보를 차용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잘못한 점은 비판하되 잘한 점은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여기서 상대방은 북한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를 가진 우파와 좌파(혹은 큰 틀로서의 보수와 진보를 의미)를 일컫는다. 즉 통일운동에 있어 우파(혹은 보수)가 잘한 점은 무엇이고, 잘못한 점은 무엇인지, 또는 좌파(혹은 진보)가 통일운동에 있어 잘한 점과 못한 점은 무엇인지를 따져보자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평가의 기준, 즉 잣대가 되겠다. 무엇을 기준으로 우파와 좌파의 잘잘못을 가려내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남북 통합(통일)이다. 왜냐하면 통일된 남북한은 대부분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미래완료형의 국가 형태이기 때문이다. 민족이 가야 할 방향이자 비전이기 때문이다. 그 기준에서는 어떤 것이 남북 통합(통일)의 걸림돌이고 디딤돌인지가 선명해진다.

예를 들어 탈북자들의 남한 행렬은 명백히 남북 통합을 위한 흐름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반역 행위이겠지만 남북을 통틀어서 볼 때는 남북 통합을 연습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북자들을 돌보고 정착하도록 돕는 모든 행위(주로 보수단체들)는 ‘잘한 점’에 속한다고 하겠다. 진보 단체의 방북이나 대북지원도 마찬가지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 진보 단체는 정부의 허락 없이 방북을 시도한 적이 많다. 남북 당국자간 대화가 막힌 만큼 민간단체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남한에서는 공안 정국이 조성되어 사회의 활력을 앗아간 적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이었다. 공안 정국은 오래 가지 못했고 남북 화해는 급물살을 탔다. 1989년 3월에 방북했던 문익환 목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문 목사의 방북은 짧게는 공안 정국·남남 갈등 조성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길게는 오랫동안 끊겼던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좌파(진보)의 ‘잘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잘못한 점’도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고 본다.

통일은 멀지 않았다는 말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주 한다. 그것은 통일이 그냥 주어질 것처럼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즉각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 손과 발을 걷어붙일 때가 됐다는 뜻이다. 그 통일 준비의 급선무가 바로 좌우, 진보·보수가 축적해온 통일논의의 잘잘못을 따져 장점은 계승하되 단점은 철저히 극복하는 일이다. 그것이 남북 체제의 통일보다 더 중요한 남북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통일운동은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성원 기자  op_kim@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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