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 해 보낸 배달의민족, 그들의 성공 노하우는?

명화 속에 인물들이 짜장면을 시켜먹고, 말을 탄 고구려 병사가 철가방을 들었다. 류승룡의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라는 물음에 이제는 다들 ‘배달의민족’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광고 한편으로 2014년을 평정한 배달앱. 온갖 패러디와 병맛 코드로 채워진 센스 만점 광고로 국민들의 머리에 ‘배달의민족’이란 다섯 글자를 확실하게 새긴 배달의민족 마케팅팀을 찾았다.

롯데월드가 내려다보이는, 그들끼리는 피터팬의 네버랜드라 부르는 배달의 민족 회의실에서 장인성 마케팅 이사를 처음 만났다. 뿔테 안경과 독특한 헤어스타일, 개성 있는 수염까지 회사를 들어서며 마주친 김봉진 대표와도 얼핏 닮았다. 인터뷰를 위한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전혀 쑥스러움 없이 자신 있는 포즈를 맘껏 취했다. 역시 배달의민족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감탄했지만 인터뷰 시작 후 의외의(?) 진지한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됐다.

▲ 개성으로 무장한 외모가 인상적인 '배달의 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
▲ 개성으로 무장한 외모가 인상적인 '배달의 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

# 키치, 패러디, 유머가 '배달의민족'의 색깔
류승룡이 말끔한 수트 차림과 근엄한 얼굴로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외치는 배달의민족 광고를 생각하면 웃음부터 난다.

“배달의민족이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방향을 잡았다.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집단의 막내들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고  키치한, 어이없지만 웃긴 그런 것들이다. 이미 4년전부터 이런 노선을 잡아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왔다. TV광고도 마찬가지였다. TV에 나간다고 세련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전에 우리를 알고 있었던 고객들이 낯설지 않도록 우리의 색깔을 그대로 TV광고로 옮겼다. ‘풉’하는 실소와 ‘아’~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것이 우리의 광고다.”

# 누구 할 것 없이 아이디어를 내놓는 문화
마케터와 기획팀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팀에서 디자인을 따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회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아이디어가 생성되는 회의실은 소극장의 객석처럼 꾸며져 있다. 디자인팀, 마케팅팀, 대표 할 것 없이 이곳에 모여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대표님도 크레이티브 디렉터 부분을 함께 담당한다. 특히 옥외광고 같은 경우 대표님의 아이디어가 꽤 많다. 함께 모여서 회의를 하기 때문에 누가 낸 아이디어인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말한 기획이 A라면 사람들이 거기에 계속 아이디어를 더해서 새로운 결과를 낸다. 그래서 누가 만들었다고는 말하기 애매하다. 대표님, 마케팅실, 디자인실이 다 같이 모여서 만든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받아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게 뭐냐’라고 다시 아이디어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을 텐데, 아무리 황당한 아이디어라도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결과가 나오니까 신나게 아이디어를 낸다. 종론에는 회의가 아이디어 배틀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진행한 ‘블랙후라이드데이’ 이벤트도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 이벤트를 진행하자는 생각을 모은 배달의민족 마케팅팀은 ‘블랙후라이드데이로 명명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당일에 하면 이슈가 섞이니까 일주일 뒤로 미루자’, ‘광고는 매번 하는 옥외광고를 하면 재미없으니까 옛날 영화식으로 하자’,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너무 예전 느낌이 나지 않으니 출력해서 카메라로 찍은 후 다시 출력하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이벤트를 완성해냈다. 이런 작업들은 누군가 혼자 기획하고 그걸 지시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결과물을 더해가며 일어나는 일이다.”

▲ 배달의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
▲ 배달의민족 장인성 마케팅 이사

# 배달의민족이 사랑하는, 믿고 보는 배우 류승룡
심지어 배우 류승룡이 ‘배달의민족’ CEO인줄 아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류승룡은 ‘배달의민족’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배달의민족’ 마케팅팀에서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적인 배우 류승룡과 배달의민족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지게 됐을까?

“사실 당시만 해도 CF모델로 류승룡은 검증되지 않은 배우였다. 그 당시 물망에 올랐던 모델은 ‘별에서 온 그대’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배우 김수현이었다. 하지만 마케팅팀에서 광고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보니 류승룡과 생각보다 잘 어울려 ‘배달의민족’의 모델로 최종결정됐다.

실제로 광고 제작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너무 잘해줘서 깜짝 놀랐다. 촬영장에서 보면 너무 감동스럽다. 성심성의껏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우리보다 우리 광고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한다. 스스로 없는 아이디어도 내고 한번은 촬영하면서 바닥에 전단지가 사방에 깔렸는데 손수 먼저 치우고 있더라. 그런 배우가 없다.”

류승룡과 배달의민족의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질까?

“우리는 류승룡 배우를 사랑한다.(웃음) 우리의 짝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김봉진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다면 망설임 없이 합류
심상치 않은 외모에 날카로운 감각,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취향까지, 이쯤 되면 장인성 이사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장인성 이사는 배달의민족 이전에 네이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에 근무했다. 김봉진 대표와의 인연도 네이버에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그때는 그렇게 친하진 않았다.(웃음) 워낙 조직이 크기 때문에 그냥 존재만 알고 있었다. 네이버의 메인 화면 개편 프로젝트에 마케터로 참여했는데, 김봉진 대표가 디자이너로 참가했다. 그때 함께 작업을 하면서 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기분과 경험을 생각하고 다룬달까? 이후에 알게 됐지만 김 대표는 일 자체를 인생의 수련으로 생각하고 일을 자신을 완성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중에 회사를 만들고 마케터를 맡는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을 때 김봉진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회사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합류하게 됐다.”

# ‘경희야 넌 먹을 때 가장 예뻐’ 배달의민족 카피의 비밀은 확실한 타깃
참신함으로 화제를 모은 ‘배달의민족’의 카피. 끊임없이 참신한 카피를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정확한 타깃의 설정이었다.

배달의민족은 매월 잡지 하나를 정하고 광고를 하나씩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잡지에 ‘소년이여 족발을 시켜라’라는 광고를 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대사를 패러디한 것으로 잡지의 구독 대상층은 감탄할만한 카피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엉뚱하게 생각할지라도 확실한 특정 분야의 사람들은 안다는 것이다.

“웨딩잡지에는 ‘다이어트는 포샵’으로라는 광고를 내는 식이다. 웨딩잡지는 예비신부들이 많이 구독하고 그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는 포샵으로’라는 말을 해주면 감탄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광고를 내고 카피를 생각하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는 포샵’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카피이기도 하다(웃음).”

▲ 후지산을 등반하고 호놀룰루에서 마라톤을 하는 장인성 이사
▲ 후지산을 등반하고 호놀룰루에서 마라톤을 하는 장인성 이사

#살까 말까 망설임이 들 땐 일단 사야 마케터!
장인석 마케팅 이사는 함께 일할 사람을 찾을 때 한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어떤 특정 부분에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탄하고 진심으로 감동하는지 알아야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이사 본인도 취미인 등산을 하러 후지산을 방문하고, 마라톤을 하기 위해 호놀룰루를 찾는 등 다양한 관심사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마케터는 경험이 재산인 직업이다. 마케터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살까말까 망설임이 들면 그냥 다 사라고. 좋은 물건을 써보고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것을 만들 수가 없다.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하고 잘 만드는지 경험해봐야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 알아야 내가 더 욕심낼 수 있다.”

# 뿌린 것보다 많이 거둔 마케팅팀, 도쿄로 떠난다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통합미디어와 인쇄부문 대상을 수상한 배달의민족. 그 보상이 없을 수 없다. 배달의민족 마케터 전원은 김봉진 대표에게 도쿄여행 2박3일 여행권을 받았다. 즐겁고도 고생스러웠던 지난날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쑥스럽지만 대표님께서 도쿄 단체 여행을 보내주신다. 마케터들 전원과 조만간 다녀올 예정이다. 보너스도 좋지만 가장 큰 상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을 하다보면 상을 받지 않아도 행복하다. 작년 3명이었던 마케팅팀이 10명이 됐다.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10명이 된 것이 행복하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서로의 일이 없이 함께 참여해서 일을 진행한다. 협력 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 조직인 것이 너무 좋다. 전체의 구조가 완벽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문화에서도 좋은 사례로 남고 싶어...
2014년 재미있는 광고로 단숨에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의 기반을 닦은 배달의민족. 내년에는 사용자들을 위한 편리성을 더욱 강조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두 종류다. 음식을 시키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이다. 배달의민족의 목표는 잘못된 배달, 배달음식의 맛 개선, 라이더 사고 같은 부분처럼 배달산업의 불편함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장인성 이사가 바라는 점은 올바른 기업문화의 사례로 남는 것이다.

“내년도 목표라기보다는 서비스 말고도 회사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도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평소 대표님도 기업문화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도 결혼 휴가를 2주, 출산휴가도 여자뿐 아니라 신랑에게도 2주를 주는 제도를 발표했다.

실천 가능한 주 4.5일제도 시행한다. 금요일에 일찍 들어가라고 해도 바빠서 아무도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월요일 오전에 쉬기로 했다. 이렇게 실행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우리가 4.5일제를 잘 활용해서 성공한다면 다른 기업들에서도 이런 문화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모범사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금 실행하고 있는 ‘지만가’(특별한 날 대상자를 회사에서 집으로 일찍 돌려보내는 혜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인 사람이 먼저 집에 간다고 말을 못 꺼낸다. 그래서 조직장들에게 미리 전달하고 조직장이 해당자를 집에 보내게 한다. 잘 실행되고 있고 다른 기업에서 이런 제도를 살펴보러 찾아오시기도 한다.”

윤지원 기자 alzlxhxh@beautyhankook.com
사진= 김세진 스튜디오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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