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과 '파격'으로 항상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도전해 온 서태지
▲ '실험'과 '파격'으로 항상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도전해 온 서태지

어제 18일 저녁 서울 잠실주경기장 일대는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9집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으로 들썩였다.

서태지 본인은 “한물간 별 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 드린다”고 말했지만, 5년만의 공연은 그가 추억 속의 가수가 아니라 여전히 존재만으로도 설레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임을 입증했다.

1992년에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 올해로 데뷔 22년을 맞은 서태지가 한국 대중음악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입이 아플 정도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헤어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다.

서태지는 자신의 음악을 패션과 헤어스타일이라는 비주얼적 요소로도 표현할 줄 아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안경, 모자 등 소품 하나도 허투루 고르는 일이 없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도 많고 해박하다.

이번 9집에 실린 ‘크리스말로윈’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서태지의 패션 또한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꼼데가르송 제품을 착용하여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멋들어지게 연출했을 정도로 말이다.  

록밴드 시나위 시절부터 4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서태지의 헤어스타일 변천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한 때 서태지를 좋아하는 일본인은 서태지의 헤어스타일 변화를 15가지 모양의 캐리커처로 선보여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서태지의 일본 팬이 그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서태지의 헤어 변천사
▲ 서태지의 일본 팬이 그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서태지의 헤어 변천사

이 그림들은 보면 1992년 1집 ‘난 알아요’의 활동 당시에 선보였던 벙거지 모자에 앞머리를 내린 귀여운 미소년, 1993년 ‘하여가’ 당시 전체적으로 짧게 커트한 후 젤을 듬뿍 발라 촉촉하게 표현했던 레게머리, 1994년 빨간 체크 스커트로 충격을 주었던 ‘교실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때의 뱅스타일, 1995년 스노보드패션으로 일대 파란을 일으킨 ‘컴백홈’ 당시의 빨강머리와 비니, 고글 등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서태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헤어스타일은 파격적인 탈색 헤어와 레게 머리다. 은퇴 후 4년7개월만에 컴백한 ‘울트라맨이야’의 5대5 빨간 레게머리는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에게 ‘나 아직 죽지 않았어’를 입증할만큼 쇼킹했다.

‘언밸런스 샤키컷’도 서태지가 좋아하는 헤어스타일 중 하나. 7집 활동 당시 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유로피안 트래쉬’를 꼽았는데, 정장스타일과 캐주얼한 아이템을 매치하는 이 패션에 서태지는 다소 긴 샤기컷으로 자유롭고 시크한 멋을 냈다. 2009년 8집때도 양쪽이 다른 깃털같은 샤기컷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4년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돌아온 서태지는 훨씬 짧아지고 정제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파격’의 기준으로 본다면 다소 심심한 면도 없지 않지만, 신비주의를 벗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일련의 움직임처럼 헤어나 패션 또한 부담스럽지 않을만큼 감각적이고 세련되어졌다.
 

▲ 20년이 넘도록 모자를 애용하는 서태지에게 있어 모자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
▲ 20년이 넘도록 모자를 애용하는 서태지에게 있어 모자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

한 때 음악은 물론 청소년들로 하여금 패션과 헤어스타일까지 따라하게 만들었던 서태지. 그의 파격적 스타일은 대중음악계와 방송계의 여러 가지 금기를 깨뜨리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 후배가수들이 좀더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중년의 나이가 되어 버린 그이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스타일로도 여전히 ‘반골’과 ‘실험정신’을 잃지 않는 당신이야말로 울트라맨이야!

김수진 기자 sjkimcap@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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