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한국 김수진 기자]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요, 헤어의 완성도 얼굴이라는 슬픈 현실 앞에서 여자에게 있어 숏커트는 늘 남의 이야기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가볍고 편한 숏커트로 시크한 멋 좀 내고 싶지만, 있는 머릿발마저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과 다시 기를 생각에 몰려오는 아찔함이 오늘도 용기를 꺾어 버린다.

하지만 모델 아기네스 딘의 짧은 머리를 보면 금세 생각은 또 달라진다. 물론 금발과 작은 두상, 쭉쭉 뻗은 팔등신 몸매에 이기적인 기럭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패션 센스까지 그녀의 숏커트를 빛나게 하는 요소가 내겐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파라치 컷 속에서 보여 지는 아기네스 딘의 매력적 숏커트는 오늘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1983년 영국에서 태어난 아기네스 딘은 보이시하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톱모델이다. 2005년 유명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과 이탈리아 보그 촬영 때 짧게 자른 머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마크제이콥스, 안나수이, 버버리, 멀버리, 마이클코어스, 알렉산더 왕 등 수많은 런웨이에 등장하면서 톱모델로 군림했다. 당시만 해도 긴 머리 일색이던 세계 모델계에 짧은 머리의 그녀가 처음에는 이단아처럼 보였지만, 케이트 모스, 코코 로샤, 카르멘 카스 등 많은 모델들이 짧은 머리로 변신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준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짧은 머리를 즐겼고 스킨헤드에도 도전해봤다는 아기네스 딘은 유명해진 이후에도 남성의 스포츠머리를 연상시킬 정도의 파격적 숏컷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토록 머리가 짧으면 남성적일 것만 같은데, 다양한 컬러와 스타일링으로 그때그때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블론디 픽시컷’ 혹은 ‘크롭컷’이라 불리는 아기네스 딘의 숏컷은 펑키하게 연출한 블론드 헤어와 어우러졌을 때 최상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하지만 늘 같은 머리는 그녀 자신도 지겨웠는지, 남자보다 더 짧은 파워 숏컷부터 머시룸, 뱅이 있는 보브 등의 변신을 통해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에서부터 아주 시크하고 도도한 차도녀, 또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에 이르기까지 팔색조 매력으로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처럼 그녀의 숏컷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패션 감각도 한 몫 한다. 닥터마틴의 워커와 록시크 스타일링으로 대변되는 아기네스 딘의 패션은 런웨이보다 오히려 스트리트 패션으로 명성을 얻을 만큼 유니크하고 패셔너블하다.

지난 2007년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자주 채택되고 있는 세계 헤어스타일계의 대표적인 스타일 9가지’에 남성의 스포츠머리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짧은 헤어스타일을 꼽았을 정도.

여성의 생명은 긴 생머리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숏컷은 여자답지 못하고 아름답지 못한 스타일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짧은 머리가 숨겨져 있던 당신의 매력을 확고하게 드러낼 수도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의 데미무어, ‘원데이’에서의 앤 헤서웨이, 또 김소연, 조윤희, 김나영, 모델 강소영이 좋은 예이다.

톱모델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디자이너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숏컷의 여신, 아기네스 딘. 그녀의 짧은 머리는 전 세계 많은 여성들에게 변신의 욕구를 건드리는 훌륭한 자극제이자, 헤어살롱에 들고 갈만한 멋진 샘플이다.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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