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올해도 어김없이 까치까치 설날이 왔고, 우리우리 설날도 왔다. 바로 음력 섣달 그믐날과 정월 초하룻날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그저 달력에 적힌 대로 설날이 오면, 나를 낳아주신 조상들께 차례를 올리고, 나를 길러주신 어른들께 세배를 하며, 앞으로 무병장수하며 건강하게 잘살게 해달라고 우주만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에서 나온 떡국과 세찬(歲饌)을 먹음으로써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그래서 설날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새해 첫날인, 그 설날이 정해지는 이치는 달의 지구 공전과 지구의 태양 공전, 그리고 태양계의 우주 공전이라는 대자연의 순환진리에 따른 것임을 우리는 자연시간에 배운 기초 물리학, 천체학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우주의 질서에 의한 날이다. 아무 날이나 “오늘이 설날이다” 하고 달력에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설날이 정해지는 우주 질서의 중심에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소속한 자미원(紫微垣)이 있다. 자미원은 하늘 모든 별들의 중심, 바로 우주의 컨트롤 타워다. 북두칠성이 북극성 주위를 한 바퀴씩 돌면서 하늘의 뭇별을 다스리고 있다. 북두칠성은 자미원의 안과 밖에 흩어져 있는 모든 별과 연결되어 있으니, 별들을 연결하는 그 끈은 북두칠성이 보내는 중력의 힘에 의한다.

물론 위와 같은 논리는 현대 우주과학보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우주관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과학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스티븐 호킹 등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우주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지만, 이제야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킨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우주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과학도 ‘하늘의 뜻’을 알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좀 더 전통적인 우리의 우주관을 보자. 우리 조상들은 우주의 신 칠성님을 존중했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한 번 회전하는 것을 우주의 1년이라고 한다. 중세 동양의 천체과학자들은 지구가 속한 태양계가 자체의 축을 중심으로 하여 태양계에 속한 모든 별을 거느리고 북극성 주변을 자전하면서 공전하는 우주의 1년을 12만9600년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의 전통신앙에서 보면 인간은 죽어서도 자미원에 계신 하늘의 칠성님에게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시신을 안치하는 칠성판(七星板)이 그렇고 송장을 일곱 매듭으로 묶는 것 또한 칠성님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칠성님은 음양(陰陽)을 다스리는 해(日)와 달(月)의 두 개 별, 그리고 오행(五行)을 나타내는 목성(木星), 화성(火星), 토성(土星), 금성(金星), 수성(水星)의 다섯 개 별 등 모두 일곱 개 별에 의해 호위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음양오행이란 바로 천문학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 아무런 망원경도 없이 하늘을 보고, 하늘의 뜻을 살폈다. 그 결과 오늘날 봐도 놀랄 만큼 정확한 천문도를 작성하고, 그 수많은 별자리와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1395년에 기록한 국보 제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천문도다.

현대과학으로 보아도 그 정확성에 놀란다고 하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글자 그대로 ‘천체(天體)의 현상을 차(次)와 분야(分野)에 따라 열(列)하여 그린 그림을 천문도’란 뜻이라고 한다. 나각순(서울시사편찬위 연구간사)이 쓴 ‘서울문화유산 둘러보기’를 보면, 여기서 차(次)란 태양의 궤도인 황도(黃道) 부근의 하늘을 12등분하여 하였다는 의미를 지니며 분야(分野)란 하늘의 별자리인 성수(星宿)들과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주국(州國)들과 짝을 지은 이름을 말한다. 즉, 하늘의 별들을 12차(次) 및 분야(分野)에 따라서 그려놓은 천문도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별자리를 그냥 눈으로 본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혜안을 가지고 보았다. 우리 선조들의 천문법은 인간과 천체는 하나라는 철학에 근거한 연구였다. 즉 천지인 합일사상 또는 인간은 소우주라 생각하신 것이다. 그 사상이 바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간 행복의 이념인 홍익인본주의다.

▲ 뉴욕 비빔밥 광고(유튜브 동영상 캡처)
▲ 뉴욕 비빔밥 광고(유튜브 동영상 캡처)
홍익인본주의를 볼 수 있고 맛보는 자리가 바로 새해 설날부터다. 우리 민족은 설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서로 나눠먹는 전통을 이어왔다. 잘사는 사람은 잘사는 대로, 못사는 사람은 못사는 대로 각자 자신의 형편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조상들께 차례를 올렸고, 이웃끼리 나누었으며, 세배 온 사람을 대접했다.

소우주인 인간이 차례 상을 차리는데도 대우주인 음양오행의 원리를 따랐다. 그래서 세찬, 즉 설음식은 보기에도 좋았다. 그 세찬을 올리기 위해 조상 신위를 모시는 원칙을 좌서우동(左西右東)이라고 했다. 신위를 어느 쪽에 모셨든 영위를 모신 쪽이 북(北)이 되고 영위를 향해서 우측이 동(東)이며 좌측이 서(西)다.

차례상 음식은 철저한 오행의 원칙에 의해 진열되었다. 그것을 진설(陳設)이라고 한다. 우선 홍동백서(紅東白西)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원칙이다. 붉은색 과실은 동쪽, 흰색 과실은 서쪽에 진설하는 것이 홍동백서(紅東白西)다. 따라서 대추가 가장 오른쪽, 밤이 왼쪽으로 진설한다. 어동육서(魚東肉西)란 생선과 고기(肉類)를 함께 진설할 때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이다. 따라서 삼탕(三湯)을 쓸 때 물고기 탕이 동쪽, 고기를 끓인 육탕(肉湯)이 서쪽, 닭고기를 끓인 계탕(鷄湯)은 중앙에 놓게 된다.

이것이 음양오행에 따른 오방색(五方色)의 원리다. 오방색은 색의 조화이자 대우주인 천지만물의 조화를 나타낸다. 황청백적흑(黃靑白赤黑)의 다섯 가지 색깔이다. 중앙에 황이 있고 동서남북을 청백적흑의 색으로 표현했다.

노란 황(黃)색은 오행 가운데 토(土)로 우주중심에 해당한다. 오방색의 중심으로 가장 고귀한 색으로 인식되어 임금만이 황색 옷을 입을 수가 있었다. 푸른 청(靑)색은 오행 가운데 목(木)으로써 동쪽에 해당하고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색으로 창조, 생명, 신생을 상징하며,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색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흰 백(白)색은 오행 가운데 금(金)으로 서쪽에 해당하고 결백과 진실, 삶, 순결 등을 뜻하며 우리민족이 흰 옷을 즐겨입는 원인이기도 하다. 붉은 적(赤)색은 오행 가운데 화(火)에 상응하며 만물이 무성한 남쪽이며 태양, 불, 피 등과 같이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뜻하며 가장 강력한 벽사의 빛깔로 쓰여졌다. 검은 흑(黑)은 오행 가운데 수(水)에 상응하며 북쪽이고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한다.

차례 상에 올리는 세 가지 나물은 반드시 오방색에서 골라야 했다. 그래서 흰색은 뿌리 나물이라고 해서 도라지나 무나물을 쓰고, 검은 색은 줄기 나물로 고사리를 쓴다. 푸른 색은 잎나물로 미나리를 쓴다. 과일도 반드시 오방색에서 골랐다. 붉은 대추와 흰 밤, 노란 감이다.

이 오방색을 통해 홍익인본주의를 가장 잘 나타낸 음식이 바로 우리의 비빔밥이다. 지난 2010년 11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팀이 기획한 비빔밥 광고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등장한 바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홍보 이벤트였는데, 그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오방색이 연출하는 비빔밥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이제 그 광고가 금년부터 월드투어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그 첫 광고가 설 직전인 지난 2월7일 태국 내 최대 휴양지인 파타야시 메인 전광판에 등장했다.

오방색인 설날의 세찬은 조화와 공생이었다.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우주만물의 법칙에서 그 교훈을 찾고자 했다. 하늘이 가르치고 땅이 지적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천지인(天地人)의 조화가 함께 디자인된 것이 우리의 태극기이고, 그 이념이 바로 홍익인본주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한들 하늘이 정한 뜻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설날 음식에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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