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딸에게 ‘전설’이 되는 이야기…가족 드라마 속에 액션은 덤~

 
 
“미안하다. 아빠가 너무 못나서”라는 말은 딸을 가진 대한민국 아빠라면 한번쯤은 내뱉어 보았을 말이다. 반대로 “무슨 일 생기면 아빠한테 이야기할게”라는 말은 중고등학생 딸을 갖고 있는 아빠라면 한번쯤은 들어보고 싶은 말이다.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 하지만 현실은 바람과 거리가 멀다. 늘 딸에게 첫 번째이고 싶은 아빠의 바람 역시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늘 아빠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딸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살아간다.

 
 
영화, ‘전설의 주먹’은 사랑 표현에 서툰 ‘학창시절 주먹 좀 써본 남자’가 아빠가 되어 가는 과정을 조금은 과격하고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그려낸다.

‘전설의 주먹’이란 제목은 화려한 액션과 진한 남자들의 우정이 생각나게 하건만, 왜 이런 이야기로 서두를 꺼내는지 궁금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설의 주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것에서 기존의 액션 영화와 그 시작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드라마 장르와는 다른, 강우석 감독 특유의 흥행성과 결합된 액션, 그리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제목에서 풍기는 남성의 향기를 저 멀리 날려버린다.

땀 냄새 나는 남자의 끈적거리는 액션과 비장한 느와르식 전개를 생각하고 영화관에 들어섰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행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흥행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과거의 친구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링 위에서 만난다는 줄거리는 어쩌면 우울한 결말을 생각할 수 있지만 강우석 감독의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흑백의 확고한 구분과 반전 있는 결말은 그동안의 흥행 코드를 그대로 대변해준다.

 
 
또한 지루하지 않은 빠른 스토리 전개와 감정 선이 무너지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자칫 뻔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영화를 생동감 있는 영화로 만들어 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과 생동감 있는 액션 역시 이 영화의 흥행을 예고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여전히 살아있는 황정민의 애절한 눈빛 연기는 그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예고할 정도로 임팩트 있게 다가오고, 성지루의 입담은 자칫 잔인하거나 우울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 흐름에 적절한 웃음을 녹여 낸다.

하지만 이 영화가 모든 부분에서 흥행성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고 즐기는 것과 관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는 앞뒤가 없는 딸과 아빠의 관계 설정이 조금은 불편해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리얼리티를 희망하는 관객들에게 세 남자가 링 위에 올라설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등 디테일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배우의 연기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다양한 주제의 에피소드와 전체적인 스토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전설의 주먹’의 흥행이 예상되는 것은 링 위에 서있는 이들의 모습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주먹으로 ‘전설’이라고 불리던 남자들, 임덕규(황정민/아역 박정민)와 이상훈(유준상/아역 구원), 그리고 신재석(윤제문/아역 박두식). 이들 세사람에게 현실은 냉혹하다.

과거에 그들은 전설로 불릴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동창들에게 외면당하고, 친구와 후배,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무시당한다.

복싱 챔피언을 꿈꾸던 기대주 임덕규는 꿈을 잃은 후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뒤늦은 후회에도 자신의 딸은 자신의 손길을 거부한다.

학창시절 일진 짱이었던 이상훈 역시 친구 덕분에 대기업에서 근무하지만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과는 거리가 먼 삶 속에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다. 의리를 외치던 신재석은 한 번의 실수로 삼류 건달로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간다.

이들이 꿈꾸던 세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 가장 행복 했던 순간은 아마도 그들이 전설로 불리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전설을 만들기 위해 리얼 TV 쇼 ‘전설의 주먹’의 링 위에 올라선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세상과 다르지 않다. 친구와의 대결이 강요되고 대결에서 이겨야 인정 받는다. 그러나 이겼다고 끝은 아니다. 그를 시험에 들게 하는 일들은 그의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원하지 않는 잘못을 선택하게 하는 유혹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과거 전설로 불리던 시절에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성인이 된 그들은 올바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진정한 전설이 된다.

모든 남자는 전설이 되길 소망한다. 하지만 누구나 전설이 될 수 없다. 갈등의 순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올바른 것을 선택하는 사람만이 전설이 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전설이 되고 싶은 보통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로도 ‘전설의 주먹’은 개봉 후 흥행 유무와 상관없이 의미가 있는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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