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자신을 사랑한 ‘작가 이지선’. 그래서 남들에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법을 전해줄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지난 9월9일 방송된 SBS-TV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이지선의 인생스토리를 본 후 아직도 나는 감동의 눈물 속에 있다.

무엇이 그녀를 저토록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녀로부터 받은 감동을 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그녀는 13년 전 교통사고 불길로 중화상을 입었다. 얼굴은 흉측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녀 얼굴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사랑으로 전환시키며 “나는 연예인!”이라고 미소 짓고 있다. 그렇다. 인생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여서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이화여대 ‘얼짱’ 소리까지 듣던 그녀가 방송에 처음 출연(?)하게 된 것은 13년 전이었다. 2000년 7월30일 KBS-TV 뉴스광장 앵커는 만취운전자에 의한 서울의 6중 추돌사고 뉴스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어젯밤 11시30분쯤 서울 한강로1가에서 서울 후암동 마흔 두 살 김모씨가 만취 상태에서 갤로퍼를 몰다가 마티즈 승용차 등 6대와 추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마티즈 승용차에 불이 나서 차에 타고 있던 경기도 안양시 갈산동 23살 이모씨가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갤로퍼 승용차 운전자 김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35%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사건사고 뉴스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던 이모씨. 화상 전문 병원에서조차 생존이 어려운 환자로 분류됐던 이지선이었다.

꿈 많고 아름다운 23세의 여대생.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게 공부하고 오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소주 5병을 마신 음주 운전자에 의해 벌어진 교통사고로 차량은 화재에 휩싸였고, 그녀는 온 몸이 뒤틀리는 전신 55%의 3도 중화상을 입었으며, 40여 번의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겪어야 했다.

‘전신 55%의 3도 중화상’이란 피부의 55%가 화상으로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그녀의 오빠에 따르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그녀의 뒤통수는 다 찢어져 살이 너덜거렸다고 했다.

의사는 이미 많은 피를 흘려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응급실에 온 몸의 살이 탄 냄새가 진동했고 얼굴도 새카맣게 타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결국 오빠에게 치료실로 가라며 마지막일지 모르니 동생에게 작별인사를 하라고 했다.

“지선아 잘 가. 너는 너무나 좋은 우리집 딸이었고 내 동생이었어. 누구보다도 예쁘고 착하게 살았고 평생 널 잊지 않을게.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조금만 기다려. 지선아, 잘 가”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팔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여동생을 구하려 했던 세 살 많은 오빠는 그렇게 피눈물을 흘리며 여동생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해야 했다. 이후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혼절해 병원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방금 고개를 끄덕인 것을 봤다며 아직 의식이 있다고 의사들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다행히 그녀는 목숨을 건지긴 했다. 이후 모든 가족은 화상과의 싸움이었다. 지옥과 같은 3년간의 화상치료 스토리는 2003년 4월 KBS 인간극장을 통해 전파를 탐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함께 불굴의 의지를 심어줬다. 그녀는 그해 <지선아 사랑해>라는 ‘자기 사랑’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런 그녀가 10년 후 SBS방송을 통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일본에서 일그러진 얼굴에 피부이식을 받아야 했고, 손가락이 모두 타버려 단지(短指)가 된 손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재활상담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UCLA대학 사회복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이 낙원이다(Paradise is where I am)”

나는 기적 같은 삶을 살아온 그녀를 보면서 문득 그 말을 생각했다. 노벨문학상 작가 메테르링크(Maeterlinck)가 동화의 형식을 빌려 쓴 <파랑새>라는 작품이 전해준 말이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는 말로 유명한 메테르링크는 “행복과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우리들의 인생을 풍족하게 했다.

이지선도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았던 것일까. 그녀는 교통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 SBS의 ‘힐링캠프’ 진행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중요하고 영원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내가 전부를 잃었다고 좌절했지만 돌아보니 정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지금 행복을 나누고, 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예전의 얼굴로 산다면 굳이 거절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가치를 버리고 그 얼굴을 다시 갖고 싶지 않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것을 가져야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얼굴이어도 여전히 행복하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리는 것을 깨달으며 살고 있습니다.”

▲ 이지선 씨의 변화된 모습. 좌측 셋은 교통사고 이전 이화여대 2학년 때와 4학년 때. 우측 둘은 화상치료를 받고 난 후의 모습들
▲ 이지선 씨의 변화된 모습. 좌측 셋은 교통사고 이전 이화여대 2학년 때와 4학년 때. 우측 둘은 화상치료를 받고 난 후의 모습들
그녀는 진정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해자를 원망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음주 운전자가 자신을 찾아 온 적도 없지만, 그를 만나지 않은 것에도 감사한다고 했다. 자신을 사랑하기에 그 운전자도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는 다시 예전의 ‘얼짱’으로 돌아가 자신은 ‘연예인’이라고 말해 ‘힐링캠프’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은 사람들이 쳐다봐 식당을 마음대로 못 가는 점이 연예인과 닮았다고 했다. MC 김제동은 손님들이 밥도 안 먹고 쳐다볼 정도이고, 그들이 놀라 숟가락을 떨어뜨리면 특A급 연예인이라고 거들었다. 그래서인지 이지선은 자신도 ‘팬 카페’가 생긴 연예인이 됐다고 했다.

그녀가 ‘연예인’이라고 주장(?)하는 점은 더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 잘 나갈수록 큰 차로 바꿔 탄다는 점, 차 창문에 선팅은 필수라는 점 등. 가장 압권은 “성형수술 경험이 꽤 있다”는 것. 또 24시간 붙어 다니는 매니저(엄마)도 있다면서 자신의 이 얼굴이 “나름대로 귀여운 얼굴”이라고 말했다. 방송MC들은 물론 전국의 시청자들 모두 이지선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사랑 받게 되어 있다. 인기 연예인이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그 이상이다. 이지선도 그렇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했고, 희망과 행복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의 인기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다”고 독자들에게 말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나는 지난 칼럼에서 “내가 1등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뜻과 같다. 그 에너지가 남까지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번 가을에 누군가를 꼭 사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누군가로부터 분명 사랑을 받을 것이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을편지’를 쓸 것이다. 지금까지 내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색했던 그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다음과 같이 사랑을 고백할 것이다.

“행복과 희망이 가까이에 있다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은 당신의 사랑 때문입니다. 그동안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당신으로부터 먼저 사랑을 받고자 했던 갈망 때문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진정 사랑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노규수_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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