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어느 신자가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를 드렸다. 기도 제목은 복권(福券)에 당첨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주택복권도 있고, 연금복권도 있겠지만, 기왕에 부탁의 기도를 드릴 바에야 한밑천 단단히 잡을 수 있는 로또복권이었다.

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예끼 이 사람아! 복권이라도 한 장 사놓고 기도하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것이다. 복권도 사지 않고 그저 입으로만 당첨되게 해달라고 새벽기도부터 하니, 하느님으로서 답답한 노릇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말이겠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인간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나타내는 한 일화임에는 틀림없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성사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의 의미다.

그 복권을 열심히 사러 다닌 사람이 바로 복부인(福婦人)이다. 그들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복덕방(福德房)에 모이다 보니 그렇게 불렸나 보다. 서울 여의도에 이어 강남 개발이 한창 진행될 무렵인 1970년대부터 등장한 복부인들이 그 당시 산 아파트 입주 ‘딱지’는 복권이라고 할 만큼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니 너도 나도 복(福)을 받기 위해 아파트 투기에 뛰어들게 됐다. 수요가 많아지니 가격은 크게 올라 ‘부동산과열’ 현상을 낳았다. 예를 들어 100만원 입주권이 200만원, 300만원으로 오르게 됐고, 각종 감언이설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500만원도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최종가격에 산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막차 탄 손님’이다. 주로 눈 먼 사람이다.

복권이나 복부인과 같은 말에도 복(福) 자가 붙듯이, 우리나라의 각종 인사와 덕담들이 추구하는 것들은 대부분 ‘복 많이 받으십시오’와 같은 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말이다.

그 복이 바로 요즘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복지(福祉)다. 경제민주화도 보편적 복지의 개념에서 구상됐다. 진보나 보수 모두 복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복(福)이 중요하긴 중요한가보다. 선거 때 후보들마다 복지국가, 복지사회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복을 많이 만들어내겠다는 뜻이다.

사전에서는 복을 흔히 ‘아주 좋은 운수’,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이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죽어 천당이나 극락에 가서 누리는 것이 아닌, 지금의 현세에서 나와 가족, 일가친척과 친지, 국가와 민족이 서로 평화롭게 화합하면서 함께 누리는 것이다. 또한 그 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의 존재 이유이자 목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 따르면 ‘복(福)’이란 글자는 원래 ‘시(示)’와 ‘복(畐)’의 회의문자(會意文字)라고 한다. ‘시’는 하늘[天]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신의(神意, 하늘의 뜻)의 상형문자이고, ‘복(畐)’은 배가 불러 오른 단지의 상형문자라 한다. 그러니 시쳇말로 “하늘의 뜻을 받들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바로 복이다.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 사상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니다. 홍익인간 정신이 종교와 무관한 것은 사후나 내세에서의 구원보다는 현세에서의 복지와 정의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살아서 복을 받자는 얘기다.

정영훈(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정치학)에 따르면 홍익인간에서 홍(弘)은 ‘고르다, 균등하다’의 뜻과 ‘크다, 많다’의 양적 풍요로움을 함께 갖고 있는 개념이다.

‘고르다, 균등하다’가 추구하는 뜻은 평등과 정의, 상생의 연대성이다. ‘크다, 많다’의 뜻은 복지(福祉)를 창조하는 역량이나 조건으로서의 생산성(生産性) 향상, 자유, 개성 등이다.

따라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은 개인이 공동체에서 준수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모습과 행동원리로 해석된다. 복을 서로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추구하는 것이 바로 복을 “생산(生産)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영주(국학원장)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말의 원형은 “복 많이 지으십시오”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단군(왕)들의 깨달음을 천하에 펼쳐 홍익인간을 육성하고, 진리로써 조화를 이루는 이화세계(理化世界)를 가꾸는 당당한 의식이 바로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간단한 덕담에 모두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것이 바로 ‘인간과 신이 하나’라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큰 창조의식의 발로다. 하늘의 뜻을 내 마음에 새기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복은 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이 홍익인간의 기본 정신이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복이다. 따라서 “복 많이 받으십시오”는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생산성향상의 슬로건이다.

고구려의 재상 을파소(乙巴素, ?~203)의 ‘참전계경(參佺誡經)’에 따르면 복은 여섯 개의 큰 문으로 온다는 것이다. 을파소는 진대법(賑貸法)이라는 사회복지의 개념으로 백성을 구휼했던 사람이다.

장영주(국학원장)는 ‘참전계경’을 고구려의 국민교과서라고 지칭했다. ‘366사’라고도 하여 단군조선 이전부터 이어온 ‘366가지 민족의 큰 가르침’을 적은 책이라고 한다. 인간이 일생을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망라하여 놓고 천손(天孫)민족답게 풀어가는 지혜를 공동체와 함께 하는 가르침으로 엮은 내용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복이란 선한 일을 했을 때 찾아오는 경사(慶事)로서 여섯 가지의 문(門)과 마흔 다섯 가지의 집(戶호)”을 통해 들어온다. 그래서 설이면 문에 복을 담기 위한 ‘복조리’를 달았던 것이다.

6가지의 큰 문과 45가지의 작은 문으로 오는 것이 복이라는 말씀이니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복은 매우 많다고 한다. 복이 들어오는 여섯 개의 큰 문은 인(仁)의 문, 선(善)의 문, 순(順)의 문, 화(和)의 문, 관(寬)의 문, 엄(嚴)의 문이다.

인(仁)은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행이 높을 때 열리는 문이다. 선(善)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할 때 열린다. 순(順)은 올바르고 착한 도덕적 기준에 적합한 문이다. 그래서 성질이나 태도가 까다롭거나 고집스럽지 않으며, 기세가 거칠거나 세지 않고, 맛이 독하지 않은 것이 순(順)이다.

화(和)는 마음과 태도가 따뜻하고 부드러울 때 열리는 문이다. 평온하고 화목하며, 분쟁이나 갈등이 없이 평온해야 한다. 관(寬)은 마음이 크고 아량이 넓은 문이다. 엄(嚴)은 어떤 일이나 행동이 잘못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문이다. 규율이나 규칙을 적용하거나 예절을 지키는 것이 매우 정확하고 바르며, 말과 행동에 빈틈이 없고 철저해야 한다.

그 만큼 우리 민족은 본래 복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고, 어떻게 하면 복을 만들 수 있는 가에 대한 감각과 훈련이 출중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6개의 문을 만들면 누구나 부동산투기의 복부인이 아닌 진정한 복자(福者)가 되고, 부동산거래소 복덕방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복방(福房)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안녕하십니까’나 ‘건강하십시오’라는 인사 보다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가 더 큰 상생번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사할 때마다 내 마음의 문에 복조리를 달기 때문이다.

노규수_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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