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 노규수(해피런㈜ 대표이사)
한동안 우리 민족의 뇌리에서 잠자고 있던 우리의 전통발효식초가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웰빙식품’이라는 사실이 세계적인 학자들에 의해 공인되고, 식초건강법에 의해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알려지면서 식초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아마 식초를 주제로 한 매스컴의 건강프로그램 때문일 것이다. 2년 전부터 갑자기 나에게 식초 종자인 종초(種醋)를 달라는 주변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2012년7월13일 방송된 SBS-TV의 ‘1억 퀴즈쇼’라는 프로그램 영향이 컸다.

물론 TV출연자들이 있었겠지만, TV시청의 특성상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퀴즈 문제 중의 하나가 “부엌 찬장에 노벨상을 세 번 받은 것이 있다. 숙취해소, 고혈압예방,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이것이 무엇일까?”였다는 것이다.

보기로 제시된 것은 꿀과 식초였고, 정답은 당연히 식초였다. 그러니 식초를 담가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금년에도 케이블채널인 TV조선은 ‘내 몸 사용설명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노벨상을 세 번 받은 식초’의 효능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발효식품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다.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매일 먹는 가장 기초적인 음식과 양념류가 모두 발효식품이다. 여기에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각종 젓갈류까지 더해지면 대부분의 식품을 ‘삭혀서(발효)’ 먹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청국장과 홍어 삭힘의 ‘향기’ 정도는 알아야 한국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한국인의 식단을 가장 높은 곳에서 컨트롤했던 조미료가 바로 전통발효식초다. 식초는 주방 찬장은 물론 부뚜막에도 늘 놓여 있었다. 그래서 식품학자들은 ‘발효의 정점’을 전통식초에서 찾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전통발효식초는 고유의 효능을 넘어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효과까지 있어 식품의 저장에도 이용돼 왔고, 살균은 물론 부스럼이나 중풍 등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돼왔다.

그래서 옛날 어머니들은 초병을 부뚜막에 두어 술을 붓고 부엌을 드나들 때마다 성심어린 마음으로 “초야! 초야! 나와 살자, 나와 살자!” 하면서 초병을 자주 흔들어주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식초가 모든 음식의 맛과 영양을 살리고, 몸을 보호해주었기 때문이다.

400여 년 전 의성 허준(許浚)이 쓴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이 같은 전통발효식초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초는 성(性)이 온(溫)하며 맛이 시고 독이 없어 옹종(擁腫)을 없애고 혈운(血暈)을 부수며, 모든 실혈(失血)의 과다와 심통(心痛)과 인통(咽痛, 인후염)을 다스린다. 또한 일체의 어육(瘀肉, 군살 부스럼 사마귀)과 채소독(菜蔬毒)을 소멸시킨다”

전통발효식초가 다스린다는 ‘옹종’은 화농성 염증을 말한다. 알콜중독, 빈혈, 영양실조, 혈액 질환, 아토피 피부염, 면역 결핍, 당뇨병 등의 전신 질환에서 많이 발생하고 재발을 잘한다는 것이다. 또 혈운을 부수며, 모든 실혈의 과다를 다스린다는 기록과 같이 전통발효식초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동의보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전통식초가 심통(心痛)을 다스린다는 처방이다. 심통이란 ‘심통을 부린다’는 말이 있듯이 ‘마음의 병’을 말한다. 강용혁 한의사에 따르면 심통은 공황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인데, 갑작스런 호흡곤란, 두통, 어지럼증, 사지마비, 소화불량 등 다양한 신체증상을 함께 동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신체에는 이상이 없는 마음의 병인지라 항불안제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불안심리를 일으키는 심리적 환경요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완치되기가 어려운 병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부모와 사춘기 자녀간의 갈등에서 오는 불안과 분노의 정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경우다.

이 같은 ‘심통’을 전통식초가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동의보감의 기록이다. 그러니 식초로 노벨상을 받아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여야 했다.

식초의 첫 번째 노벨상은 1945년 핀란드의 바르타네 박사가 음식물 소화흡수에 초산(식초)성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두 번째는 1953년 영국의 크레브스박사와 미국의 리프먼박사가 피로회복과 노화방지의 기능을 밝혀냄으로, 세 번째 는 1964년 미국의 브롯호박사와 독일의 리넨박사가 초산 성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부신 피질 호르몬을 촉진시킨다는 연구로 수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중에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식초가 넘쳐나고 있다. 문제는 동의보감에서 말한 우리의 전통발효식초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주세령’ 공포로 민간 술 제조를 억제했고, 그 결과 전통발효식초를 빚을 수 없게 돼 종초(種醋)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신지식인이자 식초연구가인 백용규 영산대 교수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업의 주정식초는 대형 초탑에 산소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공급해 며칠 만에 원하는 산도를 만들어내는 ‘속초법’을 이용한 것으로 전통 발효식초와는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초 구성인자 구조가 다르다는 뜻이다.

자연발효식초 한 병이 나오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는 소요되기 때문에 대량생산해야 하는 대기업으로서는 제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완벽한 전통발효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증식할 수 있는 종초가 과연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다. 일본의 흑초, 중국의 미초, 이탈리아 발사믹식초, 미국의 사과식초가 있다지만 그것은 우리 한국인의 체형과 기후와는 동떨어진 종균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충청도 수안보의 야생농장에서 수년째 배양하고 있는 토종약재 종초를 주변사람들에게 분양해줄 예정이다. 물론 무료다. 동의보감에서 말한 우리의 전통발효식초를 후대들의 건강을 위해 자랑스럽게 전해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식초는 오래될수록 좋은데 최소 3년은 되어야 제 빛깔이 나고 풍미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누룩과 쌀로 빚은 술로 만들어내는 우리의 전통 곡물초는 최소 1년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분양하는 토종약재 종초로 식초 익어가는 향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널리 우러나기를 기대한다.

글_노규수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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