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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역동적, 통일비용 부담스러운 정도 아니다[밥상Talk①] 통일비전연구회 김명성 사무국장

 
 

'밥상Talk'는 밥상에 둘러앉아 나누었던 통일, 북한, 탈북 이야기를 담아내는 섹션입니다. 정해진 형식과 틀, 거대담론으로는 전달할 수 없었던 소소한 대화를 옮겼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비빔밥. 나는 돌솥비빔밥을 시켰고, 김명성 통일비전연구회 사무국장은 김치제육비빔밥을 시켰다. 김 국장은 북에서 온지 10년 째다. 지금껏 북한의 동향과 문헌을 분석해왔다. 갑자기 북한의 음식 문화가 궁금해졌다. 결국엔 또 정치 이야기로 이어지겠지만 말이다.
 


   
▲ 갑자기 북한의 음식 문화가 궁금해졌다 ⓒ이범진 기자
 

- 비빔밥 좋아하세요?

네, 좋아합니다.

 

- 북한이 워낙 경제가 어려워서, 음식 문화가 전승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재료가 있어야 음식을 할 거 아니에요. 요리 비법들이 다 없어지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북한에서 음식으로 장사를 할 수 있게 했거든요. 민간인들이 장사를 하게 되니까 기존에 있던 음식점들과 경쟁이 붙어요. 기존 음식점들은 원래 서비스 정신도 없고 불친절하거든요. 음식점에서 일을 하면 끼니가 해결되니까, 당 간부과 연관 있는 사람들이 일하고 그랬어요. 어쨌든 그런데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음식 장사 할 수 있게 해주니까 서로 경쟁이 붙어서, 결과적으로 음식들이 더 맛있어지고 있죠.

 

- 의외네요. 지난 번 연구모임 때, 어떤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맞나 봐요. 2300만 중 600만이 극빈층이고, 나머지는 살만하다고요.

네, 뭐 나머지는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죠.

 

- 중산층이면 하루에 한 끼 먹는 수준인가요?

아니요. 두 끼는 먹죠.

 

- 아…. 언론에서는 다 굶어죽는 것처럼 말을 해서요.

아니에요. 다 굶어죽을 정도였다면, 폭동이 일어나고도 남았지요.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들 중에는 극빈층이 많으니까, 그분들 말이 언론에 소개가 자주 되고…, 그 모습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이야기가 나가는 거죠.

 

- 국장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함흥입니다.

 

- 함흥에는 어떤 음식이 유명하죠?

함흥 냉면이요.

 

- 남쪽에 와서 함흥 냉면 맛 좀 보셨나요?

아니오. 한 번도 못 먹어 봤어요.

 

- 맛이 어떤가요?

새콤..달콤...매콤...담백.........말로 설명할 수 없는데...아무튼 그........담백한 향이..

 

- 남쪽 와서 음식은 잘 맞았어요?

처음 한 달은 못 먹겠더라고요.

 

- 북쪽과 남쪽이 맛이 많이 다른가요?

여기는 조미료를 많이 쓰잖아요. 음식이 또 맵고. 그래서 한 달 동안은 좀 고생을 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좀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아, 삼겹살은 좀 맛있더라고요. 삼겹살은 좀 먹었지요.

 

- 학교도 함흥에서 다니셨죠?

네, 함흥에 컴퓨터대학이 있습니다. 저는 하드웨어 쪽을 전공했죠. 북한도 IT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많이 합니다. 한때는 남한 보다 앞선 적도 있고요. 81년에 3세대 미니컴퓨터 '백두산-102호' 개발에 성공했는데 수준과 상용성을 따지지 않는다면 남한보다 5년 이상은 빠른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소프트웨어 쪽으로 집중을 했죠.

 

- 농협 DDOS 공격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했을 때, 비웃었었는데 역량은 충분히 되는 군요. 하긴 핵을 만드는 기술이 어찌 보면 최첨단 기술이니까….

네, 저랑 같이 대학에 다니던 선배가 92년에 아시아 프로그래밍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그때 만든 게 지문인식프로그램이에요. 아시아에서 최초지요. 지금도 소프트웨어 쪽으로 인재를 뽑아서 수백명씩 양성하고 있어요. 그 분야로 가면 의식주가 해결되니까, 인재들도 많이 모이고요.

 

- 기초학문은 좀 어때요? 과기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까 이론 부분은 북한이 더 강한 측면도 있다고 하는데….

공산권이 원래 기초학문이 높습니다. 수학, 물리, 과학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지요. 계속 주민들을 세뇌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철학, 사상 같은 것도 더 심화되고요.

 

- 어쨌든 생각했던 것처럼 북한 사회가 그렇게 수동적이고, 정적이지는 않네요. TV에는 맨날 굶어죽고, 때려잡고, 이런 것만 나오니까 전체 사회 분위기가 그런 줄 알았죠.

저도 무역일을 하다가 왔습니다. 장사가 허용이 되는 거죠. 물론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낌새를 알아채고 ‘정리’(?)에 들어가지만, 어느 정도는 허용을 해주고 있습니다.

 

- ‘정리’라 하면...

죄명을 만들어 뒤집어 감방에 보내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잡아가기도 합니다. 저희 회사 사장도 계급이 상좌(남한의 중령과 대령 사이의 계급)였는데 중국에 나무를 팔아 돈을 크게 벌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후에 보니까 보위부에서 몰래 붙잡아다 조사를 했는데 불법으로 번 돈, 술 마신 것, 여자랑 논 것, 사소한 잘못까지 다 들춰내서 기를 잡는 거죠. 6개월 동안 잡혀 있다가 나왔는데 기가 팍 죽어 있더라고요. 그러면 이제 돈을 떼어주고 나오는 거죠.

 

- 그건 남한 사회도 어느 정도 비슷해요. 우리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대기업에 돈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면, 나중에 권력 잡았을 때 탈탈 털어 잡아넣고 그래요. 어쨌든 한계는 있지만, 부를 축적하는 것을 용인해주고, 그 선 안에서 굉장히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네요.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인데, 통일비용이 생각보다 덜 들것 같은 느낌이 확 드네요. 통일되면 막 먹여 살려야 할 것 같고 그랬는데, 나름 능동적으로 사는 걸 보니까.

네. 맞아요. 통일비용 뭐 얼마 들 것 없어요. 경제적으로 조금만 지원해주면, 북한 주민들 금방 쫓아 올 거예요. 그리고 통일비용 남쪽에서만 대는 것도 아니잖아요. 북한이 지금 일본에서도 돈 받을 게 있어요. 식민지 보상금이요.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도 통일할 수 있어요.

 

- 과도한 책임감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자꾸 그런 말들을 퍼뜨려서, 더 부담되게 하는 걸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현재 북한의 기반들을 무시하고 근본부터 싹 바꾸려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저희 시대에도 완전히 통일된 모습은 보기 힘들 수도 있어요. 일단 경제적인 부분, 문화적인 부분 협력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수준이 비슷해지고, 그렇게 천천히 통일이 오겠지요. 한 번에 뭘 하려고 하니까 돈이 많이 든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 북한 주민들이 생각보다 능동적이라는 데 희망이 보이네요. 여러 가지 의미로요.


아.. 뭔가 2% 부족하다, 허전하다 했더니, 고추장을 안 넣었네요.

- 아.. 저도요...어쩐지 싱겁다 했어요.

 

   
▲ 분단된 한반도는 고추장 빠진 비빔밥이다 ⓒ이범진 기자


> 오늘의 밥상Talk 교훈

“한반도 분단은 고추장 빠진 비빔밥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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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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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쁨의 땅 2012-01-16 16:42:38

    남한의 장점과 북한의 장점이 결합되고
    남한의 단점과 북한의 단점을 버릴 수 있는 체제
    톱니바퀴가 맛물려 돌아가는 것 처럼 서로의 장단점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유토피아가 되겠지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땅의 것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있지만요...   삭제

    • hephzibah 2012-01-16 16:31:00

      그렇군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국민의 1/4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아닌것 같고
      그래도 뭔가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그 1/4 속에 내가족이 포함되어 있다면요?

      정리하는 수준이 남한과는 다르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어느 권력이든 그 권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억압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나 봐요~

      남한체제도 북한체제도 아닌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기도하고 기대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 이겠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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